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발 금리인하···"노도강 등 덜 오른 지역, 추가 상승 여력 제공"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컷(0.50%포인트 금리 인하)’ 여파로 서울 노원·도봉·강북 등 이른바 노도강 지역의 매수 심리가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한국은행이 연준을 따라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이미 집값이 많이 상승한 강남 3구나 마포·용산·성동(마용성)보다 그동안 상승세에서 소외됐던 노도강 등 서울 외곽 지역의 매매 수요가 자극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19일 서울경제신문이 부동산 전문가 5인을 대상으로 향후 시장 전망을 조사한 결과 연준의 금리 인하가 예견돼 현재 아파트 가격 상승분에 선반영된 만큼 노도강 등 서울 외곽이나 지방, 오피스텔 등의 비(非)아파트 시장이 주목받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이미 부동산 시장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예견하고 있었기 때문에 큰 상승을 기대할 수 없다”면서도 “그동안 강남 지역에 비해 집값 상승 폭이 크지 않았던 노도강 지역에는 매수세가 집중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이미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는 서울 아파트 가격에 다 반영돼 있다”며 “다만 서울 등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 빌라 등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미국발(發) 금리 인하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도 “최근 상승기에 전고점 대비 회복이 더뎠던 중저가 지역은 금리 인하라는 불확실성의 해소로 회복 속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이 금리 인하에 동참할 경우 서울 전역의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최근 아파트 가격 상승은 고금리 시기에 이뤄진 만큼 금리가 인하되면 상승 동력을 추가로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연준을 따라 한국도 기준금리를 내리면 시장에서는 호재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며 “통상 비수기인 여름철을 지나 이사철이 다가오는 추석을 전후로 서울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는데, 추석 연휴 직후에 연준의 금리 인하로 시장의 기대 심리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서울 아파트 매매가가격지수는 정부가 대출 금리를 올린 8월에도 우상향을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이날 발표한 8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7월 대비 1.27% 오르며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연준과는 달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 상승세가 둔화된 현재 수준에서 상승세가 더 줄어들거나 관망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를 차지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경우 올해도 기준금리를 연말까지 인하하지 못한다는 분위기가 뚜렷해지며 상승 기류는 약화될 수 있다”며 “기준금리 동결은 시장 분위기에 더 찬물을 끼얹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윤 수석연구원은 “현재 상황과 크게 달라질 게 없다”며 “어차피 한국은행이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에 발을 맞추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인하 시점까지 관망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수석전문위원도 “크게 달라질 것 없이 현재 수준의 강보합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하보다도 정부와 금융권이 추가적인 대출 규제를 내놓을지 여부가 향후 시장 흐름에 더 중요한 변수라고 입을 모았다. 9월부터 시행된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등 대출 규제가 최근까지 지속된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의 폭을 둔화시키는 등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선임연구원은 “현재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고 대출을 규제했는데 강남권은 규제의 효과를 전혀 보지 못하고 있다”며 “기준금리 인하로 인해 시장이 살아난다면 대출을 더 조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준금리 인하로 시장이 되살아날 경우 추가적인 대출 규제 정책이 실행될 수 있다는 뜻이다. 박 수석전문위원은 “시간이 흐를수록 정부의 대출 규제 효과가 서울 아파트 시장에 나타날 것”이라며 “금리 인하라는 호재와 대출 규제라는 악재가 시소게임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4분기부터 본격화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업장 정리가 시장 분위기를 가라앉힐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윤 전문위원은 “정부가 대출 규제 정책들을 추가적으로 내놓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4분기부터 우려했던 PF 부실 사업장이 정리된다면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와 엮이면서 가격을 더 끌어내리는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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