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당도, 의정갈등도 마이웨이…오세훈, 연이은 소신 행보
의료개혁 동의하지만 환자 피해 막자 입장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구당 부활 문제와 의정 갈등 해소 방안 등 핵심 쟁점 사안을 놓고 소신 행보를 이어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오 시장은 지구당 부활에 합의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연일 공세를 펴는 한편 의정 갈등 해법과 관련해서도 정부와 의사 측에 상호 양보를 제안하는 등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지구당을 폐지해 금권 선거를 차단하려 했던 이른바 오세훈법을 주도한 장본인인 오 시장은 지구당 부활에 강력히 반대하면서 한 대표와 이 대표를 싸잡아 비난하고 있다.
오 시장은 추석 연휴인 지난 18일 BBS '함인경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한 대표와 이 대표를 겨냥, "무슨 정치 개혁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을 하고 연구를 해서 내놓은 정치 개혁 방안이 아니라 당내 표를 얻기 위해서 일단 공약을 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오세훈법을 통해 지구당을 폐지하는 등 정치 개혁이 일부 진전됐는데 이제 와서 지구당을 되살리는 것은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게 오 시장의 지적이다. 그는 "절반 정도 진도가 나간 정치 개혁을 해 놓고 한 10년이 흘렀다. 그러면 원래 논의했던 방향으로 가는 방향으로 변화가 있어야 정치 개혁에 어울린다"며 "오히려 원래 자리로 되돌리면서 이게 정치 개혁이라는 것은 정말 무리한 강변"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오 시장은 당대표 무용론까지 제기했다. 입법권 없는 당대표 대신 입법권을 가진 원내대표들이 정국을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뉴스 시간에 당대표가 가운데 앉아 있고 옆에 최고위원이라는 분들이 쭉 앉아서 하는 회의 장면이 정치 뉴스에 거의 매일 나오는데 그 자리에서 무슨 바람직한 논의를 하는 장면이 비춰지기보다는 상대 당 공격하는 게 아마 거의 절반 이상일 것"이라며 "법안을 만드는 이슈도 아닌데 늘 상대 당을 공격하고 상대 정파를 공격하고 이런 일들이 일상이 돼버렸다"고 언급했다.
일련의 발언들은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1, 2위를 달리고 있는 이 대표와 한 대표를 견제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와 한 대표를 구태정치 프레임에 가두는 동시에 자신을 정치 개혁의 적임자로 부각시키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0년째 정치와 행정 영역에서 활동한 탓에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평을 들어온 오 시장이 이번 지구당 부활 건을 계기로 개혁적인 이미지를 다시 한 번 구축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실제로 민심은 오 시장 쪽에 가깝다. 엠브레인퍼블릭 등이 지난 6월 10~12일 성인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지구당 부활 반대는 46%, 찬성은 20%였다. 이는 지구당 폐지과 오세훈법이 20년이 지난 지금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오 시장은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의정 갈등에서도 소신 있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동훈 대표가 주도하는 여야의정 협의체가 사실상 공전하고 있는 가운데 오 시장은 실무 행정으로 추석 연휴 의료 공백을 최소화했다. 추석 연휴 기간 서울시는 응급 환자에 대비해 24시간 응급의료 체계를 가동하는 한편 경증 환자들이 쉽게 진료 받을 수 있도록 병의원과 약국을 1만2000여곳 지정해 운영했다.
의료 공백 완화에 힘을 보탠 오 시장은 의정 갈등 해소를 위해 정부와 의료계가 서로 양보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오 시장은 19일 페이스북에서 "정부와 의료계 양측이 서로 한 발씩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는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을 풀어내기 위해 실질적인 해결책도 제시하고 있다. 그는 지난 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님 정도는 스스로 좀 고민을 좀 하는 것도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지 않겠나"라고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의료계와 자주 충돌한 차관을 물러나게 함으로써 의료계로 하여금 입장을 바꿀 명분을 마련해 주자는 취지다.
오 시장은 의대 정원 확대 등 의료개혁이 국민의 미래를 위해 필요하다는 정부 방침에는 동의하지만 개혁 과정에서 환자가 피해를 보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행보는 2021년 4월 당시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 중앙정부와 차별화를 꾀했던 당시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오 시장은 민생과 방역을 모두 지키는 '서울시 상생방역'을 추진하겠다며 사실상의 '방역 독자노선'을 선언한 바 있다. 그때도 오 시장은 코로나 방역으로 인해 동네 상권이 무너지고 있다며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서울 경제를 지탱하는 동네 상권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곧 망하겠다는 호소가 계속되고 있다"며 규제 일변도의 방역 정책을 비판했었다.
이 같은 오 시장의 차별화된 행보가 갈등과 대립 일변도인 현 정국을 풀어내는 데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da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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