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7년 만에 유류할증료 손본다… “탑승률·기종 등 반영 검토”

항공기 연비도 따져 유류할증료 결정할 듯
유가 변동에 영향 덜 받는 ‘안정성 확보 방안’도 검토

국토교통부가 항공권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유류할증료 체계를 7년 만에 손질한다. 최근 유가 변동성으로 소비자들의 항공료 부담이 커지자, 항공기의 탑승률과 항공기의 효율성 등을 반영해 유류할증료를 조정하려는 것이다.

20일 정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최근 ‘국제선 유류할증료 개선 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국토부는 항공사와 소비자 모두에게 합리적인 부과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2016년에 도입된 거리비례 구간제가 현재의 항공시장 상황에 적합한지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서 아시아나항공 항공기가 대한항공 항공기 앞을 지나고 있다. /뉴스1

국토부는 지난 7년간 항공 노선과 운항 횟수, 여객 수가 크게 증가한 만큼 현행 유류할증료 부과 기준이 여전히 적절한지 점검할 계획이다.

항공여객 유류할증료는 유가 급등 시 항공사의 비용 증가를 상쇄하기 위해 운임에 추가해 부과하는 요금이다. 항공사 운영비용의 30~35%가 연료비인 만큼 유가가 오르면 항공사의 부담도 커진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를 때 약 3100만달러(약 43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유류할증료 덕분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항공사들은 유가 상승 부담을 항공권에 일부 전가할 수 있다.

현재 유류할증료는 2016년 도입된 ‘거리비례 구간제’에 따라 항공사들이 자체적으로 조정해 산정하고 있다. 거리비례 구간제는 항공기 이동 거리에 비례해 할증료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싱가포르 항공유(MOPS)의 갤런당 평균값이 150센트를 넘을 때 총 33단계로 나누어 할증료를 부과한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뉴욕까지의 거리는 약 6865마일로 대한항공은 이 구간에 대해 10월 기준 9만2400원의 유류할증료를 부과하고 있다. 항공사별 유류할증료 기준은 거리 구간 설정에서 차이가 있다. 서울-로스앤젤레스(LA) 구간의 경우 대한항공은 대권거리 5000~6499마일 구간으로 분류해 유류할증료 7만4200원을 부과하고, 아시아나항공은 5000마일 이상 구간에 포함해 7만2200원을 부과한다. 이처럼 같은 LA에 가더라도 항공사별로 거리 구간 설정이 다르기 때문에 유류할증료에도 차이가 발생한다.

유류할증료는 매달 국제 유가 시세를 반영해 항공사에서 결정한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등 국내 항공사들은 현재 1만1000원 수준인 국내선 유류할증료를 다음 달 7700원으로 인하할 예정이다. 이는 최근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조치이지만, 유가가 상승할 경우 유류할증료는 다시 인상될 수 있다.

국토부는 유가 변동에 지나치게 영향을 받지 않도록 장기적인 안정성을 확보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항공사별·노선별 유류할증료 차이를 분석하고, 산정 방식을 개선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우선 탑승률이 높아지면 승객 1인당 유류할증료 부담이 줄어들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다. 연비도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국토부는 연비가 좋은 최신 항공기를 도입한 경우 유류할증료를 덜 부과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급변하는 국제 유가 시장과 경제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유류할증료 체계를 마련하려 한다”며 “항공사와 화주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최종적으로 유류할증료 부과 체계를 개편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