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 후 첫 ‘구원승’ KT 소형준의 불펜 투수 체험기 “매일 경기를 준비하는 긴장감은 피곤…지금 야구하는 것만으로도 행복”[스경X현장]

김하진 기자 2024. 9. 20.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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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소형준이 19일 수원 삼성전을 마치고 인터뷰하고 있다. 수원 | 김하진 기자



KT 소형준이 데뷔 후 처음으로 구원승을 올렸다.

소형준은 19일 수원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서 선발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에 이어 두번째 투수로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4-4로 맞선 5회 등판한 소형준은 5회초를 실점없이 막았고 5회말 타선에서 대량 득점을 해줘 승리투수가 될 수 있었다. 팀은 12-5로 승리했다.

소형준 개인적으로는 2022년 9월28일 수원 두산전 이후 722일만에 올린 승리다. 그동안 선발로만 승리를 올렸던 소형준은 불펜 투수로 처음으로 승리를 올렸다.

소형준은 지난해 5월 오른쪽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다. 이후 재활 과정을 거쳤고 지난 6월에는 퓨처스리그에 등판해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려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오른쪽 팔꿈치 바깥쪽에 불편감을 느꼈고 외측 굴곡근 미세 손상 진단을 받아 복귀가 늦어졌다. 그리고 지난 10일이 되어서야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돌아온 소형준의 보직은 선발이 아닌 불펜이었다.

앞서 12일 NC전에서 1이닝 1실점을 기록한 소형준은 16일 KIA전에서는 2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이날도 1이닝 무실점으로 구원승까지 올렸다.

KT 소형준. KT 위즈 제공



경기 후 소형준은 “승리에 대한 생각조차 안 하고 있었다”며 “올해는 나가라는 상황에서 던져보자라는 생각으로 했는데 운이 좋게 내가 내려가고 나서 대량 득점이 나와서 승리를 할 수 있게 됐다. 팀도 중요한 경기였는데 이길 수 있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했다.

구원승은 확실히 느낌이 달랐다. 소형준은 “6~7이닝 던지면서 승리를 하다가 1이닝만 막고 내려와서 승리하니까 뭔가 좀 편한 느낌이 있는 것 같다. 최소 5이닝 던져야 할 수 있었는데 뭔가 1+1 제품을 산 느낌”이라고 했다.

이번에 승리를 올렸다고 해서 중간 계투로서의 고충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선발 투수가 더 힘들다고 생각했던 소형준의 생각이 바뀌었다. 그는 “불펜 투수들의 힘듦을 많이 느끼고 있다”며 “선발 투수가 잘 던지다가 흔들릴 때 불펜 투수들에게 오는 묘한 긴장감을 잘 느끼고 있다. 내가 선발로 던지게 되면 안정감있는 피칭을 해야될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편안한 상황에 등판을 많이 할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랬다가 갑자기 긴장감을 안게 된 계기가 있었다. 소형준은 “처음에는 5점 차 이상 되어야 던질거 같다는 생각이 있어서 긴장감 없이 불펜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한 번은 2-0으로 이기고 있는데 8회 준비하라고 했다가 취소된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2-0의 타이트한 경기는 지난 11일 NC전이었다. 이날 KT는 2-1로 이겼다. 소형준은 “그날 이후로는 어떤 점수차에도 나갈 수 있겠구나라는 긴장감을 가졌다”라며 “감독님이 항상 긴장하라는 메시지를 준게 아닌가라고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펜 투수로서 느끼는 ‘워라밸’은 선발 투수와 비교했을 때에도 확실한 차이가 있었다. 소형준은 “매일 경기를 준비해야하는 부분이 스트레스가 있다”라며 “선발 투수는 던진 다음에는 회복하는 기간이 있는데 불펜 투수들은 언제 나갈지 모른다는 긴장감 때문에 몸도 많이 피곤하다”라고 했다.

반대로 선발 투수의 마음도 가장 잘 안다. 이날 4이닝 4실점으로 조기 강판했던 윌리엄 쿠에바스를 보며 “선발 투수가 5일을 준비하고 나서 자기가 해야되는 역할을 못하고 내려왔을 때 팀에 대한 미안한 감정을 잘 안다”라며 “선발 투수가 잘 던지고 5일 준비하는 거랑 못하고 5일 준비하는게 마음이 엄청 다르다. 쿠에바스도 다음 경기에 더 잘 던지지 않을까”라고 했다.

일단 소형준은 마운드에 서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하다. 그는 “그라운드에서 투구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어떤 상황에 나가더라도 나의 공을 던지고 내 플레이를 하자고 재활하는 내내 생각했다”라며 “중요하지 않은 상황은 없다고 생각하고 마운드에 올라가서 최선을 다해 던지자라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KT는 두산, LG와 함께 3위 싸움을 벌이는 중이다. 소형준은 더 중요한 상황에 기용될 수 있다. 그는 “지금처럼 나가는 경기에서 최소한 점수를 안 주고 가야할 것”이라며 “더 긴장감을 가지고 잘 준비해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KT 소형준. KT 위즈 제공



수원 |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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