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자유와 존엄이 있는 돌봄

양선아 기자 2024. 9. 2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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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돌봄노동자에게 '(할머니가 잠에서 깨는)몇 번째에 때리고 싶었습니까?'라고 묻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조회나 종례 시간에 자신의 폭력성과 한계에 대해 꺼내 놓고 말할 수 있도록 하고, '언제든 노동현장에서 도망가도 된다는 규정'을 만들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노인요양원에서 그런 문화와 규정을 만들 수 있는 배경이 궁금하다."

앞의 질문에 무라세 소장은 "돌봄을 하면서 생겨나는 폭력성은 돌보는 사람의 인격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며 "돌봄자가 돌봄을 하면서 느끼는 긍정적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을 모두 솔직하게 말하게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학대를 피할 수 있게 됐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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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동기화, 자유’의 저자 무라세 다카오 소장이 ‘다른몸들’ 활동가 조한진희씨를 화상 프로그램으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다른몸들’이 지난 11일 주최한 ‘국제돌봄강연’에는 돌봄 노동자와 돌봄 이론가 등 한국 독자 200여명이 화상 프로그램에 접속해 ‘좋은 돌봄’에 관한 다카오 소장의 강연을 들었다. 다다서재 제공

“책에서 돌봄노동자에게 ‘(할머니가 잠에서 깨는)몇 번째에 때리고 싶었습니까?’라고 묻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조회나 종례 시간에 자신의 폭력성과 한계에 대해 꺼내 놓고 말할 수 있도록 하고, ‘언제든 노동현장에서 도망가도 된다는 규정’을 만들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노인요양원에서 그런 문화와 규정을 만들 수 있는 배경이 궁금하다.”

질병권과 돌봄 사회 의제를 이끄는 단체 ‘다른몸들’에서 활동하는 조한진희 활동가가 ‘돌봄, 동기화, 자유’의 저자인 무라세 다카오에게 물었다. 지난 11일 오후 7시부터 2시간 반 동안 일본 노인요양시설 ‘요리아이의 숲’ 무라세 소장은 화상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의 돌봄 노동자, 돌봄 정책가를 포함한 한국 독자 200여명을 만났다. ‘돌봄국제강연’ 시간이었는데, 참여자들의 열기가 뜨거웠다.

저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여러 질문을 쏟아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한국 사회가 초고령화사회 진입 직전에 있어 돌봄이 당면 과제인 이들이 많은 데다 노인요양원이나 정신병원 등에서 벌어지는 반인권적 행태가 많이 알려지면서 ‘자유와 존엄이 살아있는 돌봄’이란 주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것으로 보였다.

앞의 질문에 무라세 소장은 “돌봄을 하면서 생겨나는 폭력성은 돌보는 사람의 인격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며 “돌봄자가 돌봄을 하면서 느끼는 긍정적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을 모두 솔직하게 말하게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학대를 피할 수 있게 됐다”고 답했다. 사랑이나 헌신, 선의, 배려라는 말로 포장하지 않고, 인간이 불완전하고 미성숙한 존재라는 것을 먼저 인정해야 비로소 ‘자유와 존엄이 살아있는 돌봄’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양선아 책지성팀장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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