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지 못했던 ‘해외 유턴파’…권광민의 희망찬 9월
외야수 권광민(27·한화)은 지난해까지 1군 통산 98경기에서 홈런 2개를 쳤다. 올핸 12경기 4홈런을 때리며 이미 커리어하이를 찍었다. 홈런 4개 모두 9월에 나왔다. 지난 2년간 누적한 기록을 고작 10여일 만에 뛰어넘었다. 권광민의 현재 타격감이 그만큼 뜨겁다.
프로 유니폼을 입은 선수 중 사연 없는 선수는 없다지만, 권광민도 꽤나 힘든 길을 걸었다. 장충고를 졸업한 그는 KBO리그 대신 시카고 컵스와 입단 계약을 하고 메이저리그(MLB) 도전에 나섰다. 그러나 빅리그의 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고, 2019년 방출됐다.
한국으로 유턴한 권광민은 현역으로 병역을 마친 뒤 독립리그에서 프로의 꿈을 이어갔고, 2022 KBO 신인드래프트 2차 5라운드 전체 41순위로 한화의 지명을 받았다. 권광민에게 당시 리빌딩 중이던 한화는 기회의 땅이었다. 특히 빈약한 외야 뎁스는 한화의 오랜 고민이었다.
그러나 권광민은 프로 첫해 32경기 타율 0.225, OPS 0.641로 주어진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2년 차던 지난해엔 66경기 타율 0.151, 2홈런, OPS 0.499로 더 추락했다. 올시즌을 앞두고도 권광민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1군 스프링캠프에도 참가하지 못했고, 개막 엔트리에도 들지 못했다.
만약 이대로 시즌을 마치면 권광민의 팀 내 입지는 더 좁아질 가능성이 컸다. 2군에서 기량을 갈고닦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젠 1군에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야 할 때였다. 이런 그에게 귀중한 기회가 찾아왔다. 확장 엔트리 시행에 따라 지난 3일 처음 1군에 등록된 권광민은 대수비, 대타로 시작해 어느덧 꾸준히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적은 기회를 잘 살린 점이 주효했다. 권광민은 7일 잠실 LG전과 11일 대전 삼성전에 대타로 나가 홈런을 터트렸다. 타석에서 집중력을 좋게 본 김경문 감독은 14일 사직 롯데전부터 권광민을 선발 라인업에 넣고 있다. 권광민은 지난 19일 창원 NC전에 2번 타자 좌익수로 출전해 5타수 3안타(1홈런) 4타점을 기록, 팀의 7-6 승리에 앞장섰다.
권광민은 9월 한화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다. 12경기 타율이 0.433에 달한다. 본래 강점으로 평가받는 장타력이 불을 뿜으며 OPS는 1.481을 기록 중이다. 김 감독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사령탑의 눈에 든 권광민이 마주한 상황은 입단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화는 지금도 상수로 둘 외야수가 마땅치 않다.
정규시즌이 종료될 때까지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다음 시즌 대비를 위한 마무리캠프와 스프링캠프에서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인다면 권광민의 다음 시즌 팀 내 입지도 달라질 수 있다. 권광민에겐 여러모로 희망찬 9월이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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