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소설로 만나는 이중섭의 ‘화양연화’[북리뷰]

장상민 기자 2024. 9. 20.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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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국민화가 이중섭.

책에는 이중섭의 예술혼이 가장 뜨겁게 불타올랐던, 지금껏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그의 화양연화가 담겼다.

화가로서의 정체성을 놓지 않으며 가족을 지키기 위한 방법은 '대작'을 그리는 것뿐이라며 이중섭은 묵묵히 그리고 또 그린다.

마침내 소설은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이중섭의 대작 '소'를 그려내는 장면을 통해 화가의 정체성을 남김없이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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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좋았더라
김탁환 지음│남해의봄날

20세기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국민화가 이중섭. 그의 이름 뒤에는 언제나 화가의 대표작 ‘소’가 따라 나온다. 그러나 작품이 아닌 화가의 삶에 대해서라면 많은 사람들은 불행하고 비참하게 살다 요절했다는 이야기 정도로 기억하곤 한다.

그러나 김탁환 작가는 갖가지 소 그림을 그리던 바로 그 시절의 이중섭을 되살려 냈다. 책에는 이중섭의 예술혼이 가장 뜨겁게 불타올랐던, 지금껏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그의 화양연화가 담겼다.

소설은 문학과 공예, 미술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터전으로 삼았던 1950년대 근대 한국 예술의 본거지 통영을 배경 삼아 펼쳐진다. 특히 이중섭이 통영에 발길을 하기 시작한 1951년 12월부터 1954년 5월 통영을 떠나기까지의 시간에 집중했다. 김 작가는 공예가 유강렬과 김봉룡, 시인 유치환과 김춘수, 구상 등 통영의 수많은 예술가들이 이중섭과 함께한 시간을 세밀하게 그려내, 화백의 창작활동이 꽃필 수 있었던 통영에서의 시간에 입체감을 불어넣는다.

무엇보다 소설은 이중섭의 예술혼에 집중한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엘리트 화가로 길러진 이중섭의 삶은 전쟁을 겪으며 망가진다. 전쟁을 틈탄 혼란한 시기에 빚더미에 앉게 되고 사랑하는 아내 이남덕, 두 아들과는 생이별을 하고 만다. 더욱이 휴전으로 인해 북녘 고향 땅에는 돌아갈 수조차 없다. 그러나 이 모든 악조건이 화가의 역작을 위한 자양분이었다고 소설은 말한다. 화가로서의 정체성을 놓지 않으며 가족을 지키기 위한 방법은 ‘대작’을 그리는 것뿐이라며 이중섭은 묵묵히 그리고 또 그린다.

마침내 소설은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이중섭의 대작 ‘소’를 그려내는 장면을 통해 화가의 정체성을 남김없이 드러낸다. 소의 움직임 하나하나로부터 거대한 울림을 받았던 이중섭의 내면을 마치 이중섭에 빙의된 듯 그려낸다. 김 작가는 이중섭의 삶을 쓰며 ‘예술가로서 나는 어디까지일까, 화양연화는 이미 지나갔을까 아직 오지 않았을까 지금 지나는 중일까’ 생각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책은 이중섭의 시간뿐 아니라 미술 작품에서도 비교적 덜 알려진 작품을 조명한다. 책의 표지가 된 ‘복사꽃 가지에 앉은 새’가 대표적이다. 소설 속에서 이중섭은 가지에 앉았다 날아가는 새를 보며 떨어지는 꽃잎에 주목한다. ‘누군 잠시 머물다 떠나고 누군 그로 인해 생의 기운이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동시에 희망의 상징인 나비도 그려 넣는다. 잠시 머물러 생의 기운이 다할 수 있다면 반대로 새롭게 살아갈 수도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312쪽, 1만9500원.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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