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명예스런 ‘트리플 30’, 김도영의 수비는 V12 노리는 KIA의 ‘아킬레스 건’이 될까

윤은용 기자 2024. 9. 20.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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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두산전에서 3회말 수비 실책을 한 KIA 김도영이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시즌 프로야구 최고 히트상품은 누가 뭐래도 김도영(KIA)이다. 타격 전반부에 걸쳐 고르게 상위권에 분포되어 있고, 최연소 30홈런-30도루를 넘어 역대 두 번째이자 토종 타자 최초의 40홈런-40도루까지 도전하는 김도영의 질주는 거침이 없다.

하지만 너무나도 눈부신 타격 성적 탓에, 그 이면에 있는 불안한 수비력은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

김도영은 1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두산과 경기에서 4타수1안타 1득점을 기록했다. 득점 1개를 추가하며 2014년 서건창(당시 넥센)이 세웠던 프로야구 단일 시즌 최다 득점 기록(135개)과 타이를 이뤘다. 남은 6경기에서 득점을 1개만 더 추가하면 자신의 이름을 다시 한 번 프로야구 역사에 아로새길 수 있다.

하지만 김도영은 이날 ‘좋지 않은’ 의미로도 프로야구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남겼다. 김도영은 이날 실책 2개를 저지르며 시즌 30실책 고지에 올랐다. 2001년 이후로는 김혜성(키움·35개·2021년)에 이어 이범호(당시 한화·30개·2004년),김주원(NC·30개·2023년)과 함께 공동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하지만 단일 포지션으로 범위를 좁히면 김도영이 단연 1위다. 2021년 김혜성은 유격수로 29개, 2루수로 6개를 기록했으며, 2004년 이범호는 유격수로 16개, 3루수로 14개를 기록했다. 지난해 김주원도 유격수로 29개, 2루수로 1개였다.

1회초 3루타를 치고 전력질주하는 KIA 김도영. 연합뉴스



30홈런-30도루에 이어 30실책까지 기록하며 김도영은 다소 불명예스러운 ‘트리플 30’을 작성하게 됐다. 메이저리그(MLB)에서는 1900년 이후로 총 47명의 선수가 72번의 30홈런-30도루를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30실책이 동반된 것은 딱 한 차례 있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뉴욕 메츠, 콜로라도 로키스, 시카고 컵스 등에서 뛰었던 하워드 존슨은 전성기를 보냈던 메츠에서만 3차례 30홈런-30도루를 기록했다. 그 중 가장 눈에 띈 시즌이 1991년이었다. 그 해 존슨은 타율은 0.259에 그쳤지만 38홈런 117타점으로 홈런과 타점 1위에 오름과 동시에 도루도 30개를 기록하며 최고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존슨은 그 해 실책도 무려 31개나 저질렀다. 3루수로 18개, 유격수로 11개, 외야수로 2개를 기록했다.

1991년의 존슨과 올해 김도영이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바로 팀의 위치다. 1991년의 메츠는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5위에 그친 약팀이었다. 당연히 포스트시즌은 꿈도 못 꿨다. 하지만 올해 김도영은 다르다. 압도적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KIA는 2009년, 2017년에 이어 2000년대 3번째이자 통산 12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한다.

단기전에서는 작은 것 하나로 승패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 특히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수비 실책 하나는 승부의 물줄기를 크게 바꿔놓을 수 있다. 정규시즌에는 실책을 저지르더라도 만회할 기회가 많았지만, 단기전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김도영의 수비는 분명 KIA의 ‘아킬레스 건’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이날 두산전에서 나온 2개의 수비 실책 모두 실점으로 이어지는 치명적인 실책이었고, 승패를 가르는 요인이 됐다. 2-5로 끌려가던 3회말 2사 1·3루에서 두산 이유찬의 타구가 마운드 위에 높이 떴고 유격수와 3루수, 1루수가 타구를 잡기 위해 모여 들었는데, 3루수 김도영과 1루수 변우혁이 서로 미루다가 타구가 땅에 떨어졌다. 뒤늦게 김도영이 글러브를 내밀었으나 포구가 이루어지지 못하며 김도영의 실책이 기록됐고, 그 사이 3루 주자 강승호가 홈을 밟았다.

3-7로 끌려가던 6회말에 나온 수비도 아쉬웠다. 무사 2루 위기에서 허경민의 평범한 땅볼 타구를 잡지 못하며 2루 주자 정수빈이 홈을 밟게 했다.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덕분에 KIA는 상당한 시간을 벌었다. 이 시간에, 김도영의 수비가 어느 정도까지 올라올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연합뉴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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