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50 대기록에 첫 PS 진출까지, ‘한 잔’ 할 수밖에 없는 밤···오타니 “샴페인 맛 좋았다”
화끈한 대기록의 밤,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도 한 잔을 들이켰다.
오타니는 20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마이애미와 원정경기에서 홈런 3개와 도루 2개를 포함해 6타수 6안타 10타점 4득점을 기록하고 메이저리그 최초의 한 시즌 50홈런-50도루를 넘어 51홈런-51도루를 작성했다.
이날 20-4로 대승을 거둔 다저스는 1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까지 확정한 겹경사에, 경기 뒤 클럽하우스에서 선수단은 샴페인으로 건배를 했다. 가을야구 진출 축하 파티는 오타니의 대기록 축하 파티가 됐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과 선수들의 축하를 받은 오타니는 같이 건배를 했고 샴페인을 삼켰다.
오타니는 평소 야구밖에 모르고 술은 입에도 대지 않는 ‘성실남’이다. “술을 마셔봤자 달라지는 게 없기 때문에 술만 마시기 위한 술자리에는 가지 않는다”고 한 말은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오타니의 50홈런-50도루 달성일은, 비록 샴페인 한 잔이지만 오타니가 모두가 보는 데서 술을 마신 역사적인 밤이기도 하다. ‘데일리스포츠’ 등 일본 매체는 “오타니가 다른 선수들과 함께 유리잔에 있는 샴페인을 모두 마셨다”고 전했다.
오타니는 기자회견을 통해 “샴페인 맛은 좋았다”며 “포스트시즌은 계속 꿈꿔왔던 무대인데 처음으로 나갈 수 있게 됐다. 굉장히 기쁘고 의미 있다”고 말했다.
역사적인 50홈런-50도루를 달성하고도 ‘겸손한 오타니’가 등장했다.
특히 이날 무려 6안타 3홈런 2도루 10타점을 올린 오타니는 “이렇게 쳐본 적이 내 인생에서 없었다. 내 스스로가 가장 놀란 것 같다”며 “빨리 기록을 세우고 싶다 생각했고, 매타석마다 전 타석의 기억은 지우고 그 타석에만 집중했다. 기쁨과 안도감, 그리고 그동안 많은 기록을 만들어온 선배들들을 향한 존경심이 든다. 새로운 기록을 썼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경기였다”고 말했다.
역사적인 기록을 의미있는 날 세웠다.
오타니는 지난해 9월20일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이에 올해는 마운드에 던지지 못하고 타자로만 뛰면서 리그 최초의 50홈런-50도루를 세웠는데 그날이 수술받은 지 딱 1년째 되는 날이다. 더불어 이날 경기한 론디포 파크는 지난해 3월22일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이 열린 장소다. 당시 오타니는 일본 대표팀 마지막 투수로 등판해 미국 대표팀 간판이자 당시 소속팀 LA 에인절스 동료였던 마이크 트라우트를 삼진으로 잡아 일본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당시 경기 전 일본 선수들을 향해 “오늘만큼은 미국 선수들을 동경하지 맙시다. 이기는 것만 생각합시다”라고 외친 라커룸 연설은 한국에서도 오타니 팬들을 대거 양산할 정도로 감동을 줬고 화제가 됐다. 그 연설 뒤 미국을 꺾고 우승했던 그 경기장에서 오타니는 어떤 미국인 선수도 해내지 못한 50홈런-50도루를 달성했다.
오타니는 “WBC 결승전은 평생 잊지 못할 경기다. 이 경기장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장”이라고 말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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