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김영선 폭로, 내용 빈약…공천 요청은 칠불사 현장에서 거부”

유태영 2024. 9. 20.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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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불사에서 ‘완결성 없다’ 판단
당 관계자들도 전부 부정적 반응
2022년 공천은 공관위에 위임”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20일 김건희 여사가 4·10 총선 공천에 개입했다는 한 언론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지난 3월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을 만났으나 폭로 내용이 빈약했고, 김 전 의원의 비례 공천 요청도 현장에서 거절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이 불거진 2022년 6·1 재·보궐선거에서 김 전 의원이 경남 창원의창 지역구 공천을 받은 데 대해서도 자신은 관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4·10 총선 기간 개혁신당에서, 6·1 재·보선 당시에는 국민의힘에서 당대표를 맡았었다.

이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총선을 앞둔 올해 3월1일 있었던 김 전 의원과의 경남 하동 칠불사 회동 전후 과정을 설명했다. 앞서 뉴스토마토는 김 전 의원이 이 의원 등 개혁신당 관계자들을 칠불사에서 만나 김 여사의 공천 개입 내용이 담긴 텔레그램 메시지 폭로를 조건으로 개혁신당 비례대표 1번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연합뉴스
이 의원은 2월29일 오전 8시44분 김 전 의원 측 관계자로부터 ‘김 전 의원이 중요한 것을 알고 있으니 직접 만나보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했다. 김 전 의원을 만나지 않고는 캡처사진 등을 확인할 수가 없어 이 의원은 당일 일정을 마친 뒤 밤시간에 칠불사로 이동했다. 도착 시간은 3월1일 새벽 1시쯤이었다.

김 전 의원을 만나 확인한 결과 “내용이 빈약하다(완결성이 없다)”는 게 이 의원 판단이었다. 이 의원은 “당시 김해에 공천을 신청한 김 전 의원 결과도 안 나왔고, 창원에 공천을 신청했다는 사람의 결과도 안 나와서 (김 전 의원) 주장과 맞지 않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개혁신당 비례대표 앞 순위를 달라는 김 전 의원 요청은 현장에서 거부했으며, 공천권은 김종인 공천관리위원장에게 있다고 말했다고 이 의원은 덧붙였다.

이 의원은 운전자 휴식 후 3월1일 새벽 4시쯤 칠불사를 출발해 상경했다고 한다. 그날 오후 2시에는 금태섭 전 의원의 종로 선거사무소 개소식이 있어 다수의 개혁신당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 의원은 이 자리에서 김 전 의원의 폭로 내용을 공유했으며, “아무리 생각해도 약하다”고 생각한 이 의원과 마찬가지로 모두가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고 한다.

금 전 의원 사무소 개소식 때 상황에 대해서는 개혁신당 조응천 전 의원도 비슷한 취지의 언급을 했다. 조 전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개소식을 끝내고 후보 방에 모여 얘기를 했다. 김 전 의원이 김 여사 말을 듣고 (지역구 공천 신청을) 김해로 옮겼는데 컷오프돼 완전히 열을 받았고, 관련 증거도 있다는 취지의 내용이었다”고 했다.

김 전 의원이 기자회견을 통해 이를 폭로할 테니 개혁신당에서 비례 3번을 달라는 요청을 해온 것으로 조 전 의원은 기억했다.

해당 내용을 들은 조 전 의원은 당시 “명색이 당명에 개혁이라는 걸 넣었는데 이런 식으로 하는 건 맞지 않다”며 “내용이 뭔지 파고들 필요도 없이 굉장히 구리다. 구정치 냄새가 난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죄송하지만 김 전 의원이 그렇게 개혁에 부합하는 것 같지 않고, 우리 당이 지금 새로 만들어져서 어렵게 싹을 키우려고 하는데 이런 식으로 했다가는 앞날이 없다. 저는 그거 안 된다라고 얘기를 했다”며 “저뿐 아니라 다른 분들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던 걸로 생각이 된다”고 덧붙였다.

두 차례 비례대표를 거쳐 2004∼2012년 경기 고양에서 지역구(일산서구) 의원을 지낸 김 전 의원이 10년 만인 2022년 보수 텃밭인 경남(창원의창)에서 보궐선거 공천을 받은 것을 두고 뉴스토마토는 김 전 의원 측근 명모씨의 음성이 담긴 파일을 입수했다며 ‘김 전 의원이 윤 대통령 부부로부터 공천 약속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이 의원은 “보궐선거 공천은 전적으로 공관위 위임”이었다면서도 김 전 의원이 공천을 받게 된 과정을 비교적 소상히 설명했다.

그는 “경남은 헌정사 이래 한 번도 여성 지역구 의원이 배출된 적이 없어 여성 국회의원 배출에 대한 요구가 있다고 공관위에서 판단, 민주당에서 도의원을 지낸 전문직 여성후보를 공천한다는 이야기가 있어 중량감 있는 전직 다선의원을 공천한다고 공관위에서 결정”했다며 “김 전 의원은 경남 출신(거창)이고 이미 경남에서 도지사·국회의원 선거에 여러 번 도전한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전 의원이) 서울대 법대 출신 법률가로 상대 후보에 비해 지역주민에게 어필하기 강한 후보로 판단”했다며 “(당시는) 수조물 시음 사건 이전으로 대중에게 부정적 이미지는 없었다”고 했다.

당시 공관위원장이었던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전날 입장문을 내고 “한마디로 소설같은 이야기”라며 “공천 과정에서 어떤 외압도 없었다. 명씨의 허장성세를 교묘하게 짜집기한 녹취파일에 기반한 근거없는 폭로가 사실인양 보도되는 상황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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