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군 0경기' 무명 투수에게 2억 투자, 데뷔 첫 홀드로 결실…"속앓이 했는데, 앞으로 볼넷 없이 씩씩하게 싸우겠다"
[OSEN=부산, 조형래 기자] 프로야구 LG 트윈스는 지난해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단 한 명의 선수만 선택했다. 이 선수는 1군에서 1경기도 던지지 못했고 군 복무로 2년 간 실전 경험이 전무한 투수였다. 그런데도 LG는 이 선수의 성장 잠재력 하나만 보고 2억원을 투자했다. 그리고 2억을 투자한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LG 트윈스 투수 이종준(23)은 1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 6-4로 앞선 8회말 등판해 1이닝 1볼넷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종준의 데뷔 첫 홀드가 만들어졌다.
사실 과정이 좋지 않았고 순탄하지는 않았다. 행운이 많이 따랐다. 선두타자 나승엽과는 9구 승부 끝에 볼넷을 허용했다. 3볼로 시작하면서 승부를 간신히 펼쳤다. 후속 윤동희와도 3볼 1스트라이크로 승부를 시작하며 고전했고 풀카운트로 이어졌다.
7구째 타격이 이뤄졌다. 롯데는 대주자 장두성을 투입했고 풀카운트에서 런앤히트 작전을 구사했다. 윤동희는 강한 타구를 만들어냈다. 그런데 이 타구가 2루 커버를 들어가던 2루수 구본혁에게 향했다. 구본혁이 빠르게 반응했고 점프 캐치를 이뤄냈다. 윤동희와 장두성이 모두 아웃됐다. 순식간에 2아웃이 됐고 이종준은 박승욱을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3타자로 8회를 매듭지었다. 이종준에게 첫 홀드가 만들어졌다. 이종준이 간신히 8회를 넘긴 뒤 9회초 오스틴이 쐐기타를 뽑아내며 LG는 7-4로 승리했다.
구단은 이종준의 성장 잠재력에 투자했다. 모두가 주목하지 않을 때, 2차 드래프트 3라운드 마지막 순번에 이종준을 뽑았다. 이종준의 전 소속팀인 NC 다이노스는 35인 보호선수 명단을 고민했고 보호선수 명단에 넣지 않았다. 이종준의 이탈 가능성을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그렇다고 LG의 지명은 예상 밖이었다는 후문이다.
현장의 염경엽 감독은 이종준의 191cm, 93kg의 신체조건과 구위를 주목하고 앞으로 육성을 시켜야 하는 선수로 지목했다. 24경기 승리 없이 2패 1홀드 평균자책점 2.25(23이닝 6자책점), 27탈삼진 14볼넷을 기록 중이고 서서히 필승조로 거듭났다. 현재 순위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지만 필승조 수업까지 병행하고 있다. 이종준은 17일 사직 롯데전, 3-3으로 맞선 7회에 등판했지만 고승민에게 결승포를 허용한 뒤 1이닝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내려왔다.
염경엽 감독은 “이종준은 계속 기회를 줄 것이다. 현재 구위가 올라오고 있는 선수가 (이)종준이와 백승현이다. 종준이를 많이 쓸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결과와 관계없이 경험을 쌓게해서 전력화를 시키겠다는 의지였다.
비록 쑥스러운 과정으로 홀드가 기록됐지만 의미 있는 첫 걸음이었다. 염경엽 감독도 경기 후 “이종준의 프로 첫 홀드 축하하고 오늘 첫홀드가 좋은 경험이 되어서 더욱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축하를 건넸다.
이종준은 “매 경기 매 등판마다 항상 집중하며 마운드에 올라가려 한다”라며 “오늘도 ‘한가운데 보고 던지자!’,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자!’, ‘볼넷 없는 경기를 하자!’ 라고 계속 되새기고 있었는데 오늘 첫 타자부터 볼넷으로 시작해서 좀 아쉬웠다. 그래도 볼넷 이후 다음 공 던질 때부터 어느 정도 느낌이 오기 시작해서 잘 마무리 할 수 있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시즌 중간에 불펜 필승조 기용해 주신다는 말을 들은 순간부터 자신 있게 던지는 모습 보여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최근 경기에 동점 상황에서 좋지 않은 피칭을 했었어서 속앓이하고 있었다”라며 “그래도 롯데와의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첫 홀드를 거둘 수 있어서 다행이다”라고 웃었다.
그러면서 “감독님께서 항상 강조하시는게 볼넷 없이 타자랑 싸우라고 말씀하시는데, 남은 경기 동안 계속해서 볼넷 없이 타자들하고 씩씩하게 싸우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팀이 승리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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