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세지는 ‘김건희 특검’ 여론에 더 깊어지는 검찰 고민

이혜영 기자 2024. 9. 20.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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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판과 동시에 시험대 오른 심우정…연쇄 난관 봉착 속 ‘與 특검 방탄’ 장담 못해
“1억 넘는 손실 본 사람은 기소, 23억원 수익 거둔 김건희 모녀에겐 관대한 검찰”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심우정 검찰총장(53·사법연수원 26기)이 등판과 동시에 시험대에 올랐다. 추석 연휴에 임기를 시작한 심 총장 앞에는 영부인 수사 결과를 예의주시하는 엄혹한 '밥상 민심'이 놓였다. 명품가방 사건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한 최종 처분을 앞두고 과감해진 김건희 여사의 대외 행보는 검찰의 외줄타기를 한층 더 출렁이게 만들었다. 검찰은 두 가지 사건 모두 국민적 의혹 없이 처리해야 하는 고차방정식 앞에 섰다. 이런 와중에 야권 주도의 '김건희 특검법'이 또 통과됐고, 김 여사 리스크를 '수비'하던 여당 내 균열까지 감지되면서 검찰 수사가 정국의 최대 분수령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심우정 신임 검찰총장이 9월19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로 출근하기 위해 관용차에서 내리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尹 정부 검찰 '시즌2'…1호 처분은 김 여사

"수사 역량을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부패·경제범죄에 집중시키겠다." 9월19일 대검찰청 취임식에서 나온 심우정 검찰총장의 일성이다. 2026년까지 2년간 검찰을 이끌게 된 심 총장에게는 반갑지 않은 '최초' 수식이 따라붙는다. 그는 역대 총장 가운데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연이어 처리해야 한다. 두 사건에는 공통점이 있다. 김건희 여사가 중심에 있는 만큼 어떤 결론이 나든 여론과 정치권, 검찰 전체가 요동칠 수밖에 없고 심 총장이 공언한 '국민을 위한 검찰'을 구현할 의지를 판단할 가늠자라는 것이다. 심 총장이 취임사에서 짚은 '부패'와 '경제' 관련 범죄 의혹이 드리운 사건이기도 하다.

'심우정호'의 1호 처분으론 명품가방 사건이 유력하다. 당초 검찰은 이원석 전임 총장의 퇴임 전에 이 사건을 마무리하려 했지만 돌발변수를 맞닥뜨리며 불발됐다. 앞서 이 전 총장이 직권으로 소집한 대검 수심위에서는 김 여사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권고했다. 검찰 내 대표적인 '친윤' 인사로 분류되는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이 전 총장에게 보고했던 것과 동일한 결론이다. 때문에 9월초 사건 종결이 유력했다.

그러나 최재영 목사가 별도로 수심위 소집을 요청하면서 사건은 9월24일 다시 심판대에 오르게 됐다. 검찰은 곧장 심의 대상(1차는 김 여사, 2차는 최 목사)과 내용에 차이점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현행 청탁금지법상 공직자의 배우자는 처벌할 수 없고, 뇌물이나 알선수재 혐의로 나아가기엔 대통령과의 직무연관성이 인정되지 않는 만큼 '김 여사 불기소 처분 방침' 자체가 틀어지진 않을 것이란 예고로 해석된다.

법조계에서도 동일한 전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심 총장이 역대 정부에서 요직을 거쳐 총장까지 오른 것은 무리수를 두지 않고 적이 없기 때문"이라며 "명품가방 사건은 법리적으로 처벌 근거가 빈약한 만큼 심 총장이 '뜻밖의 결과'를 내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문제는 무혐의 그 이후"라며 "특검을 벼르고 있는 야당의 '총장 흔들기'가 어느 때보다 셀 텐데 정치권과 용산의 외풍 속에서 안정적 검찰 조직 관리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심 총장이 진통 속에 명품가방 사건을 매듭짓더라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이라는 더 큰 난제가 기다리고 있다. 검찰은 '전주(全主)' 의혹으로 고발당한 김 여사를 4년 넘게 기소도, 무혐의 처분도 하지 않았다. 그간 검찰은 권오수 전 회장 등에 대한 2심 선고를 확인한 후 김 여사에 대한 처분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핵심 피고인들에 대한 법원 판단을 본 뒤 동일 사건 피의자의 처분 방향을 확정하겠다는 이례적인 '인내'다.

김건희 여사가 9월10일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서울 마포대교에서 경찰관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특검 앞두고 변죽만?…검찰, 주가조작 의혹 '선제 방어막'

결과적으로 검찰 수뇌부의 장고(長考) 전략은 악수(惡數)가 됐다. 9월12일 항소심 재판부는 전주 역할을 한 100억원대 투자자 손아무개씨의 방조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주가조작 의혹이 디올백 사건과 함께 굴러가게 되면서 검찰 스스로 더 큰 불쏘시개를 만들어낸 셈이다. 여기에 9월19일 야권 주도의 '김건희 패키지' 특검법이 국회 문턱을 넘었고, 여권 내에서도 김 여사 방어에 대한 '무용론'이 흘러나오며 상황은 더 악화됐다. 일단 검찰은 2심 선고 직후 '김 여사와 손씨는 다르다'는 방어막을 들고나왔다. 손씨는 불법행위를 인지한 정황이 뚜렷하고, 자금을 직접 운용한 반면 김 여사는 계좌를 일임해 시세조종 범행을 인지하지 못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이 내놓은 "계좌를 활용당한 것"이라는 해명과 같은 맥락이다.

이 같은 흐름은 문재인 전 대통령 일가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검찰 수사 동력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김 여사에 대한 무혐의가 연속으로 나오고, 심 총장이 들끓는 여론을 설득해 내지 못한다면 검찰을 향한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에 대한 의구심은 더욱 커지게 된다. 윤석열 정권의 남은 임기 대부분을 함께할 총장을 향한 비토도 거세질 수 있다.

'검찰 본연의 역할'을 강조한 심 총장의 의지는 수사지휘권 회복 시도로 확인될 전망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총장의 수사지휘권은 2020년 박탈됐다.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부인이 사건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 조치가 총장이 바뀐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이원석 전 총장이 수사지휘권 복원을 요청했지만 법무부는 거부했다. 김 여사에 대한 출장 조사가 이뤄졌을 때 이창수 지검장의 '총장 패싱' 및 '사후 보고'의 근거가 되며 내부 갈등을 촉발하기도 했다.

김 여사가 주가조작 세력의 범행을 인지한 정황은 판결문 곳곳에 드러나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2010년 11월 공범들이 "12시 3300(원)에 8만 개 때려달라 해주셈"이라는 대화 직후 김 여사의 대신증권 계좌에서 동일한 수량과 액수의 주식이 매도됐다며 이를 '통정매매'로 적시했다. 김 여사 명의로 된 3개의 계좌가 총 48회에 걸쳐 주가조작에 이용됐다는 판단도 내렸다.

또 김 여사가 증권사 직원에게 "그분(1차 작전 선수)한테 전화 들어왔죠"라고 되묻는 통화내역 등도 확보된 상태다. 1·2차 시기로 나뉜 범행에서 공통적으로 활용된 계좌도 김 여사와 그의 모친 최은순씨 명의가 유일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최재훈 부장검사)는 최근 최씨를 포함해 전주 91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처분을 검토 중이다. 

검찰 출신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주가조작으로 1억원 넘는 손실을 본 손씨는 기소하고, 23억원의 수익을 거둔 김건희·최은순 모녀에겐 관대한 검찰을 납득할 국민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며 "주가조작 차트에는 개인투자자들의 피눈물이 서려 있다. 윤 대통령이 부르짖던 반국가세력에 죗값을 묻기 위해서라도 김건희 특검법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취임과 동시에 '살권수'(살아있는 권력 수사)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 심 총장은 "범죄로부터 1원의 수익도 못 얻게 해야 한다"며 "수사는 어떠한 외부의 영향이나 치우침 없이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서만 결정돼야 한다"는 원칙론을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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