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일본 수산물 수입 점진 재개”.... 후쿠시마 원전 오염 처리수 갈등 봉합

도쿄/성호철 특파원 2024. 9. 20.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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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궈마오의 한 고급 해산물 요리 전문점./베이징=이벌찬 특파원

중국 정부가 지난해 8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 처리수 방류가 시작되자 일본산 수산물의 수입을 전면 중단했던 것을 풀고, 일본 수산물의 수입을 재개하기로 했다. 중국은 본래 일본 수산물의 40%가량을 수입하는 최대 일본 수산물 수입 국가였으나, 후쿠시마 원전 오염 처리수 방류에 항의하는 뜻으로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모두 중단했었다. 일본산 수산물을 이처럼 일절 수입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나라는 당시 중국뿐이었다. 이런 중국이 해당 조치를 1년 만에 철회하기로 한 것이다. 실질적인 외교 압박의 효과가 크지 않고 자국민의 불편도 커지자, 결국 일본 수산물 수입 중단을 점진적으로 풀겠다고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외교부는 20일 “양국은 최근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문제에 관해 여러 차례 협상했고, 향후 수산물 수입의 점진적 재개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관할 아래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의) 해양 방류 핵심 과정을 포괄하는 장기 감시를 실시하고, 중국을 비롯한 모든 이해 관계국들이 독립적으로 시료 채취와 분석에 참여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합의에 따라 중국은 향후 후쿠시마 원전 앞의 바닷물과 방류 전의 오염 처리수 등에서 시료를 채취하고 분석하게 된다. 중국이 이 같은 조건 아래 일본산 수산물 수입 제재를 해제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중국이 일본 수산물 수입을 재개하기로 결정한 것은 외교 압박의 효과가 미미하고, 자국에서 수산물을 유통하는 데 있어서도 불편이 커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수산물 수출액(약 3조5000억원·2022년) 가운데 중국(홍콩 포함)이 차지하는 비율은 42%로 압도적이지만, 일본 어업의 경제 규모는 일본 GDP(국내총생산)의 0.12%에 불과해 치명상을 가하기 어렵다.

그래픽=김현국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가 오히려 중국에 해가 된 측면도 있다. 우선 일본에서 반중(反中) 정서가 확산됐다. 지난 2월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일본인의 약 90%가 중국을 위협으로 인식한다고 답했다. 영국 BBC는 “중국은 제재(수산물 수입 금지)가 장기화되면 일본 정치권에서 중국을 겨냥한 안보 정책 강화 목소리가 나올 것을 우려했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 내수 시장에서 수산물을 조달하는 데도 불편은 많았다. 중국의 세관 당국인 해관총서에 따르면,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중단한 직후인 작년 9월부터 올해 7월까지 중국의 전체 수산물 수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0% 감소했다. 일본 수산물을 대체하기 위해 인도·아르헨티나 등에서 수입이 크게 늘었다. 특히 중국이 주로 일본에서 수입했던 가리비는 중국 내에서 유통 가격이 크게 올라 소비자의 부담이 커졌다.

반면 중국 내에선 일본 오염 처리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점차 작아졌다. 올해 1월 일본 유명 회전 초밥 체인인 ‘하마스시’가 베이징에서 오픈해 큰 인기를 끌었고, 지난달 문을 연 ‘스시로’의 베이징 매장은 대기 시간이 10시간에 달했다.

다음 달 퇴임을 앞둔 기시다 총리가 일부 양보를 결정하면서 양국 협상이 탄력을 받은 측면도 있다. 기시다는 이날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과 통화하고 IAEA의 감시 활동에 중국을 참여시키는 데 합의했다. 일본이 오염 처리수 시료 채취 등 감시 활동에 중국의 참여를 허용하는 대신, 중국은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재개하는 방안으로 양국이 해법을 찾은 것이다.

그간 중국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 처리수 방류가 시작되자 일본산 수산물의 수입 전면 금지 조치를 내리고, 자신들이 직접 오염 처리수의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독자적인 시료 채취를 허용할 것을 요구해왔다. 일본은 중국에 자국 수산물의 수입 재개를 촉구하면서도 독자 시료 채취 요구에 대해서는 ‘주권 침해’라며 거부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IAEA가 오염 처리수 감시 체제를 마련하면서, 일본은 ‘주권 침해는 허용 못 한다’는 명분은 살리면서도 중국에 실질적인 독자 조사권은 부여할 수 있게 됐다. 아사히신문은 “양국은 올 1월부터 처리수를 담당하는 관계자들끼리 물밑 협의를 진행했다”고 했다.

한편 우리나라 정부는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한 직후에 후쿠시마를 비롯한 8개 현에서 나오는 멸치·고등어·대구 등 50종의 수산물 수입을 금지한 바 있다. 이후 2013년 9월엔 같은 8개 현에서 생산되는 모든 수산물은 방사능 오염과 상관없이 일절 수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오염 처리수 방류가 시작된 이후로 일본산 수산물의 수입을 금지하는 추가 조치를 내리진 않았다.

우리나라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일본이 오염 처리수 방류를 시작한 이후부터 주기적으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소속의 전문가를 후쿠시마로 파견해 일본의 방류 절차를 감시하고 결과를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원안위는 또한 현지 감시 활동 외에도 우리나라 해역의 바닷물을 채취해 방사능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국내에 들어오는 선박이 담는 평형수(배의 균형을 잡기 위해 넣는 물)에 대한 방사능 검사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 방류가 시작된 뒤 진행된 검사에서 안전 기준치를 초과하는 방사능 수치가 나온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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