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교사 엉덩이 툭 치고, 임신한 선생님 성희롱하는 초중고생들"
"중고교의 남학생들은 복도에서 선생님의 엉덩이를 툭 치거나 일부러 부딪히는 일이 있습니다. 그건 성추행입니다. 여선생님은 그 학생을 불러 세워서 뭐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학생은 그런 행위를 안 했다고 발뺌하는데, 선생님이 그 학생과 했다 안했다를 놓고 다투는 것 자체가 수치스러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은 모른 척하게 됩니다"
"수업 중에 학생들이 성적(性的)으로 선생님을 모욕하는 일도 있습니다. 임신한 여선생님 뒤에서 '00해서 임신했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이는 선생님이 들으라고 하는 소리입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고생들이 이런 성희롱을 합니다"
윤미숙(44) 교사노조연맹 제2부위원장 겸 정책실장은 지난달 28일과 이달 2일, 4일 세 차례 언론 인터뷰에서 학교에서 학생들에 대한 통제가 안 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교권이 무너지면서 선생님들이 이런 학생들을 강력히 제지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면서 "학생 인권 못지않게 선생님들의 인권과 교권이 지켜져야 정상적 교육이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윤 부위원장은 "서이초 사태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아이의 기분이 나빠지면, 선생님이 아동학대로 신고당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교사의 아동학대 여부는 평소 성향, 그런 행위가 반복됐는지 여부, 한 번의 행위라고 해도 그 정도가 심각한지 등을 신중히 따져 판단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이런 방향으로 법률이 개정돼야 하는데 국회 보건복지위 국회의원들과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이 반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부산에서 태어나고 이곳에서 성장한 윤 부위원장은 부산교대를 졸업한 뒤 2004년부터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습니다.
2020년 부산 교사노조 창립위원장에 이어 2021∼2022년 2대 위원장을 맡았습니다.
작년에는 전국 초등교사노조 정책실장 겸 대변인, 올해부터 교사노조연맹 정책실장 겸 제2부위원장, 전국초등교사노조 수석 부위원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는 8살짜리 초등학생 딸을 둔 학부모이기도 합니다.
다음은 윤미숙 부위원장의 인터뷰 일문일답입니다.
Q. 교사로서 절망할 때는 언제인가?
▲ 학급이 통제되지 않을 때입니다. 아이들이 수업 시간에 잘 따라오지 않을 때 절망감을 느낍니다. 수업을 방해하는 아이가 있어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습니다.
Q. 초등학교에서 수업 중 만화책을 보는 아이한테 교과서를 펴라고 하면 싫다고 하고, 수업 중에 뒤에 누워있기도 한다고 하는데, 사실인가?
▲ 2022년 충남의 한 중학교에서는 수업 중에 한 학생이 교단에 누워 있는 영상이 공개돼 문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교단에 서서 수업 중인 기간제 여선생님을 촬영하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Q. 학생 본인은 왜 교단에 누워 있었다고 했나?
▲ 교단 근처에 콘센트가 있어 휴대전화를 충전하려고 교단에 누웠다고 했습니다. 선생님을 촬영한 것이 아니고 검색하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Q. 요즘에는 수업 중에 학생이 교단에 누워 충전해도 되나?
▲ 공교육이 이 정도로 무너진 것에 대해 충격을 받은 시민들이 많았습니다. 그 무렵에는 여선생님이 수업하고 있었는데, 남학생이 웃통을 벗고 자리에 앉아 있는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Q. 요즘 아이들은 과거 아이들에 비해 무엇이 다른가?
▲ 내가 웃지 않는 표정으로 그냥 쳐다보면 아이들은 선생님이 무섭게 노려본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선생님이 혼내지 않았는데 아이는 혼났다고 생각하는 일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친구와 싸운 아이에게 "왜 화가 났어?, 무슨 일이야?, 누구랑 싸웠어?"라고 평범하게 물으면 아이는 "왜 나만 혼내요?", "왜 나한테만 그래요?"라고 합니다. 아이는 집에 가서 선생님께 야단맞았다고 이야기를 하고, 어머니는 선생님이 자기 아이를 학대했다고 생각합니다.
Q. 아이들이 교사의 지시를 안 따르는 일이 많은가?
▲ 반 아이한테 "바닥에 휴지가 떨어져 있으니 이거 좀 줍자"라고 말하면 아이는 "제가 버린 거 아닌데요?"라고 합니다. 요즘 아이들은 자기가 한 것이 아니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Q. 그러면 선생님은 뭐라고 말해주나?
▲ "쓰레기에는 이름이 없다. 우리가 다 같이 생활하는 공간이니 내가 흘린 걸 다른 친구가 주울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이 잘못 버린 것은 내가 쓰레기통에 넣을 수도 있다"고 말해줍니다.
Q. 그런 말을 하면 아이들이 알아듣나?
▲ 알아는 듣는 듯한데, 동의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음에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내가 왜요?", "나만 그런 거 아닌데요", "싫은데요"라는 말을 또 합니다.
Q. 아이들이 학교에서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 경우가 많나?
▲ 학원 숙제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잠을 자기도 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동화책을 읽기도 합니다. 휴대전화를 몰래 보고, 편지를 쓰거나, 낙서하기도 합니다. 화장실에 가기도 하고. 교과서를 찾으러 가기도 합니다.
Q. 선생님은 수업 중에 학원 숙제를 하는 학생들에게는 뭐라고 하나?
▲ 학원 숙제는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하라고 말합니다. 초등학생들 대부분은 말을 듣는데, 일부 아이는 계속 숙제를 합니다. 중고등학교에서는 수업 중에 학생들이 학원 숙제를 해도 선생님이 그냥 두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제지하면 학생들이 무시하거나 대드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지도할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아동학대로 신고될 위험마저도 있습니다.
Q. 학생들이 학원에서 공부하고, 학교에서는 배울 게 없다고 생각하니 교사들을 무시하는 것인가?
▲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이 중학교 1∼2학년 수학을 학원에서 떼었다고 자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수학 실력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정작 초등 6학년 수학 문제는 풀지 못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Q. 학교 수업 시간에 자는 아이들에게는 뭐라고 하나?
▲ 초등학교에서는 자는 아이들이 별로 없습니다. 졸거나 자는 아이들은 새벽까지 게임을 한 아이들입니다. 이런 아이들이 중고등학교에 진학하면 공부에 대한 열의가 없으니 잠을 자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고등학교에서는 깨운다고 선생님께 욕을 하는 학생이 있습니다. 깨우기 위해 몸을 터치했다고 신체적 폭력이라고 주장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Q. 학생들이 선생님에게 욕한 사례가 있나?
▲ 대표적인 것이 부산의 김 모(가명) 선생님 사건입니다. 2022년 1학기 말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선생님이 스테이플러(호치키스)를 준비해오라고 했는데, 아이들 몇 명이 빈손으로 왔습니다. 선생님은 학교에 있는 스테이플러를 그 아이들에게 나눠줬는데, 동시에 줄 수 없으니 약간의 시차가 생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한 학생이 왜 자기한테는 늦게 주느냐면서 욕설을 내뱉었습니다. 선생님은 욕을 했으니 교실 밖에 나가 있으라고 했고, 반성문을 쓰라고 했습니다. 아이의 부모는 교육청과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넣었습니다. 아이를 정서적으로 학대했다는 것입니다.
Q. 그 선생님은 학교에 못 나오게 됐나?
▲ 아동학대로 신고되니 2022년 7월 2일부터 직위가 해제됐습니다. 선생님은 학교에 나가지 못하고 집에 있던 중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직위가 해제된 지 5일만 이었습니다. 그 선생님은 공무원을 하다 너무 힘들어서 교원대에 들어가 늦게 교사가 된 분이었습니다. 사건 당시 선생님은 40대 초반이었습니다. 작년 말에 법률이 개정돼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아동학대로 신고되면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무조건 직위가 해제됐습니다.
Q. 선생님이 학생한테 폭행당하는 일도 있나?
▲ 얼마 전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여선생님이 6학년 아이를 지도하고 있었는데, 아이가 갑자기 선생님의 상체를 주먹으로 때렸습니다. 선생님은 많이 놀랐고, 수치심도 느꼈습니다. 그렇지만 선생님은 이 문제가 공개되고 이슈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교권보호위원회가 열렸고, 선생님은 다른 학교에 전보 가는 것으로 정리됐습니다.
Q. 학생들이 선생님을 성희롱하거나 성추행하는 일이 있나?
▲ 작년에 제주도의 한 고등학교에서 불법 촬영(몰카)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학생 1명이 여선생님 화장실에 몰래 들어가 휴지 곽 안에다 휴대전화를 넣어뒀습니다. 그 학생은 여선생님들이 그 화장실만을 이용하도록 다른 화장실 칸은 잠가뒀습니다.
Q.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00랑 잤죠?", "00 선생님 가슴 만지고 싶다", 남자 성기 모양의 물건을 주고는 "흔들어주세요"라고 하는 일도 있다고 하던데?
▲ 자기들끼리 교실에서 선생님의 속옷 색깔에 대해 농담을 주고받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여자 배우의 가슴 크기에 대해서도 말하면서 시시덕거립니다. 자기들끼리 몰래 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선생님이 들으라고 하는 소리입니다. 이는 성희롱입니다.
Q. 이런 경우 선생님은 어떻게 하나?
▲ 선생님이 이를 문제 삼기는 어렵습니다. "너 지금 뭐라고 했어?"라고 추궁하면 "선생님한테 한 말이 아닌데요"라는 답변이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이런 추궁 자체가 수치스러운 일이어서 모르는 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교에서 이런 성희롱 사건이 많지만, 외부로 드러나지 않는 이유입니다.
Q. 학생들의 성희롱 유형으로 다른 것이 또 있나?
▲ 임신한 여선생님이 수업 중인데, "00를 해서 임신했다"면서 성적(性的)으로 모욕하는 학생들이 있다. 선생님이 들을 수 있는 거리에서 일부러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일부이지만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고등학교 아이들이 이런 짓을 합니다.
Q. 선생님을 성추행하는 학생도 있다고 하던데?
▲ 지나가면서 슬쩍 선생님 엉덩이나 등, 팔을 툭 치거나 부딪히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도 선생님이 아이를 세워놓고 뭐라고 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런 행위를 안 했다고 발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런 일을 저질러 놓고 "죄송합니다. 제가 그랬어요"라고 하는 학생은 없습니다.
Q. 선생님에 대한 서술형 평가에서 선생님을 성적(性的)으로 모욕하는 일도 있다고 하던데?
▲ 세종시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서술형으로 선생님에 대해 평가하라고 했는데, 성희롱하는 내용을 적었습니다. 익명 평가여서 누가 그런 짓을 했는지 모릅니다. 컴퓨터로 작성해서 입력하는 것이니 필체 확인도 불가능합니다.
Q. 그 세종시 선생님은 심한 모욕감을 느꼈을 듯한데?
▲ 선생님은 교육청의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도 상처를 받았습니다. 교육청은 선생님을 보호하기보다는 사무적이고 딱딱하게 취조하듯이 조사를 했다고 합니다. 선생님은 "나는 피해자인데, 나한테 왜 이렇게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2차 가해를 받은 셈입니다. 선생님은 교육청의 이런 조사가 더 견디기 어려웠고, 이때 교단을 떠날 결심을 했다고 합니다. 그분은 의원면직으로 교직을 그만뒀습니다.
Q. 학부모가 선생님을 성희롱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던데?
▲ 상담 시간에 남자 학부모가 여선생님한테 "저녁에 만나자, 술 한잔 하자"라고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Q. 학생이나 학부모, 교육청 등이 선생님을 무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교사들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하락한 것도 원인이지만 그동안 국회, 정부, 단체 등이 지나치게 학생 인권을 강조하면서 교권 보호에는 신경 쓰지 않은 데도 원인이 있습니다. 학생 인권과 교권 보호는 균형을 이뤄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학교는 통제 불능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Q.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해야 하나?
▲ 무엇보다도 학부모들이 무분별하게 교사를 정서적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아동복지법 등 관련 법률을 개정해야 합니다. 지금은 학부모가 단지 괴롭힐 목적의 무고성 신고를 해도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이런 학부모를 처벌할 방법도 없습니다. 수업 방해 학생에 대한 분리 지도 역시 실효성 있도록 정비해야 합니다. 교권보호위원회도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고쳐야 합니다. 담당 공무원들이 실적 쌓기나 생색내기용으로 정책을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Q. 교사들은 언제 보람과 자부심, 행복을 느끼나?
▲ 학생이 성장했다고 생각될 때입니다. 저학년의 아이들은 학년 시작할 때와 1년이 지난 후인 끝날 때를 비교해 보면 훨씬 의젓해집니다. 자기 일을 스스로 하고, 친구를 도와주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컸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수업이 끝나고 나서 아이들이 "선생님, 수업 재미있었어요. 이거 해보니 너무 좋았어요"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이때도 선생님은 행복합니다.
Q.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 배려와 양보는 사회생활의 기본입니다. 학교는 타인과 함께 생활하는 공간입니다. 모든 것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남을 배려하는 것이 손해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손해만은 아닙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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