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서 9·19선언 기념식…"평화의 길로" 한 목소리(종합)
문재인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한국 패싱' 우려"
"신냉전 속 국익 중심 북핵 협상·외교전략 등 필요"
[무안=뉴시스] 송창헌 기자 = 2018년 평양에서 체결됐던 '9·19평양공동선언'을 기념하기 위한 6주년 행사가 광주에 이어 20일 전남에서 열렸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참석자들은 신냉전과 격변하는 국제정세 속에 한반도 평화와 남북·북미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 과정에서 대한민국이 '패싱'되지 않고 주도적 위치를 확보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한반도 비핵화보다 비확산을 전제로 한 새로운 외교·협상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평화, 가야 할 그날'을 주제로 목포 호텔현대 바이라한 컨벤션홀에서 열린 이날 전남평화회의에는 문 전 대통령과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영록 전남지사, 김희중 대주교, 정세현·임동원 전 통일부장관, 박지원·정동영·김준형 국회의원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기념식은 김 지사의 개회사에 이어 김 전 총리와 김 대주교의 환영사, 문 전 대통령의 기조연설 순으로 진행됐다.
문 전 대통령은 "미국의 대선 이후 새 정부가 출범하면 북미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이 있는데 우리가 패싱당하고 소외될 가능성이 없지 않아 우려스럽다"며 "대화를 외면하고 대결만 고집하다가는 지붕만 쳐다보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남북, 북미 관계는 선순환 돼야 하고, 우리가 주도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한반도 상황과 관련해선 "9·19 군사합의는 파기됐고, 언제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지 모르는, 한국전쟁 이후 가장 위험한 상황"이라며 "우리에게 평화보다 절실한 과제는 없다. 상대가 좋든 싫든 안보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대화노력이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김영록 지사는 "한·미·일, 북·중·러 간 대결구조가 고착화되고 남북간 대립과 갈등이 위험수위를 넘으면서 9·19 선언에서 합의했던 평화의 울타리가 사라지고 냉전시절로 되돌아가 안타깝다"고 밝힌 뒤 "남북평화 이어달리기에 전남도가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김부겸 전 총리도 "강대강 대치 속에 남북관계가 파탄상태"라며 "9·19 정신을 되새겨 한반도 평화를 위해 남북이 협력할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 대선과 한반도 질서 변화', '달라진 세계 한반도 평화의 미래'를 주제로 진행된 2개의 토론세션에서는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질서의 변화와 현 정부의 외교전략 부재 등을 언급하며 국익 중심 평화 협상과 전략의 필요성이 집중 부각됐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고, 미국은 비핵화가 아닌 비확산을 전제로 북핵 협상을 진행, 결국 군축 협상으로 넘어갈 것인데 그 과정에 우리는 협상테이블에 들어가지도 못할 수 있다"며 "비확산 전제로 한 한반도 군축 협상에 우리가 빠지지 않기 위해 전략을 짜고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 명예교수도 영상메시지를 통해 북핵 협상 기회를 놓친 지난 미국 정부를 비판한 뒤 "오늘날 북한은 핵무기와 미사일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어서 해결하기 매우 어렵게 됐다"며 "언젠가 미국은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북한과 다시 협상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외교 전문가인 김준형 의원은 "미중간 전략적 대립, 경제안보화, 악화되는 남북관계, 미국이기주의, 지구촌 신냉전 모두 우리에게 이롭지 않은 상황들"이라며 "새로운 외교전략과 함께 국익을 위한 평화운동에 더 늦기 전에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박지원 의원은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공화당 모두 정강정책에서 '한반도 비핵화'하는 문구가 삭제되고 사라졌다"며 "어느 당이 집권하든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고 군비 축소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교류와 협력은 김대중 햇볕정책의 핵심이고 한반도 평화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7차 핵실험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가 대북 전단과 확성기로 '되로 주고 말로 받는' 대북정책을 펴고 있다"는 비판도 쏟아냈다.
정동영 의원은 "1동맹(한미), 1기본(남북기본합의), 3협력(미·중·러) 등 113 외교안보 기본체제가 3적대(북·중·러), 1동맹, 1중심(일본) 등 311체제로 바뀌면서 경제영토는 쪼그라들고 부채살외교는 접혔다"며 "민주정부 4기 출범으로 2005년 9·19, 2018년 9·19 두 기둥을 되살려 내야 하고, 부채살 외교, 결기외교를 펼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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