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처 간부, 촉박한 용산 이전에 "공사비 대납해" 브로커 협박

유영규 기자 2024. 9. 20.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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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22년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는 윤석열 대통령

2022년 윤석열 대통령 취임 무렵, 예산도 확보하지 못한 채 이뤄진 경호 관련 시설 이전이 경호처 간부의 '공사 브로커 대납 요구' 범행의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간부는 급박하게 경호처 이전 공사를 추진하게 되자 브로커를 협박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오늘(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김보성 부장검사)는 경호처 간부 정 모 씨의 구속영장에 경호처장 공관 보수공사 등 공사비 대납 혐의와 관련해 이 같은 범행 경위를 적시했습니다.

2022년 3월 집무실을 국방부로 이전한다는 계획이 발표됨에 따라 경호처도 기존에 국방부가 사용하던 건물 등을 이관받아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관련 시설 공사가 필요해졌는데, 정 씨는 같은 해 5∼6월 예산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별도의 계약 절차 없이 공사업자 A 씨에게 경호처장 공관 등의 공사를 맡긴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해당 공사대금 1억 7천600만 원을 마련할 마땅한 방법이 없자 정 씨가 이를 브로커 김 모 씨에게 대납시키기로 했다는 것이 검찰이 파악한 범행 배경입니다.

김 씨는 당시 정 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용산 대통령실 본관 대통령 집무실의 방탄창호 공사를 따내 16억 3천만 원의 대금을 받은 상황이었습니다.

정 씨가 이렇게 얽힌 이권 관계를 빌미로 김 씨가 받은 공사대금을 갈취해 A 씨에 주려고 했다는 것이 검찰 시각입니다.

이를 위해 정 씨는 A 씨를 불러 김 씨가 시공한 방탄 창호에 하자가 있는지 찾아달라고 했고, A 씨는 "코킹(틈새) 마감에 손가락 자국이 있는 등 하자가 있는 것 같다"고 보고했습니다.

이후 정 씨는 2022년 5월 방탄창호 공사 현장에서 김 씨에게 "경호처장 공관 등을 보수해야 하는데 예산이 없으니 네가 공사비를 A에 지급해라. 그렇지 않으면 이미 설치한 방탄창호를 다 뜯어내고 전부 다시 공사하라"고 위협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습니다.

정 씨가 계속 트집을 잡으며 방탄창호 교체를 요구할 경우 막심한 손해를 볼 것을 우려한 김 씨는 결국 그해 5∼7월 1억 7천600만 원을 A 씨가 운영하는 건축공사업체로 입금했습니다.

정 씨는 앞선 감사원 감사와 검찰 조사에서 방탄창호 공사 경위 등과 관련해 "대통령실 이전이 2022년 3월 말 발표돼 같은 해 5월 10일부터 용산 신청사에서 집무가 시작돼야 하는 촉박한 일정 속에서 추진된 사업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 씨와 김 씨는 공사비 대납 외에도 방탄창호 공사와 관련해 뇌물을 주고받고 공사비를 부풀려 이득을 챙긴 혐의 등으로 지난 12일 구속됐습니다.

정 씨에게는 제3자 뇌물수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사기·공갈 등의 혐의가, 김 씨에게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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