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경제 상황을 어떻게 느끼고 있습니까 [2024 신뢰도 조사]
윤석열 대통령은 8월29일 국정 브리핑에서 “경제의 활력이 살아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다수 시민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시사IN〉은 한국갤럽과 함께 진행한 ‘2024년 신뢰도 조사’에서 시민들에게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과 조세정책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응답자 중 70.2%가 ‘신뢰하지 않는다(불신)’라고 답했다. ‘신뢰한다(신뢰)’는 28.6%에 불과했다. ‘신뢰’의 강도도 약하다. ‘신뢰(28.6%)’ 가운데서 ‘어느 정도 신뢰(21.1%)’의 비율이 ‘매우 신뢰(7.6%)’보다 훨씬 높았다. 불신의 심도는 깊다. 신뢰하지 않는 70.2% 중에서,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46.6%)’가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23.6%)’의 거의 2배다. 시민들 중 거의 절반이 윤 정부의 경제정책에 매우 강한 불신을 갖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2023년) 추석 직전 시행된 〈시사IN〉 신뢰도 조사의 같은 문항에선 ‘신뢰’가 33.9%, ‘불신’이 63.4%였다. 1년 동안 신뢰는 5.3%포인트 떨어지고 불신은 6.8%포인트 높아졌다.
연령대별로 보면, 40대(13.9%)와 18~29세(18.9%)의 경제정책 신뢰도가 가장 낮았다. 30대와 50대도 각각 20.9%, 20.6%였다. 60대는 43.5%가 신뢰를 표명했지만 절반을 넘기지 못했다. 70세 이상이 불신(40.9%)보다 신뢰(58.0%)가 높은 유일한 연령대였다(〈그림 1〉 참조). 지역별로는, 대구·경북(신뢰 52.9%)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불신이 신뢰를 압도했다.
직업별로는 거의 모든 직종에서 불신도가 신뢰도의 3~4배에 달했다. 임금노동자 계층, 즉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의 경제정책 신뢰도는 각각 20.6%와 19.5%, 자영업자도 30.0%였다. 학생층의 신뢰도는 14.7%로 가장 낮았다(〈그림 2〉 참조).
시민들의 ‘불신’에는 이유가 있다
다만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가 지지 정당에 따라 극단적으로 갈리는 경향이 나타났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지지자의 경제정책 신뢰도는 각각 5.1%, 1.9%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지지자 중에서는 72.2%가 신뢰를 표명했다. 정치 성향별 신뢰도 역시, 진보는 3.6%, 보수는 56.2%로 크게 달랐다. 자신을 ‘중도’로 인식하는 응답자 중에서도 23.7%만이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을 ‘신뢰한다’고 답했다. 응답자 전체의 신뢰도(28.6%)와 비슷한 수치다.
집권 3년 차로 막 들어선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신뢰도는 전임 문재인 정부의 비슷한 시기와 비교해도 두드러지게 낮다. 문재인 정부 3년 차인 2019년 조사의 경우 ‘신뢰한다’는 43.0%, ‘신뢰하지 않는다’는 56.6%였다. 연령별 신뢰도에서는 30대(58.0%)와 40대(53.8%)의 절반 이상이 ‘신뢰한다’고 답했다. 18~29세에서는 ‘신뢰한다’가 40.1%로 낮은 편이었지만 윤석열 정부 3년 차(14.7%)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임금노동자도 50% 내외의 신뢰도를 표명했다. 최저임금 인상 정책에 크게 반발했던 자영업자의 신뢰도도 39.5%였다.
심지어 제20대 대선 직전 연도인 2021년(사실상 집권 마지막 해)의 ‘문재인 경제정책’에 대한 신뢰도도 39.7%로, 윤석열 정부 3년 차(28.6%)보다 훨씬 높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며 민주당 정권의 재집권이 위태로워진 시기였는데도 말이다. 이는 2021년의 경제성장률이 4.3%로 보기 드물게 높았던 사실(직전 연도인 2020년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 0.9% 경제성장률을 기록)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실 ‘경제정책’에 대한 질문은 ‘당신이 현 경제 상황을 어떻게 느끼느냐’와 다르지 않다. 응답자들이 경제정책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점검하고 답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낮은 신뢰도는, 시민들이 심각한 경제난 및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겪고 있다는 의미다. 통계수치만으로 볼 때, 올해의 경제 상황은 지난해(경제성장률이 경제개발 시기 이후 최악인 1.4%)보다 한결 나은 편이다. 그러나 시민들의 ‘불신’엔 이유가 있다.
우선, 경제성장의 패턴이 매우 불안정하다.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지난해 같은 시기 대비)은 1.3%였다. 지난해 연간 성장률이 1.4%(한국 경제사에서 최악의 성장률)였던 상황에서 간만의 쾌거였다. 글로벌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면서 수출이 크게 증가한 데다 건설투자, 민간소비 등 내수 확대도 1분기의 성장률에 크게 기여했다. 정부도 올해 사회간접자본 예산의 35%를 1분기로 당겨 지출하는 등 경기부양을 시도한 흔적이 보인다. 그러나 ‘환호’는 오래가지 못했다. 2분기 성장률이 – 0.2%로 급락했다.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 것은 내수(국내 수요) 부진이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인플레이션의 하락 속도가 지체되어 체감물가가 현저하게 높다. 한국은행이 8월 말 발표한 ‘최근 민간소비 흐름 평가’에 따르면, 지난 7월의 소비자물가는 2020년 말보다 13.8% 높은 상태다. 특히 시민들의 일상과 밀접한 생활물가(쌀, 라면, 우유, 도시가스, 전기료 등 구입 빈도가 잦고 소비지출이 큰 품목)는 16.3%나 올랐다. 그러나 (명목)임금은 물가만큼 오르지 않았다. 임금으로 살 수 있는 상품(실질임금)이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또한 윤석열 정부는 임금억제 정책을 강행해왔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2022년엔 실질임금이 0.2%, 지난해엔 1.1% 줄었다. 고용노동부 사업체 노동력조사(2024년 7월)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노동자 1인당 월평균 실질임금은 354만3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0.4% 감소했다.
실질소득이 낮아지면 씀씀이가 작아질 수밖에 없다. 소매판매액 지수(각종 판매량을 총집계해서 소비자들의 씀씀이를 나타내는 지표, 계절조정지수 기준)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서너 달을 제외하고 줄곧 내렸다. 지난 7월의 소매판매액 지수는 100.6으로, 2020년 7월의 98.9 이후 최저 수치다(〈그림 3〉 참조). 2020년 7월은 팬데믹으로 인해 극도로 소비가 억제되던 시기다.
이와 함께 금융시장과 부동산시장에서 다시 불안감이 싹트는 중이다. 지난 4월부터 주택담보대출이 매월 5조~7조원대 규모로 증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주택담보대출 증가 규모는 26조5000억원으로 2021년 상반기(저금리로 투기 붐이 일었던) 이후 최대 수준이다.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 거래가 크게 늘어나며 일부 지역에선 집값이 다시 올랐다. 집값 수준에 대한 회의감의 확산이나 외부 충격이 가계들의 잇따른 부도와 시장 붕괴로 이어질 리스크를 무시할 수 없다. 금융 당국은 8월 들어서야 은행들에 대출 자제를 압박하고 나섰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도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대규모 정책자금을 제공하는가 하면 예정됐던 규제(2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까지 미뤄버린 윤석열 정부의 책임이 크다.
2023년 세수 결손 규모 56조4000억원
윤석열 대통령은 ‘신념의 강자’다. 대일 관계, 의대 정원 등은 물론 개인적 친분과 가정사에 이르기까지 일단 한번 믿으면 절대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제정책에도 그가 절대 믿음을 철회하지 않는 대상이 있다. 감세와 재정긴축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 조세정책에 대한 평가는, 경제정책의 극도로 낮은 신뢰도에 비해, 비교적 높았다.
2022년 5월에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이 가장 서두른 일 중 하나는, 주택양도세와 종합부동산세 등의 시행령 개정으로 주택 매매자들의 세금 부담을 줄이는 것이었다. 2023년엔 법인세율을 모든 구간에서 1%포인트씩 내렸다(더 내리려 했는데 민주당에 밀렸다). 또한 종합부동산세의 기본공제금액을 올리고(올린 금액은 세금 계산에서 제외하므로 그만큼 납부세액이 줄어든다), 주식양도세를 부과받는 ‘대주주’ 기준을 크게 완화(종목당 10억원 이상에서 50억원 이상으로)했다. 주식양도세 납부자가 엄청나게 줄어들었다.
또한 지난 7월에 나온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상속세의 자녀공제액을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10배나 올리려 한다. 예컨대 자녀 두 명이 10억원을 상속받는 경우(배우자 없이 자녀만 상속받는 경우), 현행 상속세제에서는 ‘일괄공제 5억원’이 적용되어 나머지 5억원에 대한 납부세액을 계산한다. 그러나 개정안이 통과되면 ‘자녀 공제’만으로도 10억원(5억원×2)이 넘기 때문에 상속세를 낼 필요가 없게 된다. 2025년 시행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도 개정안에 포함되었다. 주주에게 많은 돈을 돌려주는 기업과 그 주주들에 대한 세제 혜택도 준비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기업가치를 올린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윤 대통령에게 감세는 성장 정책일 뿐 아니라 민생 대책이다.
그래서 시민들에게 이렇게 질문했다. “윤석열 정부의 2024년 세법개정안은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취소, 상속세 공제 확대 등 세수 감소가 예상됩니다. ○○님께서는 윤석열 정부의 조세정책을 얼마나 찬성, 혹은 반대하십니까?”
‘반대’가 54.9%로 ‘찬성’(36.9%)보다 18%포인트 높았다. 그러나 경제정책에서 ‘불신’과 ‘신뢰’의 격차(41.6%포인트)보다는 훨씬 완만한 수치다. 연령대별 찬성률은 70세 이상(53.8%), 60대(44.6%), 18~29세(40.4%) 순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60대 이상인 두 연령층과 18~29세의 ‘찬성 이유’는 상당히 다른 것으로 보인다. 60대와 70대 이상의 찬성률은 그들의 경제정책 신뢰도와 비슷하다. 그런데 18~29세의 경제정책 신뢰도는 18.9%로 조세정책 찬성률(40.4%)과 격차가 크다. 다른 세대들(30, 40, 50대)은 조세정책에서도 반대율이 찬성률의 두 배가량까지 나올 정도로 반발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이 연령대들 역시 경제정책보다는 조세정책에 훨씬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예컨대 30대의 경우, 윤석열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신뢰도는 20.9%이지만 조세정책엔 32.1%의 찬성률(반대율은 57.6%)을 나타냈다(〈그림 1〉참조).
직업별로 보면, 무직·기타의 조세정책 찬성률이, 절반을 넘긴 51.6%(경제정책 신뢰도 37.6%)로 가장 높았다. 다른 직종들은 모두 반대율이 찬성률을 웃돌았지만 그 차이는 경제정책 신뢰도보다 낮았다. 임금노동자의 찬성률은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 각각 28.0%, 31.8%로, 학생(37.7%)보다 낮았다(〈그림 2〉참조). 또한 자신을 경제적 상위 계층으로 인식할수록 조세정책에 대한 찬성률이 높은 경향이 보였다. 상위는 48.9%, 중위는 36.3%, 하위는 30.6%다.
다만 금투세 폐지, 상속세 공제 확대 등 감세정책은 당장은 달지만 장기적으론 해로울 수 있다. 부자들의 감세 폭이 훨씬 클 뿐 아니라 세수 기반을 크게 줄여 국가재정의 건전성을 타격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7월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2023회계연도 결산 총괄 분석’에 따르면, 2023년의 세수 결손 규모가 무려 56조4000억원에 달한다. 윤석열 정부는 당초 지난해 국세수입을 400조5000억원으로 추정하고 예산을 편성했다. 그러나 344조1000억원밖에 걷히지 않았다. 그러나 국세수입이 줄어든 만큼 정부지출을 축소하기는 어렵다. 그 결과가 지난해 관리재정수지(실질적 나라살림을 의미)의 적자 87조원이다.
이 추세는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국세수입현황’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걷힌 국세수입은 208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8조8000억원 줄었다. 올해도 수십조 원 규모의 세수 결손이 예측된다. 이런 상황에서도 감세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신념과 열정은 거침없이 전진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가장 바람직한 하반기 시나리오는 인플레이션율의 안정적 하향 및 실질임금 상승으로 내수가 회복되는 한편 수출 호조가 지속되는 것이다. 이 경우, 한국 경제의 올해 성장률은 2.5%를 넘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수도 늘어날 것이다.
실제로 지난 4월부터 월별 데이터를 보면 물가와 실질임금은 조금씩 개선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 흐름이 장기화된 내수 부진을 반전시킬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할지는 미지수다. 윤석열 정부는 경기상승을 원하겠지만, 특유의 ‘신념’과 지출 여력의 부족 때문에 경기부양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터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유력한 가운데 한국 금융시장과 부동산시장의 리스크가 어느 방향으로 치달을지도 예측하기 어렵다. 반도체 등 IT 부문의 수출은 원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나, 한국이 통제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원래 변동성이 큰 데다 올 하반기엔 인공지능 기술의 전망에 대한 시장의 판단에 따라 호황과 불황이 극단적으로 갈릴 수 있다.
어떤 시나리오가 관철될지에 따라 윤석열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신뢰도 역시 변동되어 나갈 것이다.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는 경제의 성장과 안정적 발전에 필수 요소다.
■ 이렇게 조사했다
- 조사 의뢰: 〈시사IN〉
- 조사 기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 조사 일시: 2024년 8월25~27일
- 조사 대상: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 조사 방법: 가구 유선전화 RDD 및 휴대전화 RDD를 병행한 전화면접조사(CATI)
- 응답률: 6.6%(무선 7.2%, 유선 3.8%)
- 가중치 부여 방식: 성별, 연령별, 지역별 가중치 부여(셀가중) (2024년 7월 행정안전부 발표 주민등록인구 기준)
- 표본 크기: 1008명
- 표본 오차: ±3.1%포인트(95% 신뢰 수준)
*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종태 기자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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