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대란의 정치학 尹, 의대 증원이란 ‘낙수효과의 덫’에 빠지다 [최병천의 인사이트]
(시사저널=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9월13일 한국갤럽 여론조사가 발표됐다. 윤석열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20%가 나왔다. 윤 대통령의 임기는 아직 절반이 되지 않았다. 11월10일이 돼야 절반이 된다. 윤 대통령 국정 지지율 20%는 세 가지 차원에서 놀라운 수치였다.
첫째, 한국갤럽 기준으로 윤석열 정부 들어 '최저치'에 해당한다. 직전까지 윤 대통령의 최저 지지율은 5월31일 발표된 21%였다. 이 기록을 갈아치웠다. 둘째, 1987년 민주화 이후 임기 전반기에 20%를 찍은 최초의 대통령이 됐다. 전임 대통령들은 임기 말이 되어서야 지지율 20%대에 진입했다. 셋째, 대통령 지지율이 여당 지지율보다 8%포인트 낮은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역대 대통령들의 경우 임기 전반기에는 대통령 지지율이 여당 지지율보다 높은 게 일반적이다. 같은 시기에 발표된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은 28%였다. 국민의힘 지지자 중에서도 윤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윤 대통령 지지율에서 특징적인 것은 '보수'에서도 반대가 많아졌다는 점이다. 여론지형에서 보수는 크게 세 축으로 파악할 수 있다. 지역은 영남, 세대는 60대와 70대 이상, 이념은 보수층이다. 이를 보여주는 게 [표①]이다.
'의대 정원 확대', 尹 지지율 추락의 핵심 이유
먼저, 지역을 살펴보자. 대구·경북(TK)의 경우 윤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는 의견은 35%, '잘못하고 있다'는 의견은 57%였다.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의 경우 '잘하고 있다' 22%, '잘못하고 있다' 68%였다. 부·울·경 민심은 전국 평균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TK도 22%포인트 격차로 '잘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 연령별로 60대와 70대도 돌아섰다. 60대의 경우 '잘하고 있다' 32%, '잘못하고 있다' 59%였다. 70대의 경우 '잘하고 있다' 37%, '잘못하고 있다' 48%다. 6070세대도 '잘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더 많다. 이념층의 경우, 중도층은 '잘하고 있다' 16%, '잘못하고 있다' 74%였다. 보수층은 '잘하고 있다' 38%, '잘못하고 있다' 53%다.
윤 대통령에 대한 여론은 왜 이렇게 돌아섰는가? 총체적으로 신뢰를 잃었지만, 의대 정원 논란과 의료 대란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한국갤럽은 주관식으로 '부정평가 이유'를 물었다. '의대 정원 확대' 18%, '경제·민생·물가' 12%, '소통 미흡' 10%, '독단적·일방적' 8%, '전반적으로 못한다' 6%가 나왔다. 의대 정원 확대가 부정평가 1위로 올라왔다.
한국갤럽은 동일한 질문을 추적 조사했다. "의대 정원 확대가 잘된 일이라고 보십니까?"라는 동일한 질문에 대해, 2월에는 '잘된 일'이라는 답변이 76%였다. 6월에는 66%였다. 9월에는 56%가 됐다. 조사마다 딱 10%포인트씩 떨어졌다. "아플 때 진료받지 못할까봐 걱정이 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3월에는 69%가 '그렇다'고 답변했다. 9월에는 79%가 '그렇다'고 답변했다.
윤 대통령이 의대 정원 확대를 처음 추진하던 2월 여론의 반응은 좋은 편이었다. 한국갤럽 2월 조사에서 '잘된 일'이라는 답변이 76%였다. 당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 초반대였음을 고려하면 특히 높은 수치였다. 최근 여론을 보면, '응급실 뺑뺑이'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다 보니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찬성 비율도 낮아지고 있다.
윤 대통령이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한 근본 이유는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강화를 위해서였다. 이런 취지가 잘 담겨 있는 정부의 공식 문서(?)는 4월1일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문이다. 대국민 담화문을 보면, 의료 개혁의 '목표'는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강화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론'이 의대 정원 확대다. 의대 정원이 2000명 추가되면,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분야에서 부족한 사람들이 채워질 수 있다는 논리다. '낙수효과론'이라고 명명하는 이유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흥미롭게도, '낙수효과론'이 설득력이 없음은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통해 반증 가능하다. 대국민 담화문에는 두 개의 수치가 나와 있다. 첫째, 현재 우리나라 활동 의사 수는 11만5000명이다. 둘째, 입학 정원은 총 3058명이다.
의사 늘려도 '필수의료' 담당할 의사 늘어나지 않아
우리는 이러한 두 가지 수치를 갖고, 지난 20년간 추가로 배출된 의사 숫자를 추정해볼 수 있다. 계산의 편의를 위해 3058명을 3000명으로 계산하면, 3000명×20년은 약 6만 명이다. 현재 활동 의사가 11만5000명이니, 20년 전에는 (사망자 일부를 포함하면) 약 6만 명이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 이를 정리한 게 [표2]다.
[표②]는 총 의사 증가와 총인구 증가를 비교했다. 2024년에 총 의사가 11만5000명이니 20년 전이었던 2004년에는 약 6만 명이었다. 증가율은 100%다. 반면, 2024년 총인구는 약 5200만 명이다. 20년 전이었던 2004년에는 4800만 명이었다(통계청). 증가 규모는 400만 명이고, 증가율은 8.3%다. 의사 증가율은 100%, 인구 증가율은 8.3%였다. 총 의사 증가율이 매우 가팔랐음을 알 수 있다. 의대 정원을 확대하면 해결된다는 '낙수효과론'은 설득력을 잃는다.
지난 20년간 인구가 8.3% 증가할 때, 의사는 100% 증가했다. 그럼에도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는 더욱 악화됐다. 왜 그랬을까? 가장 중요한 요인은 '필수의료'와 '비(非)필수의료'의 수익 격차 확대였다. 필수의료는 '급여' 부분이 대부분이고, 비필수의료는 '비급여'가 대부분이다. 급여 분야 수가는 원가보존율이 약 81% 수준이다. 비급여는 100%를 초과한다. 150%를 넘는 경우도 많다. '필수의료=급여' '비필수의료=비급여' '급여=저수가' '비급여=고수가' 구조를 갖게 됐다. 자본주의가 발달하고 소득이 상승하면, '의료 수요'도 고급화되고 다양해진다. 거기다 실손보험 확대로 인해 비급여 부담이 왕창 줄었다.
즉, '급여=필수의료=저수가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덧붙여, 실손보험 적용 대상에서 '본인 부담금' 20%는 제외시키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급여와 비급여의 수익 격차 확대가 필수의료 약화의 진짜 원인이다. 의료 대란의 정치학에서 꼭 챙겨야 할 핵심은 정작 여기에 있다. 윤 대통령이 빠진 '낙수효과의 덫'도 바로 이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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