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장 떼고 붙자[이정우 기자의 소실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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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마지막 날, 넷플릭스 시리즈 '흑백 요리사 : 요리 계급 전쟁'을 봤다.
재야의 고수 '흑수저' 셰프들이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 셰프 '백수저'들에게 도전장을 내민 100인의 요리 전쟁이란 프로그램 설명은 요리 경연 마니아이자 서바이벌 예능에 '환장'하는 필자로선 지나치기 불가능할 정도로 매혹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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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마지막 날, 넷플릭스 시리즈 ‘흑백 요리사 : 요리 계급 전쟁’을 봤다. 재야의 고수 ‘흑수저’ 셰프들이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 셰프 ‘백수저’들에게 도전장을 내민 100인의 요리 전쟁이란 프로그램 설명은 요리 경연 마니아이자 서바이벌 예능에 ‘환장’하는 필자로선 지나치기 불가능할 정도로 매혹적이었다.
참가자들의 경력은 천차만별이다. 미국 백악관 국빈 만찬 셰프 맞은편에 만화책을 보고 배웠다는 요리사가 있고, 전국의 한식 고수들을 제압한 ‘한식대첩2’ 우승자 맞은편에 경남 양산의 초등학교 급식 조리사가 있는 식이다.
안대를 쓴 심사위원들이 요리 과정은 물론 완성된 요리까지 보지 못한 채 오로지 맛만 보고 승부를 정하는 블라인드 심사엔 감탄이 나온다. 요리를 한 사람이 누군지 알지 못하게 만들어 참가자들의 다양한 경력과 명성, 계급을 ‘무화’시킨다. 외부 요소에 구애받지 않으니 심사위원들은 요리의 맛과 의도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공정성을 극대화한 방식 덕분에 누가 이길지 추측하기 어렵고, 자연히 재미가 있다. 공개된 날부터 국내 TV쇼 부문 시청 1위다. 결과에 대한 존중도 자연스레 생긴다. 탄탄한 내공을 보여준 백 요리사에겐 존경심이 생기고, 언더독의 반전을 보여준 흑 요리사는 능력을 확실히 인정받는 기회가 된다. 공정하기에 가능한 효과다.
지위고하를 막론하지 못하고, 갑이 을에 대해 ‘네가 감히’라고 여기는 상황을 우리는 얼마나 많이 마주하는가. 시청자들이 ‘요리 전쟁’에 열광하는 이유는 일상에서 공정한 경쟁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 아닐까. 계급장 떼고 오로지 실력으로만 평가받고 싶다는 욕망이 누구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렇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19일까지 누적 관객 수 468만 명을 모으며 흥행 중인 영화 ‘베테랑2’는 ‘백수저’다. CJ ENM이란 거대 배급사와 류승완 감독이란 브랜드, ‘천만 영화’였던 전편의 위엄까지 더해져 ‘베테랑2’는 연휴 기간 극장가의 3분의 2를 혼자 차지했다. 이래선 공정한 경쟁을 기대할 수 없다. 극장은 선택지가 없었다고 항변할지 모르지만, 어떤 영화를 보고 만족할지는 심사위원인 관객이 판단할 몫이다.
제임스 비어드 상을 두 차례 수상한 ‘참가자’ 에드워드 리는 대결 전에 이렇게 말한다. “다른 경쟁자는 신경 쓰지 않아요. 제 경쟁자는 정말 저 자신뿐이죠. 오로지 제 능력과 경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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