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폭풍 감량"…'꿈의 비만약' 개발자 미국판 노벨상 수상
미국판 노벨상으로 불리는 올해 래스커상 수상자로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을 발견한 과학자들이 선정됐다. 다양한 질환군에 효과를 내 '기적의 비만약'으로 불리는 GLP-1 계열 비만약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 등의 체중감량 비결로 유명해졌다.
래스커재단은 올해 임상의학연구상으로 GLP-1 기반 비만 치료제를 개발한 조엘 하베너 하버드대 매사추세츠종합병원 교수와 로떼 비예르 크누센 노보노디스크 연구원, 스베틀라나 모이소브 록펠러대 교수를 각각 선정했다고 1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세계 비만 인구는 9억명에 이른다. 미국에선 성인 40%가 비만환자다. 유럽도 25%에 이른다. 비만은 각종 만성질환의 직접적 원인이지만 운동이나 식단조절 만으로 살을 빼는 것은 쉽지 않다.
오랜 기간 많은 제약사들이 안전하고 효과적인 다이어트 약 개발에 도전했지만 이를 실현하는 데엔 실패했다. 래스커재단은 올해 수상자들이 GLP-1 기반 새로운 체중관리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했다.
하베너 교수는 1970년대에 매사추세츠종합병원에 연구실을 세우고 당뇨 연구를 시작했다. 췌장을 자극하면 인슐린이 분비되는 원리를 토대로 췌장 호르몬인 글루카곤 유전자 분리에 나선 게 연구의 시작이다. 초기엔 포유류 유전자 조작이 금지돼 글루카곤을 많이 생산하는 생선인 아귀를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1982년 하베너 교수는 어류의 글루카곤 유전자를 찾았고, 해당 유전자가 GLP-1까지 암호화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후속 연구에서 음식을 섭취하면 GLP-1이 방출되고, 이를 통해 췌장 베타세포가 인슐린 분비를 자극한다는 것을 규명했다.
화학자인 모이소프 교수는 글루카곤을 대량 생산하는 연구에 집중했다. 이전부터 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글루카곤의 화학적 특성 탓에 펩타이드 합성 순도가 낮은 게 문제였다.
모이소프 교수는 순도 높은 글루카곤 합성법을 개발해 GLP-1에 적용했다. GLP-1의 아미노산 서열(37개)을 다른 글루카곤과 같은 31개로 절단해 대량 합성은 물론 인슐린을 분비하는 인크리틴 역할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동물실험 단계였던 해당 연구결과가 정식 보고된 것은 1986년이다. 이들은 후속 연구를 거쳐 1992년 GLP-1으로 인슐린 분비를 활성화하고 혈당을 낮출 수 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후 노보노디스크, 일라이릴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에 뛰어들었다.
크누센은 노보노디스크에서 GLP-1 치료제 개발을 이끌었다. 1996년 쥐의 뇌에 GLP-1 을 주입한 뒤 음식 섭취량이 급감했다는 연구를 보고 이를 활용한 신약 개발에 나섰다. 당시 논문엔 GLP-1이 포만감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GLP-1을 활용한 신약개발에 나섰지만 이 물질이 혈액 속에 들어가면 DPP-4 효소가 분해해 몇분안에 사라지는 게 문제였다. 크누센은 24시간 동안 몸 속에 남아있는 피하주사제 개발에 집중했다.
지방산을 GLP-1에 붙여 알부민이 인체 순환계로 이를 운반하는 약물 설계에 나섰다. 지방산과 링커 등을 접목한 GLP-1 유사체를 개발했고 2000년과 2007년 결과물을 논문으로 공개했다.
크누센 등 노보노디스크 연구팀은 반감기를 1.2시간에서 13시간으로 연장한 피하주사제 리라글루타이드(당뇨약 빅토자, 비만약 삭센다)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유럽의약품청은 2009년 이 성분의 2형 당뇨 치료제인 빅토자를 시판 허가했다. 미국에서도 이듬해 허가 받았다. 같은 성분 비만약인 삭센다는 2014년 미국, 2015년 유럽에서 각각 시판 허가 받았다.
노보노디스크는 GLP-1 유사체 지속 기간을 더 늘리기 위해 아미노산 서열을 바꾸는 연구에 매달렸다. 알부민에 단단히 결합하면서도 서서히 방출되도록 하는 게 핵심이었다.
4000여개의 화합물을 분석해 반감기를 165시간까지 늘릴 수 있는 물질 개발에 성공했다. 비만약 위고비로 2021년, 당뇨약 오젬픽으로 2017년 미국 승인을 받은 세마글루타이드다. 이 약물의 체중감량 효과는 리라글루타이드의 2배다. 미국에선 위고비 출시 후 100만명 이상이 처방받았다.
래스커재단은 "이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수많은 비만 환자들의 건강 상태가 바뀌었다"며 "GLP-1을 활용해 새 블록버스터 약물이 탄생했다"고 했다.
올해 래스커 기초의학연구상은 면역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cGAS 효소를 발견한 지젠 첸 미국 텍사스대 교수가 받았다. 공공서비스상은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의 이성애자 전파 경로를 밝힌 컬럼비아대 부부과학자인 콰라이샤 압둘 카림 교수와 살림 압둘 카림 교수가 받았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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