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구매·되팔이까지… 중학생도 전자담배 손쉽게 산다

김린아 기자 2024. 9. 20.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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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3학년 A(15) 군은 지난해 친구의 액상형 전자담배를 빌려 피우는 것으로 처음으로 담배에 손을 댔다.

A 군은 부모님과 학원 선생님에게 몇 번이고 전자담배를 압수당했지만, '전담 되팔이' 친구를 통해 또다시 담배에 손을 댔다.

A 군은 20일 "전자담배는 연초와 달리 '삐까리(머리가 멍해지는 것)'가 덜하고 달달해서 중독성이 더 강하다"면서도 "숨쉬기가 힘들어지는 게 느껴지지만 맛있고 담배 냄새가 덜 나 들키지 않으니 끊지 못하겠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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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ID로 온라인 쇼핑몰 이용
SNS 중고판매 등 손쉽게 구매
합성·무니코틴 전담은 ‘공산품’
담배로 규제하도록 법개정돼야

중학교 3학년 A(15) 군은 지난해 친구의 액상형 전자담배를 빌려 피우는 것으로 처음으로 담배에 손을 댔다. 이후 A 군은 ‘전자담배 공동구매’를 하는 B 군에게 직접 구매하기 시작했다. B 군은 엄마 신분증을 훔쳐 전자담배 온라인 쇼핑몰 성인 인증을 ‘뚫은’ 뒤 친구들로부터 주문을 받아 건당 2만∼3만 원의 수익을 얹는 방식으로 ‘공구’를 하고 있었다. A 군은 부모님과 학원 선생님에게 몇 번이고 전자담배를 압수당했지만, ‘전담 되팔이’ 친구를 통해 또다시 담배에 손을 댔다. SNS에는 자신이 피우던 중고 전자담배를 판매(사진)하는 또래나 전자담배를 구매·교환하는 ‘단뎀(단체 DM)’ 대화방을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A 군은 20일 “전자담배는 연초와 달리 ‘삐까리(머리가 멍해지는 것)’가 덜하고 달달해서 중독성이 더 강하다”면서도 “숨쉬기가 힘들어지는 게 느껴지지만 맛있고 담배 냄새가 덜 나 들키지 않으니 끊지 못하겠다”고 토로했다.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규제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청소년들의 전자담배 구매 수법이 대담해지고 있다. 연초와 달리 ‘성인 인증’만 하면 온라인상에서 쉽게 구매가 가능하면서 아예 또래를 상대로 ‘전담 공구’를 하거나 되팔이를 하는 학생들도 등장하고 있다. 규제 미비로 청소년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낮은 문턱’ 탓에 전자담배를 찾는 청소년들은 늘고 있다. 질병관리청의 ‘청소년 건강행태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중1∼고3) 흡연율은 2020년 4.4%에서 지난해 4.2%로 감소한 반면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률은 1.9%에서 3.1%로 증가 추세다. 중학교 3학년 C 군은 “한 학년 200명 중 30명 정도는 전자담배를 피우고 있으니 실제 흡연율은 더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담배가 연초로 넘어가는 가교 역할을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질병관리청이 지난 7월 발표한 ‘청소년건강패널조사’에 따르면 흡연 청소년(초6∼고1) 69.5%가 가향 담배를 통해 처음 흡연을 접하는데, 이 중 84.8%가 액상형 전자담배를 택했다고 답했다. 액상형 전자담배로 흡연을 시작한 청소년 중 60.3%는 연초 담배를 주로 피운다고 답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의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전자담배에 대한 미비한 규제를 손봐야 한다고 말한다. 이성규 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담배사업법상 ‘연초’ 잎이 들어간 담배의 경우 온라인·비대면 판매를 금지하고 있지만, ‘합성 니코틴’을 사용하는 액상형 전자담배는 ‘공산품’으로 규정되면서 담배사업법의 규제를 받지 않아 온라인 판매·판촉이 가능하다”며 “‘합성 니코틴’이나 ‘무니코틴’ 전자담배도 담배사업법상 ‘담배’에 포함되도록 법안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김린아 기자 linay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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