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늘리려고 3년간 매일 1500개씩 스쿼트…단타자 꼬리표 뗀 정민서 [임정우의 스리 퍼트]

임정우 기자(happy23@mk.co.kr) 2024. 9. 20.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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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KGA 주관 대회 1승 포함 톱10 9번
맹활약 펼치며 다음 시즌 국가대표 예약
2년 전까지만 해도 220야드 보내던 단타자
스쿼트·데드리프트 중량 총합 300kg 넘어
꾸준한 노력으로 평균 거리 270야드 기록
“KLPGA 투어 거쳐 LPGA 투어 누비고파”
한국 여자골프의 미래로 불리는 특급 기대주 정민서. 매경DB
단타자에서 장타자로 변신하기 위해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6학년까지 3년간 매일 스쿼트를 1500개씩 한 여고생이 있다. 지난달 제28회 최등규배 매경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 정상에 오르며 다음 시즌 국가대표를 확정한 정민서다. 스쿼트와 데드리프트 중량 총합 300kg을 넘게 드는 정민서는 꾸준한 노력에 힘입어 드라이버 샷 평균 거리가 260~270야드에 달하는 장타자로 거듭났다.

초등학교 3학년 때 골프를 시작한 정민서는 올해 기량이 만개했다. 대한골프협회(KGA) 주관 10개 대회에서 1승을 포함해 9번 톱10에 이름을 올린 그는 다음 시즌 태극마크를 다는 감격을 누리게 됐다.

지금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선배들의 드라이버 샷 평균 거리(237.54야드)를 훌쩍 뛰어넘지만 2년 전까지만 해도 정민서는 220야드 밖에 날리지 못하는 단타자에 불과했다. KLPGA 투어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를 누비는 목표로 갖고 있던 그에게 포기란 없었다. 정민서는 임팩트 순간 모든 힘을 집중시킬 수 있도록 스윙을 교정하고 근육량을 늘려 2년 만에 드라이버 샷 평균 거리 40~50야드를 늘리는 데 성공했다.

표면적으로는 단기간의 노력으로 보이지만 정민서는 오래 전부터 장타자가 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가장 공들였던 시기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6학년까지의 3년이다. 그는 장타자가 되기 위해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1500개씩 스쿼트를 했다.

정민서는 “초등학교 시절에는 드라이버 샷이 적게 나가 속상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주변에서 하체에 힘이 있어야 공을 멀리 칠 수 있다고 해 스쿼트를 시작했다”며 “당시에는 큰 효과가 없었다고 느꼈는데 최근 생각이 달라졌다. 드라이버 샷 거리 고민을 해결하는 데 그동안의 노력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체육관에서 데드리프트를 하고 있는 정민서. 정민서
지금도 주 3회 이상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있는 정민서는 스쿼트를 매일 1500개씩 하는 건 두 번 다시 못할 것 같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는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지만 거리를 정말 늘리고 싶어서 그랬던 것 같다. 운동을 좋아하는 편인데 초등학교 때처럼 할 자신은 없다. 매일 1500개씩의 스쿼트를 한 과거의 내 자신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강조했다.

정민서가 체육관에서 스쿼트와 데드리프트를 하는 것을 보면 입이 쩍 벌어진다. 두 가지 운동만으로도 중량 총합 300kg 이상을 들기 때문이다. 정민서는 “가장 많이 든 무게는 320kg이다. 꾸준히 운동을 하다보니 지금의 무게를 기록하게 됐다. 골프에서 1타를 줄이는 것처럼 웨이트 트레이닝을 할 때는 1kg을 늘려가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정민서가 꼽은 올 시즌 선전의 원동력은 미래가 아닌 현재에 집중하기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을 미리 고민하는 좋지 않은 습관을 갖고 있던 그는 올해부터 눈앞에 주어진 상황에만 몰두하는 선수로 변신했다.

정민서는 “부정적인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우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더니 올해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최등규배 매경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 때는 쟁쟁한 선수들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해 한 단계 올라서게 됐다”며 “넘을 수 없을 것처럼 보였던 한계를 하나씩 깨나가는 재미도 있다. 계속해서 발전하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가대표와 최등규배 매경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 우승 등 아마추어로서 이룰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달성한 정민서는 경쟁이 치열한 프로 무대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KLPGA 투어를 거쳐 LPGA 투어에 진출하는 계획을 세운 그는 단점이 없는 선수가 되기 위해 매일 새벽부터 늦은 오후까지 이어지는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정민서는 “골프를 잘 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그만큼 골프가 좋고 잘 하고 싶다”며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연습과 웨이트 트레이닝 등을 게을리 할 수 없다. 세계 최고가 되는 날까지 노력의 힘을 믿고 한 걸음씩 전진해보겠다”고 말했다.

정민서의 아버지 정일천 씨는 딸에게 단 한 번도 연습을 강요해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정 씨는 “매일 오전 6시에 연습장으로 가는 게 민서인데 먼저 깨운 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도 골프채를 놓지 않는 민서를 보면 기특하면서도 걱정이 되기도 한다. 앞으로 민서에게 바라는 건 단 하나다. 지금처럼 골프를 즐겁게 하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정민서가 골프에 전념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가족이다. 그는 “아버지와 어머니, 동생이 자신을 위해 희생한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특히 아버지와 어머니는 나를 골프 선수로 키우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셨다. 부모님께 보답하는 방법은 내가 프로 골퍼로서 성공하는 것 밖에 없다. 자랑스러운 딸이 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국내 유일의 골프 선수 출신 기자인 임정우 기자는 ‘임정우의 스리 퍼트’를 통해 선수들이 필드 안팎에서 겪는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한국 여자골프의 미래로 불리는 특급 기대주 정민서.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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