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으로 남을 걸, 후회된다” 사장님의 한숨…中企 경쟁제품 제도의 모순 [기자24시]

양연호 기자(yeonho8902@mk.co.kr) 2024. 9. 2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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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간접자본(SOC)의 핵심인 도로포장 원료로 국내산업 발전의 근간이 된 아스팔트콘크리트(아스콘)가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된 때는 2007년.

중소기업을 보호한다는 미명 하에 530여개 공장이 단일 공장으로만 영세하게 운영되고 있다.

완전경쟁 속에서 다국적 기업 주도로 아스콘 제품의 기술 연구·개발이 활발하다.

아스콘은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 제도가 지닌 한계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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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간접자본(SOC)의 핵심인 도로포장 원료로 국내산업 발전의 근간이 된 아스팔트콘크리트(아스콘)가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된 때는 2007년. 이후 17년간 국내 아스콘 제조사 수는 우후죽순 늘었다. 이 가운데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회사는 단 한곳에 그친다. 중소기업을 졸업한 대가는 컸다. 관급시장 수주 물량이 끊기면서 매출이 곤두박질쳤다. 전후 재건을 준비 중인 우크라이나에서 러브콜이 없었다면 이 회사는 이미 중소기업으로 회귀했을 가능성이 높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에 ‘2025~2027년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 지정 반대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안전성이 중요한 전기차용 충전장치, 관급 시장 의존도가 높은 폴리염화비닐(PVC) 수도관과 아스콘, 독점 및 담합 우려가 높은 상업용 가스레인지와 콘크리트 파일을 비롯한 총 12개 제품에 대해 공공조달 시장에서 중견기업과 대기업 진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국내 아스콘 산업 수준은 상당히 낙후돼 있다. 중소기업을 보호한다는 미명 하에 530여개 공장이 단일 공장으로만 영세하게 운영되고 있다. 중소기업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소규모 신설 법인을 설립하는 ‘기업 쪼개기’에 나서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는 후문이다. 조합 중심의 독점구조로 기업 간 경쟁이 제한되자 품질 개선과 신기술 개발은 아무래도 뒷전으로 밀린 지 오래다. 수년째 반복되는 입찰담합과 부실납품 사례가 이를 방증한다.

국내 산업이 정체하고 있는 동안 해외는 비약적인 산업 발전이 이뤄졌다. 완전경쟁 속에서 다국적 기업 주도로 아스콘 제품의 기술 연구·개발이 활발하다. 아스팔트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프랑스의 콜라스(COLAS)는 기존 아스팔트 도로에 태양 전자판을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도로에 붙이는 것만으로 발전뿐만 아니라 자동차가 미끄러지지 않도록 하는 효과도 제공한다. 미국은 품질 좋은 아스팔트 개발을 통해 운전자의 안전 주행과 도로 보수비용 절감을 도모하고 있다.

최근 아스콘이 주목받는 것은 향후 최소 10년간 4860억달러(약 642조원·세계은행 추산)에 달하는 우크라이나 재건 시장이 열리면서다. 글로벌 기업들은 재건의 시발점인 도로포장 사업을 따내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수년간 온실 속 화초에 머물렀던 국내 아스콘 업계는 세계 무대에서 경쟁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묻고 싶다.

아스콘은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 제도가 지닌 한계를 잘 보여준다. 대기업도 처음에는 중소기업이었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성장 사다리가 작동하는 경제가 선진 경제다. 정부조달 시장은 중소기업을 육성해 성장 사다리를 작동시키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이를 위한 효과적이고 공정한 정책 제안이 나오길 기대한다.

양연호 벤처중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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