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골프 여행 '후끈', 그런데 '외국인 No' 왜…모르면 낭패인 '로컬 에티켓'은 무엇[위크엔드골프라이프]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골퍼들이 가장 기다려온 가을.
해외로 떠나는 골퍼들의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비수도권 골프장 그린피는 안정세에 접어들었으나, 앞선 해외 골프 경험이 입소문을 타면서 '가성비 골프'를 추구하는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가장 두드러지는 곳은 일본.
일본 골프 여행은 '전통의 강자' 태국, 베트남에 비해 짧은 비행 시간 뿐만 아니라 폭 넓은 골프장 선택지, 골프 외 관광 니즈까지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랜 기간 사랑 받아 왔다. 하지만 그동안 언어, 접근성 등 여러 문제 탓에 제한적 수요에 그쳤던 게 사실. 이런 가운데 지난해부터 일본 골프장 실시간 예약 앱이 속속 등장했고, 일본행 항공편이 증편돼 가격 경쟁력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다시 일본 골프 여행 수요가 증가하는 모양새다.
그동안 일본 골프 여행은 현지 도착 후 대행사가 이동, 라운드 예약, 숙식 등을 제공하는 형태였다. 하지만 최근 트렌드는 현지 도착 후 렌트카를 이용해 직접 골프장으로 이동해 국내에서 미리 예약한 일정대로 라운드를 하고, 이후 관광 일정을 자유롭게 즐기는 식이다. 일본 골프장 실시간 예약 대부분이 9홀 후 클럽하우스에서 간단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패키지로 짜여 있는데, 그린피와 카트피, 식사까지 10만원 안팎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일본 골프 여행 수요가 증가하면서 그 이면의 그림자도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최근 '외국인 예약 불가'를 내거는 일본 골프장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표면적인 이유는 '대응 한계'다. 한국어, 영어가 가능한 직원이 없기 때문에 응대가 어렵다는 이유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일본 로컬룰'을 지키지 않아 발생하는 트러블이 쌓이자, 결국 외국인 예약을 받지 않는 쪽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 골프계의 분석이다.
그렇다면 우리와 다른 '일본 로컬룰'은 과연 무엇일까.
일본 골프장은 대부분 '셀프 라운드'다. 클럽하우스에서 직원들이 차량 트렁크에 실린 캐디백을 내려주는 국내와 달리, 일본은 골퍼 스스로 클럽하우스 외부 한켠에 마련된 예약 확인 부스에 백을 옮겨놓아야 한다. 국내에선 배정된 코스 매니저가 카트에 백을 직접 싣고 기다리지만, 일본에선 예약 확인 후 배정된 카트에 골퍼 스스로 백을 실어야 한다.
복장 규정도 엄격하다. 국내에선 일부 제외하면 대부분 사라진 '재킷 착용', '긴바지 필수' 조건을 제시하는 골프장이 많다. 이 부분이 지켜지지 않아 예약을 해놓고도 낭패를 봤다는 사례가 골프 커뮤니티에 종종 올라오곤 한다.
일본은 코스 매니저가 없는 소위 '노캐디 라운드'가 대부분. 카트 내부에 달린 GPS맵에 따라 스스로 홀을 찾아가고, 리모컨을 통해 카트를 이동시켜야 한다. 페어웨이 디봇은 카트 안에 실린 모래를 활용하고, 벙커 정리 역시 필수다. '노캐디 라운드'지만 대부분 9홀을 2시간15분 안팎에 마치도록 하고 있다. 휴식 시간 식사 시엔 반드시 모자를 벗고 레스토랑에 입장해야 한다.
일본은 동남아 골프장 대부분과 마찬가지로 홀컵에 컨시드 라인이 없다. 일본 현지인과 조인 플레이시에는 'OK' 콜을 받은 뒤에 플레이를 마쳐야 한다. 모든 플레이를 마친 뒤엔 골프장 스태프의 지시에 따라 카트에서 스스로 백을 내리고 클럽을 정리한다.
가장 트러블이 많이 일어나는 공간은 라커룸. 국내와 달리 라운드 복장을 그대로 착용한 채 갈아 입을 옷을 들고 사우나에 입장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아 현지 스태프와 마찰이 종종 빚어지곤 한다.
해외 골프 수요가 늘어난 만큼, 현지에서도 한국인 골퍼 유치를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룰이 지켜지지 않아 생기는 마찰이 누적돼 기회가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가성비 골프'를 즐기기 이전에 현지 문화와 룰을 먼저 충분히 숙지하고 현지 분위기를 즐기는 것이 모처럼 큰 마음 먹고 떠나는 해외 골프 만족도를 높이는 지름길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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