[강준만 시론] 국제인권법연구회는 왜 그럴까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 2024. 9. 20.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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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여러모로 자랑스럽게 생각할 만한 나라지만, 파벌주의가 극심한 나라라는 건 인정하자.

그럴듯한 명분을 내건 학술단체라지만 어느 모로 보건 사조직이다.

반면 한겨레는 이런 비판에 대해 "법관들의 전문 분야 연구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를 향한 보수언론의 '낙인찍기'가 재현되고 있다"며 "법조계 일각에서는 '과거 우리법연구회를 겨냥한 공격과 판박이다. 진보적 성향의 법관을 위축시키려는 의도가 숨어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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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

한국은 여러모로 자랑스럽게 생각할 만한 나라지만, 파벌주의가 극심한 나라라는 건 인정하자. 공적 영역에서 사조직을 호환마마처럼 여겨야 할 이유다. 그래서 파벌주의의 폐해에 민감한 공기관이나 대기업에선 동문회·향우회 등과 같은 사조직·사모임을 묵계의 관행으로 억제하거나 눈총을 준다. 전면 금지할 순 없지만, 자제하라는 뜻이다. 그런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게 사조직 문제가 늘 뜨거운 논란이 되는데도 그걸 굳세게 보호하려는 사법부의 생각이다.

국제인권법연구회는 2011년 발족한 법원 내 학술단체로, 법원의 판결이나 결정이 나올 때마다 구설에 오르곤 한다. 그럴듯한 명분을 내건 학술단체라지만 어느 모로 보건 사조직이다. 그것도 이념·정치지향성을 갖고 있다고 여겨지는 사조직이다.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 출신인 전 대법원장 김명수의 2017년 9월 인사청문회 한 장면을 보자.

ⓒ연합뉴스

"대법원장이 되면 국제인권법연구회를 끊어낼 수 있느냐는 우려가 있습니다."(이용주) "그 사람들이 어떤 특혜를 받을까 하는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김명수) "그 연구회를 끌고 가는 30~40명을 제외한 나머지 법관들은 공포에 사로잡혀 있답니다."(주광덕) "숙청이라는 표현도 쓰시는데, 그렇게 하지 않을 겁니다."(김명수)

하지만 4년 후엔 이런 기사가 나온다.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들이 최고 법원인 대법원에서부터 중간 간부 주요 보직에 대거 진출했고 일선 판사 회의체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법연구회 판사들이 '김명수 사법부'의 요직 곳곳을 장악하고 기득권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조선일보 2021년 4월27일)

국제인권법연구회에 비판적인 조선일보는 해체를 요구하는 사설을 쓰기도 했다. "지금 변호사 업계에선 인권법연구회 명단을 구하려고 난리다. 변호사들은 사건을 맡으면 판사가 인권법 소속인지부터 확인한다고 한다. 인권법이냐 아니냐에 따라 재판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판사의 정치 성향에 따라 판결이 달라진다면 법치국가라 할 수도 없다. 김명수의 사조직이자 정권 호위부로 낙인찍힌 인권법연구회는 당장 해체해야 한다."(2021년 3월29일)

반면 한겨레는 이런 비판에 대해 "법관들의 전문 분야 연구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를 향한 보수언론의 '낙인찍기'가 재현되고 있다"며 "법조계 일각에서는 '과거 우리법연구회를 겨냥한 공격과 판박이다. 진보적 성향의 법관을 위축시키려는 의도가 숨어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했다.(2021년 3월31일)

왜 이렇게 생각이 다른 건지 답답하다. 혹 보수 쪽의 대응에 문제가 있었던 걸까? 굳이 "김명수의 사조직이자 정권 호위부"라며 비난할 필요가 있었을까? 아무리 좋은 일을 하더라도 이념·정치지향성과 무관할 수 없는 사조직은 곤란하지 않냐는 원론적 접근을 했어야 했던 게 아닌가?

그럼에도 더 답답한 건 국제인권법연구회다. 사실과 다른 오해와 비판이 난무하면 회원들이 얼마나 속상하고 억울할까. 사실과 다른 오해는 없다는 걸까? 그 어느 쪽이건 화가 나서라도 스스로 해체하자고 나서면 좋으련만 그렇게 하진 않으니 참 이상하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세미나 모임과 같은 느슨한 형식으로 활동하면 학술 연구를 할 수 없다는 걸까? 바닥을 기고 있는 법원·사법부의 신뢰도 회복을 위해서라도 사조직에 대한 갈증은 조직 밖에서 다른 방식으로 해소하면 안 되는 걸까? 이른바 '법조 특권주의'에 무지몽매한 우문인가? 정말 이해가 가지 않아서 던지는 질문이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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