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반박 나선 MBK, “고려아연 분석, 악마의 편집 아니다”

오대석 기자(ods1@mk.co.kr) 2024. 9. 20.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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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 측 수치로도 4.5년 만에 1조8천억 증발
2019년 이후 38개 투자사 중 30개 순손실 우려
원아시아 손실뿐 아니라 이사회 결의 안 거쳐 문제
매출 200배 인수 이그니오 이사회 경시 보여줘
고려아연 재무건전성 악화 우려<자료=MBK파트너스>
MBK파트너스는 영풍과 MBK가 제기한 재무건전성 악화와 대규모 투자손실이 과장됐다는 고려아연 측의 반박에 대해 20일 사실이 아니라며 재차 반박했다.

고려아연 의사결정절차(거버넌스)에 대한 우려로 빠르게 재무건전성이 악화되며 위기를 자초했다고 비판을 이어갔다.

MBK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최윤범 회장 측은 MBK가 고려아연의 유동성을 평가절하하기 위해 다른 ‘빠르게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자산’을 제외하고, 현금 및 현금성자산만 고려했다고 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며 “최 회장 측이 제시한 수치가 유지된다고 해도 불과 4.5년 만에 1조8000억원이 증발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MBK가 우려하는 것은 부채의 규모가 아니라 부채 증가 속도”라며 “단기간 내 이렇게 부채가 빠르게 증가하는 것은 기업 재무건전성 측면에서 우려할만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고려아연 투자 기업 순손실 발생 현황<자료=MBK파트너스>
또한 2019년 이후 투자한 38개 투자사 중 30개가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며 오히려 최 회장 측이 수치를 왜곡했다고 비판했다.

최 회장 측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투자한 기업은 당기순손실 아닌 당기순이익이라며, 고려아연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투자한 기업의 당기순손익을 합산하는 과정에서 우량기업의 2022년 당기순손익을 제외해 편집했다고 주장했다.

또 우량기업의 2022년 당기순손익을 포함하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고려아연이 투자한 기업의 총 당기순이익은 ‘조 단위’라고 했다.

MBK는 “당기순이익을 제외하지 않았고, 고려아연이 우량기업 지분을 2022년 11월 24일에 취득했으므로 해당 투자 건의 당기순이익은 2023년과 2024년 상반기 수치만 포함돼야 한다”며 “우려하는 바는 투자한 기업의 당기순이익 합산 규모가 아니라, 고려아연이 집행한 투자 38건 중 대부분인 30건에서 손실이 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결과를 초래한 고려아연 의사결정 절차(거버넌스)의 심각한 결함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아시아파트너스 대규모 투자 및 손실<자료=MBK파트너스>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조작 혐의로 재판 중인 원아시아파트너스 대규모 투자 손실도 고려아연 측의 반박이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 측은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아 원아시아 펀드들의 가치평가를 공시했고, MBK 파트너스가 공시된 가치평가를 사용하지 않고, 자의적인 밸류에이션 방법(순자산가치 평가)을 사용해 손실액을 과장했다고 주장했다.

또 해당 펀드들로부터 약 800억원의 원금을 회수했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했다.

MBK “고려아연이 원아시아를 통해 투자한 8개 펀드에서 발생한 잠재 손실액을 검토했고, 공시로 확인할 수 있는 모든 출자환급액 전액 모두 고려했다. 이는 미청산펀드의 출자환금액과 청산펀드의 환금액 전액”이라며 주장했다.

이어 “해당 펀드들에서 발생한 확정된 손상차손 금액만 해도 공시자료 기반으로 367억원이며, 8개의 펀드 중 절반인 4개에서 손상차손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또 “중요한 점은 손실이 얼마인지 뿐만 아니라, 이사회 결의를 받지 않고 최 회장 중학교 동창으로 알려진 지창배 대표가 운영하는 원아시아에서 대규모 투자를 했다는 사실”이라며 “사모펀드는 투자기간이 최소 5~10년이므로, 결코 단기적인 자금운용으로 볼 수 없고, 타기업 투자와 같은 절차를 거쳐 의사결정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비판했다.

MBK가 제기한 이그니오홀딩스 투자 관련 의혹<자료=MBK파트너스>
매출의 200배가 넘는 가치로 사들였다는 의혹을 받는 이그니오홀딩스에 대해서도 최 회장 측의 반박이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최윤범 회장 측은 2022년 이그니오를 인수하면서 이그니오의 기존 주주가 가진 트레이딩 부문의 자산도 함께 취득했다며, MBK가 투자 실패를 호도하기 위해 트레이딩 부문 자산에 대한 숫자를 제외했다고 주장했다.

MBK는 “이사회 보고 자료나 공시자료에서는 이그니오홀딩스 외 고려아연에서 취득했다는 트레이딩 부문의 자산에 대한 정보가 제공된 바 없다”며 “최 회장 측 주장대로 트레이딩 부문 자산도 취득했다면, 이사회에 이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만약 트레이딩 사업부문이 기존 이그니오홀딩스의 사업부문이라면, 인수 전 사업연도인 2021년 재무실적에는 포함됐을 것”이라며 “따라서 감사 받은 29억원의 매출에 이것이 포함됐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MBK는 “트레이딩 사업은 이그니오홀딩스의 본업인 미국 내 전자폐기물 수거, 해체, 파쇄 및 처리업과 수익성•성장성이 다른 사업일 것”이라며 “트레이딩 사업은 매출의 9배로 거래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거래를 중개하고 낮은 마진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매출의 1배 이상을 초과해 지급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MBK는 이 같은 투자 행위가 최 회장 측의 이사회 경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MBK는 “5820억원이라는 막대한 규모의 투자를 집행하면서, 투자대상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이후 투자보고서를 요구한 영풍 측에도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은 최 회장 측이 고려아연의 이사회를 얼마나 경시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라며 “공시자료에도 각각의 자산이 구분돼 있어야 하며, 이를 누락한 것은 불성실공시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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