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들, 진료 업무 과부하에…‘연구·임상’ 할 시간도 없어

임재희 기자 2024. 9. 20.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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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9∼10월에 국제학술대회를 여는 대한당뇨병학회는 올해 약 680편의 논문 초록(논문 요약본)을 접수했다.

올해 당뇨병학회 학술대회 논문 심사에 참여한 곽수헌 서울대병원 교수(내분비대사내과)는 한겨레에 "여러 교수가 당직을 서고 진료 부담이 증가하다 보니까 연구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줄었다"며 "지금 당장은 진료에 어려움만 있지만, 이런 연구에 대한 어려움이 내년과 내후년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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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학회·의사협회 발행 영문학술지
1∼8월 게재 논문 작년보다 25% 줄어
의료 공백 장기화 영향…환자 우려 커져
지난 8월 서울의 한 대형 병원에서 의료진이 걸어가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다. 연합뉴스

해마다 9∼10월에 국제학술대회를 여는 대한당뇨병학회는 올해 약 680편의 논문 초록(논문 요약본)을 접수했다. 이 가운데 550편은 국외 연구자가 보낸 것이고, 국내 초록은 4분의 1인 130편 정도에 그쳤다. 국내에서 200편가량이 제출되던 예년에 견줘 수가 확 줄었다. 학회 관계자는 “학회가 경주에서 열렸던 지난해보다 서울에서 열리는 올해 국외에서 초록이 많이 들어왔다”며 “국내 참여도 늘어야 하는데 그만큼 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올해 2월 전공의 집단사직에서 시작된 의료 공백 사태가 7개월 넘게 이어지며, 그 여파가 의료 현장의 혼란을 넘어 의학 연구와 임상 감소로 나타나고 있다. 새로운 치료법이나 약물, 그에 필요한 의학적 근거를 찾는 데 차질이 생기면 환자 진료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한의학회와 대한의사협회가 발행하는 영문학술지(JKMS)에 올해 1∼8월 최종 게재된 논문도 305편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08편보다 25.2% 감소했다. 지난해까지 대한의학회 학술지 누리집에는 매주 6~7편이 실렸지만 올해는 3편 정도가 올라온다. 의료계는 2월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의대 교수들의 진료 업무가 늘면서 연구 감소로 이어졌다고 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의대 교수들은 외래 진료나 수술이 없는 날 연구를 하거나 논문을 썼다. 그러나 올해 2월 이후 전공의 대신 당직 업무까지 맡으면서 연구할 여력이 부족해졌다는 것이다. 논문을 학술지에 실으려면 작성한 뒤 동료 평가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논문 검토할 여력도 없는 상황이다.

올해 당뇨병학회 학술대회 논문 심사에 참여한 곽수헌 서울대병원 교수(내분비대사내과)는 한겨레에 “여러 교수가 당직을 서고 진료 부담이 증가하다 보니까 연구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줄었다”며 “지금 당장은 진료에 어려움만 있지만, 이런 연구에 대한 어려움이 내년과 내후년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연구도 차질이 우려된다. 의료진의 연구 여력이 줄어든 데다, 전공의 집단 사직 이후 병원들이 진료 부담을 덜기 위해 신규 환자를 줄이면서 임상시험 참여자를 모으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청한 국내 제약업계 관계자는 “임상시험은 통상 주임 교수가 진행하지만, 그 과정에서 전공의들이 많이 지원한다”며 “지금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에서 많이 빠진 상태라 임상 시험 과정 자체가 차질을 빚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고 말했다.

기존 약물로 치료를 기대하기 어려운 환자들은 걱정이 커질 수밖에 없다. 김성주 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쓸 약이 없어 임상시험이 필요한 환자들 사이에선 ‘몇 달 전부터 임상을 권하는 경우가 없어졌다’는 얘기가 나왔다”며 “응급실처럼 눈에 보이는 환자 피해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피해도 쌓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논문과 임상시험 감소가 의학 연구 후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한의학회 학술지 간행이사인 유진홍 가톨릭 의대 교수(내과)는 “의학 연구 침체는 그 나라 의과학 수준과 연결된다”며 “우리나라 의학 연구 수준이 국제적으로 인정 못 받는 상황까지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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