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로 간 젊은이들…“고향은 잘 지내고 있나요?”
[KBS 전주] [앵커]
60여 년 전 독일로 파견한 광부와 간호사들은 외화 벌이를 위해 궂은 일을 마다 하지 않았습니다.
아직 독일에 남은 파독 노동자들은 젊은 시절, 그 마음으로 여전히 고국을 그리고 있습니다.
조선우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여든을 앞둔 채수웅 씨.
53년 전 고향인 군산을 떠나 독일에서 광산일을 했습니다.
천 미터 지하 갱도에서 날마다 열악한 조건과 싸우며 반복되는 과로를 견뎌야 했습니다.
[채수웅/전 파독 광부 : "너무 피곤했던가 봐요. 자는데 침대에서 이제 피를 흘리고 잔 거야. 코피를 흘리고 잔 거예요."]
당시 미혼이던 채 씨는 기혼자보다 월급이 적었기에 고향의 가족을 떠올리며 허리띠를 졸라 맸습니다.
[채수웅/전 파독 광부 : "(월급을) 하나도 안 남기고 다 보냈지. (왜요? 왜 그러셨어요?) 우리 집안들이 또 형제들이 잘살아야 하니까…."]
김광숙 씨는 24살 꽃다운 나이에 독일의 한 시골 마을 정신병동 간호사로 일했습니다.
이제 지긋한 나이가 됐지만 고향 전주에서 기억을 떠올리며 젊은 시절 친구들을 지금도 그리워합니다.
[김광숙/전 파독 간호사 : "(여기는 한국인 것 같은데요?) 어, 여기 다가산, 전주. (다가산!) 응응, 다가산. (누가 선생님이세요?) 나는 여기 가운데…."]
30년 넘게 병원에서 환자들과 울고 웃으며 경황없이 세월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독일에 머물게 됐습니다.
이제는 고향에 가고 싶어도 마땅히 머물 곳이 없어 잠시 다녀가기도 쉽지 않습니다.
[김광숙/전 파독 간호사 : "우리 부모도 다 돌아가셨잖아요, 이제는. 그러면 형제들한테 손 벌릴 수도 없는 거고 우리 자신이 또 몸이 건강하다면 별 문제 안 되는데 좀 아프고 그러니까 남한테 짐 되기 싫어서…."]
당시 정부가 파견한 광부와 간호사 2만여 명 가운데, 아직 독일에 남은 7천여 명은 여전히 고국을 그리며 진한 향수병을 앓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전북도는 파독 노동자 관련 조례를 만들어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김관영/전북도지사 : "지원 조례의 취지대로 더 많은 기념 행사를 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앞으로 이분들을 초대하거나…."]
또 전북에서 얼마나 떠났고,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등 파독 노동자에 대한 정확한 실태 조사가 필요합니다.
KBS 뉴스 조선우입니다.
촬영기자:신재복
조선우 기자 (ssu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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