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자와 떠난 자 의견 갈려… 대전협 내부 와해?
20일 뉴스1에 따르면 박단 비대위원장은 지난 18일 자신의 SNS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유감"이라며 "단 한 번 비공개 만남 이후 대한전공의협의회는 한 대표와 소통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비대위원장은 "읍소는커녕, 단 한 번 비공개 만남 이후 대전협은 한 대표와 소통한 적 없다"며 "거짓과 날조 위에 신뢰를 쌓을 수는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에 대해 "오해 소지가 있다"며 "의료계와 적극 소통 중"이라고 해명했다.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국회 소통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저희가 전공의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는 의료계 단체 주요 인사들과 만나 간접적으로 사직 전공의의 어려움을 청취했다"면서도 "현재 어느 (의료)단체도 대표성을 갖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전문의 단체의 대표성을 두고 오간 설전에 대해 전공의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지난 12일 기준 전체 임용대상자 전공의 1만3531명(인턴·레지던트 포함) 중 수련병원에서 근무 중인 전공의 수는 1187명(8.8%)이며 사직 후 일반의 신분으로 종합병원과 병·의원에 취업한 전공의 수는 2940명이다. 나머지 1만명에 가까운 전공의들은 해외 취업과 개업 등을 고려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쯤 되니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와해 수준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게 병원에 남은 전공의들의 입장이다. 전공의들이 다 떠난 대한전공의협의회의는 의미가 없고 그 대표자인 박단 비대위원장도 대표성이 없다는 주장이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 전공의는 "박 비대위원장은 이미 사직 처리가 됐기 때문에 전공의들을 대표할 수 없다"며 "의료진 블랙리스트인 '감사한 의사' 등으로 인해 병원에 남은 전문의들과 일반의인 동기끼리 심적 거리가 멀어졌다"고 말했다.
또 한 의료단체 간부는 "병원을 나간 전공의들은 이미 병·의원에 취업하거나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등 각자 자리를 잡고 있다. 대학병원에서도 사직 전공의들이 어디에 취업했는지 알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대전협 비대위가 대표성을 띠려면 여야의정협의체에서 협상 후 (사직 전문의들이) 병원으로 돌아가자고 결론이 나왔을 때 밖에서 일하는 전공의들이 다 따라 돌아와야 하는데 그렇게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대학병원에 남은 전공의들은 자신들의 대표자를 새로 뽑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박 비대위원장이 전공의 집단 사직에 앞서 제시한 7대 요구안과 현재 병원에 남아있는 전공의들의 이해관계가 달라졌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대전협은 의대 증원 2000명 계획과 필수의료 패키지 전면 철회, 의사 수계 추계 기구 설치, 수련병원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부당명령 철회 및 사과 등을 요구한 바 있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 전공의는 "당장 내년에 1년 차들이 대거 들어오게 되면 업무를 어떻게 나눠야 할지, 병원에서 약속한 만큼 의료진을 뽑지 않으면 어떻게 대응할지 등 논의할 내용이 많다"며 "의대 증원 또한 올해 입시가 어느 정도 진행된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사직 전공의들은 박 비대위원장이 여전히 전공의, 사직 전공의 모두를 대표한다고 본다. 지방 소재 대학병원에서 사직한 전공의는 "사직 전공의 중 절반 이상은 내년에 수련병원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3, 4년 차 전공의는 같은 연차로 복귀하고 싶어 한다"며 "처음부터 대표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박 비대위원장뿐"이라 주장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대전협 회칙을 고려하면 박 비대위원장이 아직까지는 대표자가 맞다는 분석이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 변호사는 "불신임 등 회장을 후속적으로 뽑으려는 조치가 없을 경우 현재로서는(박 비대위원장이) 대표 위치에 있는 것이 맞다"며 "하지만 회칙에 '임기 내 전공의 신분을 유지하는 범위 안에서 연임이 가능하다'고 돼 있는 만큼 사직 전공의 신분인 박 비대위원장이 내년까지 임기를 이어 나가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단 비대위원장은 2023년 9월1일자로 대전협 회장에 취임했고 회칙대로라면 지난 8월31일 임기가 끝났다.
박정은 기자 pje454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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