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장국영 팬들, 홍콩 민주화운동에 뛰어든 사연?[알쓸공소]
홍콩영화 추억과 민주화운동 엮은 작품
'영웅본색' '천녀유혼' 패러디로 웃음 선사
홍콩 통해 한국 근현대사 조명 흥미로운 서사
홍콩영화 이야기를 꺼낸 건 홍콩영화에 대한 추억을 가득 담은 연극 한 편이 최근 무대에 올라서입니다. 지난 5일부터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 세실에서 공연 중인 연극 ‘굿모닝 홍콩’입니다. 한국 근현대사를 다룬 연극을 꾸준히 선보여온 극단 명작옥수수밭이 2022년 초연한 작품인데요. 초연 당시 줄거리가 흥미로워서 보고 싶었으나 기회가 닿지 않았는데, 이번에 재공연을 하면서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2019년 홍콩을 찾은 ‘장국영을 사랑하는 모임’
공연장부터 장국영과 홍콩영화의 추억이 가득 느껴집니다. 공연 시작 전 장국영이 부른 노래가 흘러나오는데요. 무슨 노래인지 궁금해서 찾아보니 장국영, 주윤발이 출연한 오우삼 감독의 영화 ‘종횡사해’ 주제가 ‘풍계취속’입니다. 공연 첫 장면도 익숙합니다. 영화 ‘영웅본색2’에서 장국영이 연기한 송자걸의 마지막 장면이 무대 위에서 그대로 펼쳐지죠. 홍콩 느와르 특유의 총격 신이 무대에서 펼쳐져 눈이 휘둥그레 해집니다. ‘아비정전’, ‘패왕별희’, ‘백발마녀전’, ‘해피투게더’ 등 장국영의 대표작도 공연 내내 끊임없이 언급됩니다. 특히 공연 중반부에 등장하는 ‘천녀유혼’ 패러디 장면은 ‘굿모닝 홍콩’의 백미죠. 배우들이 온몸을 내던지며 펼치는 열연을 보다 보면 영화도 덩달아 보고 싶어질 정도입니다.
이쯤 되면 ‘굿모닝 홍콩’이 단순히 장국영과 홍콩영화를 추억하기 위해 만든 연극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극단 명작옥수수밭의 전작들을 살펴보면 충분히 예상 가능한 스토리입니다. 극단 명작옥수수밭은 ‘명작이 옥수수처럼 풍성하게 열리는 밭’의 줄임말로 극작가 겸 최원종이 이끄는 단체인데요. 그동안 ‘한국 근현대사 재조명 시리즈’로 ‘타자기 치는 남자’, ‘깐느로 가는 길’, ‘패션의 신’, ‘메이드 인 세운상가’ 등을 발표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깐느로 가는 길’을 예전에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습니다. 1998년을 배경으로 ‘한국영화 마니아’로 알려진 북한 김정일의 지령을 받은 남파간첩이 한국에서 영화를 찍으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작품이었습니다. 영화사와 남북 분단의 현실을 절묘하게 녹여낸 이야기가 흥미진진했죠.
반복되는 역사, 시공간을 이어주는 문화의 힘
아쉬운 점도 없진 않았습니다. ‘장사모’ 멤버 중 한 명을 여성 동성애자로 설정한 부분은 ‘굳이?’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소극장 연극인데도 무려 19명의 배우가 출연하다 보니 장면 전환이 어수선한 느낌도 없지 않았습니다. ‘장사모’ 멤버들이 왜 장국영에 매료됐는지에 대한 묘사도 조금 더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소극장 연극임에도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하는 작품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장국영, 그리고 홍콩영화에 추억이 있다면 많은 장면들이 즐거울 것입니다. 장국영과 홍콩영화에 대한 추억이 없다고요? 하지만 누구나 마음속에 오래전 좋아했던 영화, 배우 등은 하나쯤 있지 않을까요. ‘굿모닝 홍콩’은 추억과 지금 시대를 함께 이어주는 작품입니다. 공연은 오는 27일까지 이어집니다.
장병호 (solan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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