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묵은 바이오 기업 법차손 문제, 개선 시급…美 제도는 달라"
최수진 의원, '첨단바이오 산업 혁신성장' 토론회 개최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신약 개발사 등 바이오 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낡은 규제 중에 하나로 꼽혔던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 문제에 대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의견이 나왔다.
김석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첨단바이오 산업 혁신 성장 사다리 구축을 위한 트레일블레이징 뉴 트레일'(TNT·Trailblazing New Trail)을 주제로 개최된 토론회에서 "바이오 기업 법차손 문제는 당장 해결할 수 있는 제도 중 하나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과 산업통상자원R&D전략기획단이 주최했다. 김석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바이오 스타트업 생태계, 어디까지 왔고 어디로 가야 하나?'를 주제로 발표했다.
법차손은 회계상 법인세비용 차감 전 계속사업 손실이 자본의 50%를 초과한 경우를 뜻한다. 한국거래소는 법차손 발생 요건이 최근 3년간 2회 이상 해당하는 기업을 '관리종목'으로 지정한다. 관리종목 지정 후 사유가 해소되지 않은 기업은 상장 폐지된다.
하지만 이는 실패 위험을 감수하고 장기간 신약 개발에 연구개발(R&D) 투자가 필요한 바이오 산업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규제로 지적돼 왔다.
김석관 선임연구위원은 "바이오 기업 특성상 적자 기업이 많다. 제도가 바이오 분야 특성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어 법차손 문제 등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바이오 기업들은 상장 유지를 위해 발등에 불이 붙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바이오산업 등과 관련한 제도가 만들어진 것이 30여년 지났다. 돌아볼 시기가 됐다"면서 "바이오는 IT와 다르다. 산에 올라가는 것에 비유한다면 바이오는 IT가 간 길을 따라가고 있었고, 중턱에 왔더니 이 길이 아닌 것 같다는 것을 알게 된 상황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바이오 분야는 위험관리가 부족한 생태계로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산업 중 하나다. 신약 후보물질 등 자산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임상 3상시험을 밀어붙이고 실패하면 큰 타격을 받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프로젝트에 문제가 드러나도 쉽게 포기하기가 어려워 무리하게 개발을 지속하는 상황이 이뤄지고 있다.
김 위원은 "바이오 분야 여러 가지 문제 해결을 위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면서 "미국 제도를 참고해 한국 바이오 생태계 2.0의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다. 창업자보다 이사회를 중심으로 경영하고, 벤처캐피탈(VC)의 경영 지배 투자를 허용하는 것 등이다"고 말했다.
이어 "증권집단소송 제도 발달이 전제될 시 주관사가 기업을 평가하고 투자자를 모집한 후 상장을 결정하는 자율상장 제도를 구축하고 시장 감독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 기업 비평이 발달하고 VC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는 VC가 위험 관리의 주체가 되고 이사회가 중심이 돼 회사가 경영된다. VC는 포트폴리오 투자와 관리로 위험을 분산할 수 있고 창업자는 투자 규모와 위험이 적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사회 조기 폐업 결정도 용이하다.
상장 제도는 주관사 책임하에 자율상장이 이뤄지고 있다. 조기 상장으로 초기 투자자 자금회수(EXIT) 경로를 제공하고, 최소한의 상장 유지 조건으로 장기간 적자를 용인하고 있다.
상장은 미간 자율에 맡기는 대신 강화된 감독이 이뤄지고 있다. 증권집단소송 제도가 있고, 정보비대칭성 해소를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 등이 활용되면서 공시 제도가 엄격하게 이뤄지고 있다.
김 위원은 "미국 제도는 현존하는 제도 중 바이오 문제를 해결하기에 가장 좋은 제도다. 미국 제도도 바이오와 맞지 않다고 하지만 우리나라보다는 낫다"면서 "국내 바이오 생태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장기적 지속가능성이 위협받는 순간이 올 수 있다. 생태계 발전 방법 중 하나는 미국 생태계와 연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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