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났는데 갑자기" 스펙타클했던 이틀…'이석증 극복→9승 수확' 최원태가 전한 미안함과 고마움 [MD부산]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졌으면 피해다녔을 거에요"
LG 트윈스 최원태는 1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팀 간 시즌 16차전 맞대결에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5⅓이닝 동안 투구수 87구, 8피안타(1피홈런) 1볼넷 5탈삼진 4실점(4자책)을 기록하며 시즌 9승째를 수확했다.
최원태는 당초 19일 사직 롯데전의 선발 투수로 나설 계획이었다. 그런데 지난 18일 경기에 앞서 염경엽 감독이 최원태의 등판이 불가능하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석증 증세로 인한 어지럼증 때문이었다. 이에 염경엽 감독은 이지강이 선발로 등판할 가능성을 내비쳤는데, 18일 경기가 시작되기 직전 최원태의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리고 이지강이 불펜 투수로 등판하면서 최원태의 등판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18일 경기가 끝난 뒤 LG가 내세운 선발은 최원태도 이지강도 아닌 임준형이었다. 그런데 19일 경기에 앞서 염경엽 감독이 또다른 소식을 가져왔다. 바로 최원태가 임준형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다는 것이었다. 전날(18일)의 경우 추석 연휴로 인해 병원 검진을 받지 못했지만, 19일 오전 병원을 찾은 결과 이석증 증세가 경미하다는 소견을 받았고, 최원태 또한 상태가 많이 좋아졌던 까닭이다.
염경엽 감독은 "최원태에 대한 물음에 "괜찮을 것 같다. 오늘 야구장에 나왔다. 그래서 2회부터 나갈 것 같다. 본의 아니게 위장선발이 됐다"고 웃었다. 이어 "어제(18일)는 좋지 않다고 해서 야구장도 나오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괜찮았으면 그냥 선발로 나갔을 것이다. 그런데 어제는 어지러워서 못 나가겠다고 하더라. 어제는 병원을 가지 못했는데, 19일 검진 결과가 괜찮게 나왔다. 본인도 괜찮다고 한다"며 상황에 따라 1회부터 등판할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그리고 최원태가 1회부터 모습을 드러냈다. 선발로 등판한 임준형이 자초한 2사 1, 2루 위기에서 바통을 넘겨받은 최원태는 후속타자 전준우를 우익수 뜬공으로 묶어내며 경기를 출발했다. 하지만 2회 곧바로 실점했다. 선두타자 나승엽에게 2루타를 맞은 뒤 윤동희에게 볼넷을 내주는 등 1, 2루 위기에서 정보근에게 적시타를 맞은 까닭. 그래도 최원태는 이어지는 위기 상황에서 황성빈을 3루수 파울플라이, 고승민을 삼진 처리하며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매듭지었다.
첫 위기를 최소 실점으로 극복한 뒤 최원태는 안정을 찾았다. 3회에는 선두타자 손호영에게 몸에 맞는 볼을 허용했으나, 이어 나온 타자들을 완벽하게 요리했고, 4회에는 롯데의 하위 타선을 상대로 첫 삼자범퇴 이닝까지 만들었다. 하지만 5회 홍창기의 보살 도움을 받아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쌓은 최원태는 손호영과 빅터 레이예스에게 연속 안타를 맞으면서 2실점째를 기록, 6회 윤동희에게 투런홈런을 맞았으나, 타선의 든든한 지원을 받은 결과 승리 투수의 기쁨을 맛봤다.
경기가 끝난 뒤 만난 최원태는 먼저 임준형에게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첫 번째로 (임)준영이에게 너무 미안하다. 나 때문에 급하게 준비를 해서 등판을 했는데, 정말 미안하다고 전해주고 싶다"며 주자가 있었던 상황에서 등판한 것에 대한 물음에 "준영이 주자였기 때문에 무조건 막고, 점수를 주더라도 다음 이닝부터 줘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 위기를 막지 못했으면 준영이 얼굴을 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석증. 어떤 증상이었을까. 최원태는 "어제(18일) 자고 일어났는데 갑자기 그러더라. 밥도 먹지 못하고 속도 좋지 않았다. 누워있으면 계속 도는 느낌이었다. 어제 병원을 가지 않은 상황에서 감독님께서는 이석증이라고 하는데, 허준이신 줄 알았다"며 "자고 나니 조금 낫더라. 오늘(19일) 병원에서 진료를 봤는데 의사 선생님께서 경기에 나가도 된다고 하셨고, 20분 동안 도수 치료를 해주시면서 많이 괜찮아졌다. 경기를 하면서는 집중을 하다 보니 괜찮았다"고 설명했다.
올해 광배근 부상부터 이석증까지 다양한 부상을 겪은 최원태는 "올해 많은 일을 겪는 것 같다. 이런 적이 없었는데 참 신기하다. 이석증은 귀 감기 같은 것이라고 하더라. 잘 회복이 되서 다행"이라며 치료법을 묻자 "오른쪽으로만 누워 자면 괜찮다고 하는데, 그러다가 또 목에 담이 걸리면 안 되는데…"라며 멋쩍게 웃었다.
평소 선발로 준비하던 루틴을 소화하지 못했지만, 불펜으로도 뛰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최원태는 "그전에도 폭염 때문에 캐치볼을 못해서 불안하기도 했는데, 이전 팀에 있을 때 가을야구에서 불펜 투수로 준비를 해봤기에 어떻게 하는 줄 알고 있었다. 4실점을 했지만, 과정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사실 4점을 주고 승리를 바라는 것은 양심이 없지만, 타자 형들이 잘 쳐줘서 이길 수 있었다. 그리고 뒤에서 (함)덕주 형과 (이)종준이, (유)영찬이가 잘 막아줬다"고 활짝 웃었다.
끝으로 최원태는 "오늘 감독님을 못 쳐다보겠더라. 그런데 이겨서 다행이다. 만약 졌다면 감독님을 피해 다녔을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결국 몸 상태를 회복하고 마운드로 돌아와 팀 승리에 힘을 보탠 최원태의 다사다난한 이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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