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시, 미술관에 대한 명확한 비전과 철학, 방향성 세워야"
강릉 솔올미술관이 지역의 랜드마크가 아닌 애물단지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소유권을 넘겨 받는 강릉시가 미술관 운영에 대한 분명한 비전과 철학, 방향성을 세워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강릉시의회 홍정완 의원은 지난 9일 열린 제317회 강릉시의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10분 자유발언을 통해 "스페인의 소도시 빌바오시는 리처드 마이어와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건축가 프랭크 게리에게 의뢰해 건축한 독특한 형태의 구겐하임 미술관을 통해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고, 연간 4만 명 이하의 관광객이 찾던 소도시에서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문화관광도시로 거듭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겐하임 미술관 하나가 도시의 운명을 완전히 바꿔놓은 것"이라며 "솔올미술관도 강릉시의 랜드마크로 급부상하며 개관 전부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홍 의원은 "솔올미술관 설계는 백색 건축으로 유명한 현대건축의 거장 리처드 마이어의 마이어 파트너스에서 맡았고 개관전으로 세계적인 거장 루치오 폰타나의 작품을 조명하는 전시를 아시아 최초로 선보였다"며 "개관 6개월 만에 6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하는 등 강릉의 대표적인 건축물이자 문화적 자부심으로 자리매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강릉이 세계 100대 관광도시에 들어가고자 한다면 세계적인 수준의 미술관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첫걸음은 미술관이 무엇인지, 미술관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한 분명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며 "다시 말해 미술관에 대한 비전과 철학, 방향성이 명확히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 솔올미술관의 위탁 운영은 끝이 났다. 한국을 비롯해 세계미술계의 관심은 강릉시가 어떻게 솔올미술관을 운영할 것인지에 쏠려 있다"며 "기부채납 후 미술관 운영을 넘겨 받은 강릉시가 미술관 운영을 위해 어떤 비전과 철학, 방향성을 세우고 있는 지, 국제적인 교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기획 전시를 할 수 있는 역량 있는 전문인력과 예산이 있는 지 궁금하다"고 의문을 던졌다.
홍 의원은 특히 "미술관의 이름을 시립미술관(솔올)으로 바꾼다고 하는데 솔올미술관의 브랜드 가치 계승과 창출에 대한 고려가 있었는가"라고 반문하며 강릉시의 운영계획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홍 의원 측이 밝힌 강릉아트센터의 교동7공원 미술관 이관에 따른 '강릉시립미술관 운영 기본계획'을 보면 솔올미술관의 운영인력은 총 6명으로 이 중 미술관 전문인력은 학예 및 임기제를 포함해 2명에 불과하다. 2023년 기준 문체부 전국문화기반시설총람에 나온 미술관 1개관 당 평균 직원 수10.86명, 전문인력인 학예직원의 수 3.74명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인력이다.
이와 관련해 홍 의원은 "도대체 평균이 안되는 인원으로 기획 전시는 어떻게 추진하고 소장품 수집은 제대로 될지 의문"이라며 꼬집었다. 또한 "솔올미술관은 강릉아트센터에 소속돼 아트센터장의 지휘와 감독 하에 운영될 예정"이라며 "마치 예술의 전당과 국립현대미술관이 역할과 기능이 다름에도 하나의 조직에 묶어놓은 것과 같다. 이는 조직 운영이 짜임새 없이 예술이라는 틀에 묶여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시대를 역행하는 방식"이라고 질타했다.
홍 의원은 끝으로 "미술관은 단순히 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이 아니다. 미술관을 갤러리가 아닌 뮤지엄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미술관이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문화를 담고 있는 복합적이고 전문성이 필요한 공간이기 때문"이라며 "미술관 운영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준비 없이 미술관을 단순히 행정기관의 하위 부서로 전락시키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솔올미술관은 교동7공원 아파트 사업시행자가 강릉시 소유 부지에 건물을 지어 기부채납하는 방식으로 건립해 지난 2월 개관했다. 이후 위탁 운영을 해왔지만 강릉시는 건물 보수 등이 끝난 뒤 오는 11월쯤 소유권을 넘겨받아 시립미술관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내년 초 재개관을 앞두고 인력 채용과 전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져진 가운데 기존의 수준 높은 미술관으로서 재탄생할 지 지역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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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영동CBS 전영래 기자 jgamja@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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