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초범이라”·“가해자 몰라”…딥페이크 학폭위 중징계도 ‘찔끔’
22건은 가해자도 못 찾아…無 처분 종결
강경숙 의원 “전문가가 학폭위 직접 참여해야”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청소년들 사이 딥페이크 성범죄 우려가 커지며 교육 당국이 ‘엄벌’을 강조하고 나섰지만, 정작 지난 3년간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에서 유사 사안으로 중징계를 받은 가해자는 전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부분은 교내 봉사 등 학내 처분에 그쳤으며 가해자가 누구인지 특정하지 못해 처분이 아예 이뤄지지 않은 사례도 상당수 있었다.
20일 국회 교육위원회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전국 17개 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2022년~2024년 8월까지) 딥페이크 성범죄에 연루돼 학폭위 처분을 받은 334명 중 6호 이상의 중징계를 받은 학생은 절반 이하인 41%(136명)에 그쳤다. 하나의 사건에 여러 명이 연루돼 각각 다른 처분을 받은 경우까지 포함한 결과다.
나머지 198명은 경징계인 1~5호 처분을 받거나 아무런 처분을 받지 않았다. 여기에는 가해자를 특정하지 못 해(신원미상) 처분 없이 종결한 사례가 22건 포함됐다. 피해자가 딥페이크 성범죄 제작물 유포 정황을 확인해 학교에 신고했음에도, 정작 누가 최초에 제작하거나 게시했는지는 찾을 수 없었다는 이야기다. 익명 메신저인 텔레그램에서 주로 딥페이크 성범죄가 이뤄지는 것이 원인이다.
학폭위에선 교육 환경에 변화를 주는 ▷6호(출석정지) ▷7호(학급교체) ▷8호(전학) ▷9호(퇴학처분)까지 ‘중징계’로 본다. 그 아래로는 학내 선도 수준인 ▷1호(서면사과) ▷2호(접촉금지) ▷3호(교내봉사) 및 바깥 기관과 연계해 교육하는 ▷4호(사회봉사)▷5호(특별교육)가 있다.
지역별 딥페이크 성범죄 관련 가해자 처분 중 중징계 비율을 보면, 인천이 9%(3건)으로 가장 낮았으며 다음으로 전남 11%(1건), 광주 12%(2건), 서울20%(19건) 등 순으로 낮았다.
처분 건수 자체가 가장 많았던 지역은 서울(95건)이다. 연도별로 보면 2022년과 2023년에는 각각 10명, 34명 중 가해자 중징계는 1건, 11건에 그쳤다. 2024년에는 8월까지 집계임에도 처분 사례가 급증해 50명이 딥페이크 성범죄로 처분을 받았지만 가해자 중징계는 아직 8명에 그쳤다.
턱없이 낮은 징계 수위에 학생들 사이에선 불안이 커지고 있다. 서울 소재 중학교에 다니는 A양의 학급에는 최근 딥페이크 성범죄에 연루된 가해 학생이 반을 옮겨왔다. 가해자 1명에 피해자는 총 4명이다. A양은 “반을 옮겼다고 해도 학교에서 마주치는 일이 있을 수밖에 없으니 피해자가 아직도 가해자를 피해 다니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중학교 3학년인 B양 학교에선 남학생 10여명이 딥페이크 합성 음란물을 유포하는 채널에 가입된 사실이 확인됐지만, 직접 유포까지는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별다른 처분을 받지 않았다. B양은 “제작 가담만 하지 않았다면 큰 범죄가 아니라는 인식에 딥페이크 음란물 공유를 친목도모 수단 정도로 여기는 분위기가 크다”고 전했다.
유사한 딥페이크 성범죄에도 불구하고 교육청에 따라 처분 수위가 제각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예를 들어 딥페이크로 제작한 음란물을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DM)로 유포한 사례에 부산교육청과 경북교육청, 대전교육청은 각각 최대 7호, 3호, 8호 처분을 내렸다. 딥페이크 제작 음란물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경우에 경기교육청은 두 건의 사례에 모두 최대 8호 처분을 내렸지만, 서울교육청과 부산교육청은 3호 처분에 그쳤다.
학폭위 관계자들 사이에선 심의위원들의 낮은 범죄 이해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서 학폭위 심의위원으로 활동하는 한 변호사는 “상대적으로 수위가 센 학교폭력이 많이 발생하는 지역에선 딥페이크 정도는 심한 범죄로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있어, 지역별로 수위가 고무줄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인천교육청에서 학폭위 심의위원으로 활동하는 조원진 변호사는 “1년 전까지만 해도 딥페이크로 음란물을 제작하면 합성이라는 것을 누가 봐도 알 정도였기 때문에, 유포까지는 안 했다고 하면 장난으로 보는 온정적인 분위기가 컸다”고 설명했다.
이해준 학교폭력연구소장은 “딥페이크가 크게 이슈화되기 전에 학폭위에선 기본적으로 성범죄가 아닌 사이버폭력으로 인식하고, 실제 피해 정도에 대해선 판단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심의위원들 자질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강경숙 의원은 “최근 딥페이크 성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형량 강화와 피해자 보호 장치를 담은 딥페이크 차단 6법을 공동 발의했다”며 “다만 딥페이크 범죄는 2차 가해 문제 등을 고려해 학생들이 심각성을 인지하고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실질적인 예방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교육과 함께 관련 전문가가 학폭위 등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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