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들, 주중 일본어린이 피습 사망 사건에 직원 파견 축소 등 교류 축소 고려
【베이징=이석우 특파원】중국과 일본 관계가 일본인 초등학생 피습 사망 사건으로 다시 흔들리고 있다.
중국 남부 광둥성 선전에서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찔린 10살 된 일본인 초등학생이 하루 만에 숨지면서 재중 일본인들에게 안전 비상 속에 동요하고 있다. 중일, 양국 관계는 교류 축소 등 악영향이 불가피하게 됐다.
20일 주중일본대사관과 주중일본상공회의소 등에 따르면, 중국에 진출해 있는 일본 기업들은 주재원과 가족 안전을 우선하라는 통지를 보냈다. 최근 몇 년 새 악화일로에 있던 양국 관계가 침체된 가운데 대중 리스크가 다시 부각됐다. 일부에서는 주재원 감축 및 투자 계획 철회 등 교류 축소 등의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피해자 부모가 근무 중인 파나소닉홀딩스(HD) 등은 파견자와 가족들의 일시 귀국을 허용하면서 안전 대응에 부심하고 있다. 적지 않은 일본계 진출 기업들은 사원들에게 회사 부담으로 일본인 종업원과 가족들의 일시 귀국 등을 돕겠다고 밝혔다.
상담 창구를 설치한 것 외에 재택 근무나 근무 시간 변경 등 유연 근무 방법도 도입했다.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늘리자는 취지에서이다.
앞서 지난 6월 중국 동부 장쑤성 쑤저우시에서 하교하는 자녀를 맞으러 나간 일본인 모자 등 3명에게 중국인 남성이 흉기를 휘두른 사건이 발생한 뒤 3개월 만에 귀가하는 일본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범죄가 재발한 것이다.
6월 피습 사건 때에는 괴한의 범행을 막으려던 일본인학교 스쿨버스 승무원이 칼에 찔려 사망했었다.
이 처럼 중국 주재 일본인 주재원 자녀를 겨냥한 범죄가 잇따르자 "먼저 빨리 가족 만이라도 일본에 귀국시키겠다"라고 하는 일본 기업 주재원들도 늘고 있다.
중국 주재 일부 일본계 회사들은 "잇따라 아이들을 겨냥하고 노린 폭력 사건이 이어지고, 사망 사건까지 이르자 주재원 파견 제도와 가족 동반 문제를 재검토해야 할 단계"라고 밝히고 있다.
사망 피습 사건이 발생한 광둥성 선전시 인근의 광저우시에 공장을 둔 혼다는 "가족대동 직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면서 "향후 대응을 검토하겠다"라고 밝혔다. 광둥성은 중국의 공장으로 불리는 제조업의 메카로 자동차 등 일본계 대기업들이 대거 진출해 있다.
닛산 자동차도 "주재원들의 개별 청취를 진행하고 있으며 아동이 다니는 학교의 안전 관리 상황도 확인중"이라고 밝혔다.
일본 기업과 재중 일본인 상주인구는 계속 줄고 있는 상황으로 중국주재 일본인 수는 최고점을 찍은 2012년 15만명 대에서 30% 가량 준 10만 여명 대로 내려갔다. 기업 수도 최고 시점에 비해 10% 가량 줄어들었다.
주중일본대사관은 "우리는 사태를 엄중하게 인식한다"면서 "중국 정부가 중국에 있는 일본 교민을 보호하는 데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고 진상을 규명하길 진심으로 희망한다"라고 밝혔다.
피해 학생은 전날 오전 등교 도중 학교 교문에서 약 200m 떨어진 곳에서 괴한 습격을 받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중국 당국에 따르면 숨진 학생은 일본 국적이고, 부모는 각각 일본과 중국 국적이다.
사건 당일 중국 외교부는 남성 용의자를 현장에서 붙잡았다고 밝혔으나 이 남성이 '증오 범죄'를 저지른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 중"이라며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일본 외무성은 우장하오 주일 중국대사를 초치해 심각한 우려를 전달하는 한편 중국 내 일본인 안전 확보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요구했다.
사건 당일은 일제가 1931년 만주 침략 전쟁을 개시한 만주사변(9·18사변) 93주년을 맞아 중국 당국이 일제의 전쟁 범죄와 식민지 침탈 등을 강조하던 시점과 맞물리기도 했다.
일각에선 중국이 오랜 기간 학교 교육 등을 통해 일본을 비판하면서 애국·역사의식을 고취해왔다는 점과, 오염수 방류 문제나 동·남중국해 갈등 등으로 일본에 대한 중국 국민들의 감정이 나빠져 왔었다.
NHK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지극히 비열한 범행으로 중대하고 심각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중일 관계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서는 "현시점에서 예단을 갖고 말하는 것은 삼가겠지만, 우선 중국 측에 사실관계 설명을 강력히 요구할 것"이라며 "일본인의 안전 확보와 재발 방지를 중국 측에 요구하면서 일본 정부로서도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나가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june@fnnews.com 이석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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