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 이어 '뮤직뱅크'도…음악팬vs축구팬 갈등 재점화되나 [ST이슈]

김태형 기자 2024. 9. 20.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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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DB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 잔디 보호를 위해 가수 아이유의 콘서트를 취소해달라는 민원이 제기된 데 이어, 이번에는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의 홈구장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KBS '뮤직뱅크' 마드리드 공연이 취소돼 음악팬들과 축구팬들 간 갈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가수 아이유는 21일, 22일 양일간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될 예정인 'IU HEREH WORLD TOUR CONCERT ENCORE : THE WINNING' 콘서트를 앞두고 최근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이는 축구선수 손흥민이 지난 5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팔레스타인전 0:0 무승부를 치른 후 인터뷰에서 잔디 문제를 거론하며 "기술이 좋은 선수들이 많은데 팬들의 눈으로 보기에도 오늘 볼 컨트롤과 드리블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런 부분들이 하루빨리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한 것으로 시작됐다.

이에 축구팬들은 다가올 아이유 콘서트에 대한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 11일 자신을 손흥민의 팬이라고 밝힌 민원인 A씨는 경기장 잔디 보호를 위해 콘서트를 취소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했다.

A씨는 "아이유 콘서트 당일 대규모 인파가 현장에 운집하는 상황에서 잔디 상태가 더욱 악화될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당장 10월 15일 대한민국과 이라크의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경기가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인 만큼, 남은 기간 동안 잔디 관리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적었다.

가요팬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한 누리꾼은 아이유 콘서트에 차질이 발생한다면 금전적 피해가 막대할 것이라고 짚으며 "취소를 할 경우 그에 상응하는 위약금은 준비돼 있는가"라는 취지의 민원을 서울시설공단에 제기했다.

축구팬과 가요팬이 충돌한 상황에서 서울시는 2025년부터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콘서트 등 문화 행사에 그라운드석 판매를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아이유 갤러리' 팬들은 15일 성명을 통해 "월드컵경기장의 '잔디 문제'는 전적으로 서울시설공단의 관리 소홀 책임"이라며 "서울시설공단을 관리·감독하는 서울시는 잔디 문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서울 시민에게 사과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 도리인데 마치 아이유 콘서트 여파로 내년부터 월드컵경기장 그라운드석 판매가 제외된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결국 서울시설공단 측은 아이유 콘서트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경기장은 대형 공연장으로서의 기능도 일정 부분 하고 있다. 어느 한 종목만의 것이 아니라 공공의 인프라이기 때문에 축구팬들이 독점하다시피 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가요계나 다른 쪽과도 인프라를 함께 잘 활용할 수 있을지 거기에 대해 건설적으로 논의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스페인 축구 구단 레알 마드리드와 KBS가 '뮤직뱅크' 공연을 두고 실랑이 중이다.

지난 4월 베르나베우 측은 공지를 통해 10월 12일 K팝 콘서트인 KBS '뮤직뱅크 인 마드리드'를 개최한다고 알렸다. 베르나베우는 8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으로, 최근 레알 마드리드가 10억 유로(약 1조4859억 원)를 들여 리모델링했다. 축구팬들에게는 꼭 한 번 방문하고 싶은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아울러 축구와 K팝의 콜라보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19일 KBS는 "지난 13일 금요일 레알 마드리드와 베르나베우 측은 '주변 주민들의 지속적인 소음 문제 제기로 인해 2025년 3월까지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스타디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모든 음악 공연을 취소한다'라는 발표를 했다"며 공연 취소 소식을 알렸다. KBS는 "레알 마드리드 측은 '뮤직뱅크' 베르나베우 공연 취소에 관한 어떠한 공식적인 요청이나 사전 논의를 하지 않았다"며 공식적인 설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SNS에는 전 세계 K팝 팬들의 실망과 좌절감이 컸다. KBS는 "'뮤직뱅크 인 마드리드' 공연 티켓을 구매한 전 세계 87개국, 3만3000여 명의 K팝 팬들의 실망과 좌절감은 극에 달해 있다. 현재 팬들의 SNS에서는 레알 마드리드 측과 행사 주최 측에 공연 취소에 대한 설명과 공연 재개를 부탁하는 내용의 청원들이 가득하다"고 설명했다.

국내 K팝 팬들은 "공연도 가능하게 하려고 베르나베우 리모델링 했을 텐데 방음문제면 공사부터 잘못한 거 아닌가" "그러니까 그냥 한국에서 하자" 등 아쉬운 반응을 보였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의 축구팬들도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일부는 "'뮤직뱅크' 측과 소통이 안된 것에 있어서는 레알 마드리드 측 입장도 들어보고 판단하는 게 맞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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