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압록강 대교 내달 개통?… 中택시기사는 “금시초문”

박세희 기자 2024. 9. 20.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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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개통이요? 글쎄요. 아직 그런 말은 못 들었습니다. 모든 건 북한에 달렸지요."

지난 15일 중국과 북한을 잇는 신압록강 대교가 북·중 수교 75주년인 오는 10월 6일 개통될 것이라는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의 보도가 나왔지만 같은 날 만난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 시민들은 일제히 고개를 저으며 부정적 전망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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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중수교 75년… 단둥 가보니
양국 교역 70% 차지하는 지역
관계악화로 관련업체 다수 폐업
지난 17일 중국 랴오닝성 다롄의 방추이다오 해변에 설치됐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발자국 동판이 사라지고 그 위에 노란색 주차선이 그려져 있다.

단둥·다롄=글·사진 박세희 특파원 saysay@munhwa.com

“다음 달 개통이요? 글쎄요. 아직 그런 말은 못 들었습니다. 모든 건 북한에 달렸지요.”

지난 15일 중국과 북한을 잇는 신압록강 대교가 북·중 수교 75주년인 오는 10월 6일 개통될 것이라는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의 보도가 나왔지만 같은 날 만난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 시민들은 일제히 고개를 저으며 부정적 전망을 내비쳤다. 신압록강 대교에 가기 위해 탄 택시를 몰던 기사는 “요즘 북한이 러시아와 관계가 무척 좋지 않나. 우리는 미국의 경제적 제재로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신압록강 대교가 개통될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신압록강 대교 앞 건물들 일부도 창문이 아직 설치되지 않은 채 텅 비어 있었고 신압록강 대교 인근에 건립된 고급 빌라들을 분양하는 업체도 찾는 사람 없이 한산한 모습이었다. 빌라 모델하우스의 직원은 “대교가 다음 달 개통한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다”고 말했다. 신압록강 대교는 노후한 압록강철교를 대신하기 위해 2014년 건설됐지만 북한 측 시설이 아직 정비되지 않았고 북·중 관계 악화 등의 이유로 미개통 상태다.

단둥은 북·중 교역의 70% 이상이 이뤄지는 지역이다. 16일 오후에도 40대 이상의 화물트럭이 압록강철교를 통해 북한 신의주로 들어가고 여러 대의 트럭이 신의주에서 단둥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확인됐다. 하지만 최근 북·중 관계가 악화되면서 경제 상황은 좋지 않다고 단둥 상인들은 입을 모았다. 북한 물건을 판매하는 한 상점의 주인은 “요즘 단둥 경기가 안 좋다. 지금은 연휴라서 관광객들이 왔지만 연휴가 아닌 날에는 썰렁하다”고 말했다. 다른 상점 주인은 “단둥의 많은 사업가들이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로 떠났다”고 밝혔다. 실제로 관광지를 벗어난 골목들에서는 다수의 무역 관련 업체들이 문을 닫은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북한 고위층이 자주 찾는다는 단둥의 백화점, 쇼핑센터 등도 한산한 모습이었고, 북한 물건을 판매하던 일부 상점들은 러시아 물건을 판매하는 가게로 바뀌었다. 중추제(中秋節) 연휴였던 이날 단둥의 대표 관광지인 압록강단교 앞은 중국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만 가득했다. 한국전쟁 당시 미군 폭격으로 끊어진 압록강단교는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움)’ 정신을 내세우는 중국공산당 주도 ‘홍색관광’의 대표 관광지다.

지난 2018년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했을 당시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이 함께 이 해변 지역을 산책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단둥에서 기차로 약 2시간 걸리는 다롄(大連)의 휴양지 방추이다오(棒槌島) 해변은 2018년 북·중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산책하며 친교를 다졌던 곳이다. 당시 중국은 양 정상의 발자국을 새긴 동판을 설치했다. 하지만 17일 확인한 현장은 발자국 동판을 없애고 아스콘으로 덮은 뒤 노란색 주차선으로 도색한 모습이었다. 한 북·중 관계 전문가는 “발자국 동판을 굳이 아스콘으로 덮고 그 위를 주차선으로 도색까지 한 것은 동판을 되살리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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