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허리야” 골병 신음 81㎜ 박격포, 기동성 앞세워 ‘변신’ [박수찬의 軍]
보병부대에서 쓰는 81㎜ 박격포는 전장에서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다. 45도 각도로 낙하하는 박격포탄은 신속한 발사가 가능해 소규모 보병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국내에서도 이같은 능력을 지닌 장비가 등장했다. 한국군에서 쓰이고 있는 소형전술차량에 81㎜ 박격포를 탑재한 자주박격포다. 제작사인 현대위아는 다음달 충남 계룡시에서 열릴 대한민국 국제방위산업전시회(KADEX)에서 해당 무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장갑차보다 빠른 속도와 험지 주행 능력을 지닌 소형전술차량에 화력을 결합한 형태로써 기동성과 공격력을 효과적으로 융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0초만에 방열해 사격 준비 마쳐
현대위아가 개발한 차량탑재형 박격포는 81㎜ 박격포를 자동방열방식이 적용된 자주포 체계로 개조개발한 형태다. 사거리 연장보다는 운영 측면에서의 편의성과 신속한 기동에 초점을 맞췄다.
차량탑재형 박격포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운영 인원이 3명(포반장, 포수 , 탄약수)으로 감소했지만 방열 시간은 3분에서 10초로 크게 단축됐다. ‘히트 앤 런’처럼 기습작전에 매우 효과적이다.
이는 자동화 체계 덕분에 가능하다. 항법장치(INS)와 위성항법체계(GPS), 360도로 구동하는 포 회전장치, 제어장치 등이 어우러져 고각은 초당 10도, 편각은 초당 20도의 속도로 움직인다. 기존 박격포에선 불가능한 속도다.
차량탑재형 박격포는 지휘소에서 사격에 필요한 제원을 무선으로 수신을 받는다. 포반장은 사격 제원을 확인해서 실사격을 담당하는 차량 후방의 박격포 탑재부에 전달한다. 제원을 받은 사수는 사격을 실시한다.
차량의 인원 탑승 공간과 박격포 탑재부 사이에 있는 공간에는 포탄 80발을 적재한다. 포와 포탄 저장 공간과의 거리가 매우 가까워서 신속한 포탄 공급이 가능하다.
차량 후부에는 포다리와 포판이 탑재되어 있다. 차량이 진입할 수 없는 곳에서는 탑재된 포를 내려서 포다리와 포판을 결합해 사격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무게가 약 13t에 가깝고, 차량의 폭도 상대적으로 넓다. 산악 지대인 동부전선에선 K281의 접근이 어려운 지역이 있을 수밖에 없다.
반면 차량탑재형 81㎜ 박격포는 소형전술차량을 사용, 중량이 7t에 불과하다. 최고속도가 시속 130㎞에 달해 신속한 기동이 가능하다. 차량 폭이 좁아서 산악지형이나 교량의 중량 등에 대한 제약도 크지 않다.
인구절벽에 따른 병력 감소와 국방개혁에 따른 군 구조 개편, 국방과학기술 발달로 각급 부대가 담당하는 전장의 범위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기동성은 중요한 요소가 된다.
현대위아 관계자는 “기동성을 가지지 못하면 화력지원 장비로서의 필요성이 떨어질 것”이라며 “미래 전장에선 기동성을 가져야만 원활한 작전수행이 가능하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현대위아 관계자는 “실사격을 할 때 사격에 따른 하중이 120㎜ 박격포보다 81㎜ 박격포가 훨씬 작아서 소형전술차량에 탑재하기가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차량탑재형 박격포는 수출을 목적으로 정부 지원을 받아 개조개발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현재 개발 완료 단계에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산 유탄기관총을 험비에 장착한 우크라이나군이 보병전에서 우위를 보였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전술차량과 중화기 결합한 장비 주목
한국군 소형전술차량이나 미군 험비와 같은 전술차량에 중화기를 탑재한 개념은 예전부터 소개되고 있었다.
스페인에서 개발한 에이모스(EIMOS)가 대표적이다. 스페인산 다목적 고기동 소형 전술차량에 박격포를 결합한 형태다. 2018년에 개량형이 등장한 바 있다.
차량 후방의 개방형 회전판에 박격포를 설치, 360도 전방위 사격이 가능하다. GPS 전파방해에 대비해 관성항법장치(GPS)를 도입했으며, 사격을 보조하는 정보체계에 의해 탄도계산과 사격제원, 포 조준 등이 가능하다.
에이모스처럼 빠른 속도로 기동하면서 험지 돌파 능력까지 갖춘 전술차량을 중화기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추세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가속화될 전망이다.
과거에는 제3세계 무장단체가 토요타 랜드크루저처럼 민간 픽업트럭에 기관총을 설치한 ‘테크니컬’이 분쟁에서 맹위를 떨쳤다. 방어력은 빈약했지만, 우수한 기동성을 토대로 ‘치고 빠지는’ 작전이 가능했다.
영화 ‘블랙호크 다운’의 배경인 모가디슈 전투(1993)에서 미군이 곤경에 처헀던 이유 중 하나가 소말리아 무장단체의 테크니컬이었다.
최근 등장하는 ‘전술차량+중화기’는 테크니컬의 상위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저강도 분쟁에서 대규모 전면전으로 바뀌었지만, 기동성을 중시하는 경향은 한층 뚜렷해졌다.
전술차량은 개개의 전장에 적합한 중화기를 신속하게 탑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유지보수도 장갑차보다 쉽다.
러시아군보다 병력 및 중화기가 부족한 우크라이나군으로선 전술차량의 장점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군은 전쟁 초기 미국에서 지원받은 험비에 M2 중기관총이나 MK19 유탄기관총, 재블린 대전차미사일 등을 필요에 따라 장착해서 러시아군과의 교전에 활용했다.
이같은 국면에서 전술차량 탑재 박격포가 더해지면 보병전에서 쓰일 옵션이 더욱 늘어난다.
전술차량에 탑재된 박격포는 전장에서 필요한 곳에 신속히 전개, 화력지원을 실시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
유탄기관총이나 중기관총 등의 직사화기가 미치지 못하는 곳도 공격할 수 있으며, 고폭탄 외에도 연막탄 등을 사용해 보병부대 작전을 도울 수도 있다. 특수전부대 작전에서도 강력한 화력지원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병력 규모가 감소하는 한국군 입장에서 전투지역이 확대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병력은 적은데 전장이 넓다면, 기동성을 강화해서 공백을 만회해야 한다. 신속하게 이동해서 사격하고 다른 곳으로 옮겨가서 전투를 벌이는 방식이 필수다.
소형전술차량에 박격포를 탑재하는 개념을 비롯해 기동성과 화력을 동시에 갖추는 무기체계와 전술 확립이 시급하다. 단순히 수출에 그치지 않고, 차령탑재형 박격포의 효용성을 한국군이 고민해야 할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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