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 탈출 운동이라도 해야할 판…금투세 덮치면 초토화" [이시은의 투자고수를 찾아서]

이시은 2024. 9. 20.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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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고수를 찾아서 <23>
최성환 알음리서치 대표
메말라가는 국내 증시 거래
'모멘텀' 투자만 살았다
"소수 업권만 등락 있을 것"
로봇주 거래량 주목해야
인탑스·에브리봇 등 집중
"CDMO株도 가능성 충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이시은의 투자고수를 찾아서’는 이시은 한국경제신문 기자가 매주 수요일 한경닷컴 사이트에 게재하는 ‘회원 전용’ 재테크 전문 콘텐츠입니다. 한경닷컴 회원으로 가입하시면 더 많은 콘텐츠를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국내 증시는 어느새 펀더멘털(이익체력)을 따지는 것이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안타깝지만 거래량이 일시에 몰릴 가능성이 있는 업권에 베팅하는 방법밖에 남지 않은 듯합니다.”

최성환 알음리서치 대표는 지난 11일 인터뷰에서 “미국 증시로 투자자 유출이 많이 이루어지다 보니 연말을 포함해 그 이후로도 국내 증시에서 수익률을 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로봇이나 위탁개발생산(CDMO) 관련주 중 그나마 상승 종목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2007년 유화증권 스몰캡 애널리스트로 일을 시작한 그는 다날, 아프리카TV 등 종목을 발굴하며 이름을 알렸다. 2016년 국내 최초 독립리서치인 알음리서치를 창업하고 저평가 중소형주를 찾아내는 데 매진하고 있다.

 호재에 민감한 증시…CMDO·로봇 기회

최성환 리서치알음 대표. /사진=이시은 기자


최 대표는 국내 증시에 남은 투자자들이 이미 ‘모멘텀(상승 동력)’ 중심의 투자에 익숙해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최근 5000억원 미만의 알짜 종목을 실적 중심으로 잘 발굴하더라도, 거래량 자체가 메마르니 호재성 이슈가 찾아오지 않으면 주가 변동이 없었던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국내 투자자들이 더욱 빠르게, 더 많은 단기 수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가치주 투자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고 했다. 최 대표는 “이젠 코스피지수가 2500을 가든 2700을 가든 시류에 따라 거래가 집중되는 종목만 유의미한 수익을 낼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이미 본능적으로 이런 상황 변화를 학습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주가 흐름이 저조할 국내 증시에서 그나마 대안책으로 꼽은 업권은 로봇이다. 주로 코스닥시장 중소형주로 구성된 로봇 관련주들은 올들어 삼성전자, LG전자와 같은 대기업의 움직임에 따라 주가가 큰 폭의 등락을 겪어왔다. 정보기술(IT) 부품 업체 인탑스, 로봇 청소기 업체 에브리봇이 대표 관련주다. 에브리봇은 지난 7월 5일 삼성전자 무인공정 로봇 테스트 소식에 주가가 10.73% 올랐다가 이후 원복한 이력도 있다. 최 대표는 “이들 로봇주는 뇌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AI)을 잘하기보다, 몸체인 하드웨어(HW)를 빠르고 정확하게 만드는 기술력 있는 기업들”이라며 “대기업들의 사업 확대 소식마다 거래량이 크게 일어날 기회가 남아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너무 늦지 않는 매도 타이밍은 필수라는 조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으로 대표되는 CDMO 관련주에서도 내실 있는 중소형주가 많다고 했다. 시가총액이 대기업에 비해 영세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모멘텀에 올라탈 수 있다면 수익률도 극대화될 수 있다. 최 대표는 “아미코젠, 마이크로디지탈, 시너지이노베이션 등 알고 보면 다양한 CDMO 밸류체인(가치사슬) 관련주가 상장돼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들은 공통적으로 CDMO에 필요한 세포 배양액 등 바이오 원료를 만든다. 주가는 지난 11일 기준 최근 한 달 시너지이노베이션(7.87%), 마이크로디지탈(3.16%)은 오른 반면 인수합병(M&A) 리스크가 불거진 아미코젠이 9.63% 조정세를 겪고 있다. 하지만 그는“최근 미 하원 생물보안법 통과와 확대하는 미·중 무역 갈등 속에서 투자자 관심이 일괄 재조명될 순간이 다가올 것”이라고 짚었다.

 "5060세대, '오래 묵히는' 투자 끝내야"

최성환 리서치알음 대표. /사진=이시은 기자

그는 바뀐 국내 증시 풍경 탓에 5060세대의 매매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현재 투자자 중 2030 젊은 세대는 코로나19 시기를 지나며 암호화폐와 같은 투자를 가까이서 경험하며 자란 이들이 대부분”이라며 “이제 이들이 시장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는데, 트렌드에 민감하고 매매 속도가 빠른 2030의 매매 특성이 증시 풍토가 돼가고 있다”고 했다. 예전처럼 대형 우량주를 여러 개 매수해 오래 기다려보는 방식은 투자 손실만 누적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투자자들이 국내 시장에만 너무 집착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없다고도 했다. 최 대표는 “금융투자종합소득세 도입 논의까지 포함해 지금 증시 상황을 보면, 투자자들이 ‘국장 탈출 운동’이라도 벌여야 할 판”이라며 “그나마 세금이 미국보다 싼 게 메리트였는데, 이마저도 없어지면 투자자 수가 더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치주 지향 투자자일수록 국내 증시에선 설 자리가 좁아지고, 오히려 미 증시 투자가 적절할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국내 시장에서 굳이 종목을 공부할 것이면 실적을 분석하기보다는, 해당 종목의 업권을 둘러싸고 있는 법안이나 정책 발표 일정에 관심을 가지는 것을 추천한다”고 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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