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삐 폭탄' 들킬 뻔했다? '보복' 의지 헤즈볼라는 통신 전멸
"이 범죄 행위는 중대한 테러 작전이며 전쟁 선포와 다름없다."(헤즈볼라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
이스라엘이 이틀간 호출기 및 무전기를 무차별 폭발시킨 데 이어 하루 뒤인 19일(현지시간)에는 레바논 남부의 헤즈볼라 발사대 100개와 무기 저장 시설을 공격했다. 이제 이스라엘은 북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정조준하고 있다. 하마스의 10·7 공격 다음날부터 시작된 헤즈볼라의 공격에 집을 잃은 이스라엘 북부 주민 6만명의 귀환시키는 게 목표다.
19일 헤즈볼라를 향한 공습은 전보다 더 광범위했고 헤즈볼라 지도자인 나산 하스랄라의 TV연설과 거의 동시에 진행됐다. 나스랄라는 이스라엘의 전자기기 폭탄 공격을 "범죄"이자 "중대한 테러 작전"이라며 보복을 약속했다. 17~18일 이틀간의 폭발로 37명이 죽고 3000명 이상이 다쳤다. 헤즈볼라는 자체 내부 통신에도 큰 타격을 입었다.
나스랄라는 이날 연설에서 "레바논 전선은 가자에서의 전쟁이 끝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유일한 해결책은 공격을 멈추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국방부 장관을 향해 "이스라엘 사람들을 북부 이스라엘로 안전하게 돌려보낼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이 우리 사이의 도전"이라고 말했다.
헤즈볼라 역시 이날 폭발성 드론을 포함한 투사체를 이스라엘 북부로 계속 발사했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이날 폭격으로 일부 이스라엘인이 부상을 입었고, 헤즈볼라와의 전투로 인해 이스라엘 군인 2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헤즈볼라는 통신시스템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가 파괴돼 지휘 및 통제를 재편성해야 할 복잡한 과제에 놓여있다. 보안상 구멍을 찾고 구성원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앞서 7월에도 이스라엘은 수십년간 레바논 국민 대부분에게 비밀로 유지됐던 헤즈볼라 최고 군사지휘관 푸아드 슈크르를 사살했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지금까지 전쟁 중 헤즈볼라 구성원 480명이 사망했고, 그 중에는 약 20명의 고위 지휘관이 포함돼있다. 무엇보다 이번 기기 폭탄 테러로 수백명의 헤즈볼라 구성원이 병원에 입원하면서 신원이 대중에게 노출됐다.
이스라엘의 이번 공격은 수개월간 이스라엘 지도부를 괴롭혀온 전략적 딜레마에 대한 답으로 읽힌다. 극우 정치동맹의 압력을 받는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를 상대로 '완전히 승리'할 때까지 전쟁을 끝내기 어렵다. 하마스가 협상 의지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가자 휴전이 없이 헤즈볼라와의 외교 협상도 어차피 불가능하다. 결국 하마스를 도우면 그 대가가 크다는 메세지를 무력을 통해 심어주는 쪽을 택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이스라엘 내부의 여론조사에서 국민 다수가 헤즈볼라와의 전면전은 전략적으로 필수라 보고 있다. 북부 이스라엘 주민이 안전하게 귀환하려면 레바논 내부에 안전 구역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문제는 충돌의 시기와 규모다. 이스라엘 정부 논의에 익숙한 소식통은 남부 레바논에 초점을 맞춘 제한적 작전과 더 광범위한 공세에 대한 논의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어느 쪽이든 지상에서 기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지상전이 필수적이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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