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에 '진심' MBK,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 성공할까 [주간 '딜'리버리]

2024. 9. 20.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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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년 ‘한 지붕 두 가족’ 공동 경영 균열
주가 급등해 공개매수가 66만원 상회
바이아웃 투자 강조, 최윤범 회장 대항 여부 주목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MBK파트너스가 2022년부터 경영권 분쟁이 촉발된 고려아연 바이아웃(경영권 인수)을 추진한다. 지난해 한국타이어그룹 인수 시도와 동일하게 분쟁 당사자 중 한 쪽 편에 서서 지배구조에 문제의식을 드러내 눈길을 끈다. 당시 2대주주와 손잡았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1대주주와 의결권을 합치했다.

분쟁 기업에 표심을 드러내는 MBK의 행보를 두고 기관전용 사모펀드(PEF)의 정체성이 흔들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MBK가 정조준하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경영권 방어를 예고한 상태다. 평판 리스크를 감수하며 지배구조를 외치는 MBK와 선의를 강조하는 최 회장이 팽팽히 대립하는 가운데 누가 승기를 잡을지 주목되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고려아연 주식은 72만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MBK가 제시한 공개매수가 66만원을 9% 상회하고 있다. 고려아연 주주 입장에서는 당장 공개매수에 참여할 유인은 낮아졌다.

MBK는 고려아연에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지배구조를 구축한다는 목표로 내달 4일까지 공개매수를 진행한다. 최소 7% 지분을 취득한다는 계획이다. MBK는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과 장형진 고문 일가 측과 의결권 공동 행사 계약을 맺은 상태다. 현재 이들의 합산 지분율은 33.1%다.

MBK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기업가치를 저해한다고 보고 있다. 2017년 이후 줄곧 연간 1조원이상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달성할 만큼 사업성이 뛰어나지만 빈약한 지배구조 탓에 성장이 지체됐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고려아연은 경영진과 최고의사결정 기구가 통합된 구조다. 이사회와 경영진의 분리는 선진적인 지배구조의 핵심 지표 중 하나다. 그러나 고려아연 대표이사인 최 회장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다.

MBK는 최 회장이 2.2%에 그치는 고려아연 지분으로 경영권을 장악하는 것에 우려를 드러낸다. 최 회장이 고려아연 모든 주주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는 근거로 ▷주가 하락 ▷본업과 무관한 30여건의 투자 ▷원아시아파트너스 출자 ▷이그니오홀딩스 고밸류 투자 등을 제시했다.

물론 MBK 역시 ‘본업’에서 벗어나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정 주주 입장에 서서 투자 기업 내 유무형의 혼란을 야기하는 것은 기관전용 PEF의 본질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PE의 핵심 역량은 기존 경영진과 잡음 없이 경영 효율성을 높여 기업가치를 개선하는 일이다.

고려아연도 MBK에 맞서고 있다. MBK 측이 특정 시점에 하락한 고려아연 주가만을 강조해 경영 성과를 축소한다고 지적한다. 투자 활동과 관련해서도 회계법인에서 평가 받은 공정가치를 재무제표에 충실히 반영하는 만큼 MBK가 손실 규모를 부풀린 점에 불만을 표했다.

최 회장은 MBK와 영풍에 반감을 드러내며 대항공개매수 등 경영권 방어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19일에는 영풍과 장 씨 일가와의 특별관계가 해소됐다는 지분 공시도 띄웠다. 결국 33% 지분을 소유한 영풍과 MBK, 15%의 지분율을 가진 최 회장 측의 대립각은 첨예해졌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고려아연 제공]

고려아연의 분쟁은 태생부터 독특한 지배구조에서 시작됐다. 장병희·최기호 공동 창업주가 설립한 고려아연은 명문화된 규정 없이 ‘신의’만으로 75년간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를 유지했다. 고려아연은 영풍 기업집단에 속해 있고 장 씨 일가 측을 1대주주로 두고 있으나 경영은 최 씨 일가 몫이었다.

양가의 공동 경영에 균열이 생긴 건 창업주 3세 최 회장이 체제가 본격화됐던 2022년부터다. 그해 여름 최 회장은 영풍의 반대를 무시하고 한화와 현대차 등 비즈니스 파트너를 상대로 유상증자를 진행하면서 지배주주 지분을 희석시켰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 지배구조에 한계를 느끼고 MBK에 먼저 도움을 요청했다. MBK는 고려아연의 사업 지위와 성장 잠재력을 감안하면 기업가치 개선 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영풍 측과 교감을 나눈 만큼 최 씨 일가까지 아우르진 못한 점은 옥에티다. 최 회장을 포함한 경영진과 노조, 지역사회까지 반발하는 가운데 MBK는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진심을 전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MBK는 고려아연 1대주주와 협의를 거친 만큼 이번 투자는 일반적인 바이아웃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럼에도 최 회장을 배제하고 반쪽짜리 협력의 위험을 감수한 만큼 MBK의 과제는 적지 않다. 우선 최 회장 측 반격에 대항해 이번 공개매수를 성공적으로 마칠지 주목되고 있다.

한편, 고려아연과 영풍 간 경영권 분쟁에 일부 증구너사 등 참전 관측까지 나오면서 주가가 가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고려아연은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국내 증시에서 두 번째로 비싼 종목에 올랐다. 고려아연의 주력제품인 비철금속이 금리인하 효과와 계절적 수요에 따른 판매량 증가가 관측되면서 주가 청신호 전망이 제기되지만 경영권 분쟁을 둘러싼 변수들로 단기 변동성은 경계하라는 지적이 있다. 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은 “공개매수 기간까지의 주가 흐름, 공개매수가 상향 여부 및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대응 전략 등에 따라 주가 변동성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ar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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