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떨어진 '폭탄' 보고서 때문에?…빅컷에도 K-반도체 '폭삭' [스프]

권애리 기자 2024. 9. 20.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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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스프링]
 

이슈는 스프링이다! 스프링처럼 통통 튀는 이슈를 핵심만 골라 정리해드립니다.
 
미국이 기준 금리를 크게 내리면서, 아시아 주요 증시들이 일제히 올랐습니다. 하지만 우리 증시만 분위기가 좀 달랐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코스피 시가총액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 주가가 급락한 영향이 컸습니다.

무슨 상황인데?

미국의 '빅컷' 금리인하가 나오면서, 미국 금리 움직임에 보조를 맞추는 식으로 운영되는 홍콩의 기준금리도 함께 내렸습니다. 홍콩의 대표 지수인 항셍지수는 2% 상승으로 19일 장을 마감했습니다. 시중에 좀 더 많은 돈이 돌게 되고 홍콩 증시의 기업들이 투자에 나서는 부담도 줄어들 거란 기대가 작용한 거죠.

일본 닛케이 지수도 2% 넘게 올랐고, 싱가포르 증시의 대표 지수는 17년 만에 최고점을 찍었습니다.

그런데 한국 코스피는 19일에도 0.21% 상승하는 데 그쳤습니다.

세계적인 금리인하 주기가 어쨌든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기대감이 한국 증시에 아예 없었던 건 아닙니다. 올해 들어서 14.7%나 하락했을 정도로 영 힘을 내지 못하고 있는 코스닥지수는 그래도 19일에 0.86% 상승했고, 외국인들도 코스닥에선 바이오를 비롯해 대표적인 금리인하 수혜주로 꼽히는 종목들에 대해 매수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우리 대표 지수인 코스피는 제자리걸음이었습니다.

좀 더 설명하면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코스피 시가총액의 무려 4분의 1을 차지하는 한국증시 대표 종목 두 기업,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급락한 영향이 큽니다. SK하이닉스는 추석 연휴 직전보다 하루 만에 6% 넘게 급락했고요. 삼성전자도 2% 넘게 하락하면서 주당 6만 3천 원 선까지 내려왔습니다. (19일 종가 기준)

사실 19일 우리 증시가 열리기 전에 뉴욕증시에서도 반도체 종목들이 하락세를 좀 보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증시가 반도체에 크게 기대는 것만큼 TSMC라는 반도체 회사 한 곳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타이완 증시를 보면 19일 1.7% 가까이 올랐습니다. TSMC도 2% 넘게 상승 마감했습니다. 반도체 분야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나쁜 게 아니었단 겁니다.

한 걸음 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집중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업황이 이제 그렇게 좋지 않을 것이다, 유명한 미국계 투자은행인 모건 스탠리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보고서가 우리 추석 연휴 기간에 나왔습니다.

사실 우리나라 안에서도 메모리 반도체 실적 상승세가 좀 둔화할 것 같다는 분석이 최근 들어서 줄줄이 나오고 있었는데요. 여기에 우리 증시 분위기를 사실상 좌우하는 외국인들, 해외 자본이 많이 참고하는 외국계 투자은행이 그야말로 쐐기를 박다시피 하는 내용의 분석을 내놓은 거죠.

SK하이닉스에 대해선 기존의 모건스탠리가 내세웠던 목표주가 26만 원을 무려 12만 원으로 54%나 한꺼번에 낮췄고, 삼성전자에 대해서도 7만 6천 원으로 28% 넘게 하향 조정했습니다.

한국이 주력으로 하는 범용 메모리 반도체, 그러니까 마치 벽돌처럼 PC, 스마트폰, 서버 어디에나 똑같이 갖다 쓸 수 있는 메모리 반도체들의 수요가 이제는 좀 둔화할 때가 됐다고 봤고요.

엔비디아 같은 AI 반도체 회사들이 주문하는 대로 맞춰서 제조할 수 있어야 하는 HBM, 고대역폭 메모리 반도체도 공급 과잉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 부분이 핵심입니다. 한국 반도체 기업이 HBM에 주력하느라 D램이나 낸드 같은 범용 메모리 반도체에 대해 생겼던 '공급 공백'이 점차 사라지면서 범용 제품의 가격이 내려갈 거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사실 HBM에 대한 이런 진단은 이번 보고서를 낸 모건 스탠리가 AI 수요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좀 보수적인 시각을 가졌다는 점을 고려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의 첨단기술산업 분야의 활기를 만들어온 AI 수요에 대해서 지난달 이후로 자꾸만 '기대가 너무 컸던 게 아닐까?' 하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모건 스탠리는 그런 'AI 회의론' 쪽에 좀 더 가까운 시각을 내비쳤다는 거죠.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권애리 기자 ailee17@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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