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도달해버렸다...MLB도 1명뿐인 30-30-30 클럽, 김도영이 KBO 최초로 문 열었다
[스포탈코리아] 오상진 기자= 어쩌면 그 시간이 다가오지 않길 바랐을지도 모른다. KIA 타이거즈 김도영이 마침내 30실책 고지에 도달하며 또 하나의 '30'클럽에 가입해 버렸다. 바로 '30홈런-30도루-30실책' 클럽이다.
김도영은 1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원정경기에 1번 타자-3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 1득점 1볼넷, 그리고 2실책을 기록했다. KIA는 선발 에릭 스타우트(1⅔이닝 4피안타 3실점)가 불의의 부상으로 조기에 마운드를 내려가는 악재 속에 타선이 두산 선발 최승용(6이닝 4피안타 3실점)을 상대로 고전하며 4-9로 패했다.
KBO리그 역대 2번째이자 국내 타자 최초의 40-40클럽 도전을 위해 더 많은 타석을 소화할 수 있는 1번 타순에 배치된 김도영은 첫 타석부터 장타를 터뜨리며 기대감을 높였다. 1회 초 선두타자로 나서 최승용의 2구째 128km/h 슬라이더를 공략해 가운데 잠실구장 가운데 담장을 때리는 큼지막한 타구로 3루타를 기록했다. 다른 구장이었으면 38호 홈런도 될 수 있었던 초대형 타구라 아쉬움이 남았다.
다음 타자 박찬호의 볼넷과 도루로 무사 2, 3루가 된 상황에서 3번 타자 김선빈의 2루수 땅볼 때 김도영은 홈을 밟아 시즌 135번째 득점을 올렸다. 이 득점으로 김도영은 2014년 서건창(당시 넥센 히어로즈)이 기록한 단일 시즌 최다 득점 기록(135득점)과 타이기록을 세웠다.
3회 초 2번째 타석에서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난 김도영은 3회 말 아쉬운 수비로 점수를 내줬다. KIA가 2-5로 뒤진 2사 1, 3루에서 이유찬의 평범한 내야 뜬공에 1루수 변우혁과 서로 타구를 미루다 그대로 떨어뜨려 버렸다. 그사이 3루 주자 강승호가 홈을 밟아 실점이 기록됐다. 김도영의 시즌 29호 실책이었다.
5회 3번째 타석에서도 담장 앞까지 날아가는 중견수 뜬공으로 아쉽게 물러난 김도영은 6회 이날 2번째 실책을 저질러 버렸다. KIA가 3-7로 뒤진 6회 말 무사 2루에서 허경민의 땅볼 타구를 잡지 못하고 뒤로 흘렸고, 그사이 2루 주자 정수빈은 홈까지 들어왔다. 2번의 실책은 모두 실점으로 연결됐고, 김도영은 결국 시즌 30호 실책 고지를 밟고야 말았다.
이 실책으로 김도영은 KBO리그 43년 역사상 처음으로 '30홈런-30도루-30실책'이라는 희귀한 기록을 작성한 주인공이 됐다. 37홈런-39도루를 기록하며 꿈의 40-40클럽 가입에 3홈런-1도루를 남겨뒀던 김도영은 기다리던 홈런 대신 실책이 2개나 나오며 불명예 기록을 만들었다.
100년이 넘는 메이저리그(MLB) 역사에도 30홈런-30도루-30실책을 한 시즌에 모두 달성한 선수는 하워드 존슨 단 한 명뿐이었다. 존슨은 뉴욕 메츠 시절이던 1987년(36홈런-32도루), 1989년(36홈런-41도루), 1991년(38홈런-30도루) 세 차례나 30-30클럽에 가입한 호타준족 내야수였다.
하지만 홈런과 도루만큼이나 실책도 많았다. 특히 1991년에는 무려 31개의 실책(3루수 18실책, 유격수 11실책, 우익수 2실책)을 저질러 MLB 최초이자 유일의 30-30-30클럽(38홈런-30도루-31실책)의 문을 열었다. 공교롭게도 존슨의 주 포지션은 3루수로 김도영과 같았다. 당시 존슨은 0.259의 타율을 기록했는데, 3할-30-30-30으로 한정하면 김도영이 한국과 미국을 통틀어 유일한 기록을 세운 셈이다.
고교 시절 주 포지션이 유격수였던 김도영은 빠른 발을 바탕으로 한 넓은 범위, 강한 어깨 등 수비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올해 핫코너인 3루 사실상 풀타임 첫 시즌을 소화하고 있는 김도영은 강한 타구를 처리하면서 포구 실책이 늘어갔고, 어깨는 강하지만 정확도가 떨어지는 송구가 종종 나오며 실책이 쌓여만 갔다.
역대 KBO리그 30-30클럽 가입 선수들 가운데 한 시즌 가장 실책을 기록했던 선수는 김도영의 성장모델로 비교되는 '바람의 아들' 이종범이다. 1997년 30홈런-64도루를 기록하며 괴물 같은 시즌을 보낸 이종범은 그해 무려 27개의 실책을 기록했다.
실책은 유망주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경험을 쌓기 위해 내는 일종의 '세금'과도 같다. 올 시즌 김도영이 거두고 있는 타율 0.344 37홈런105타점 135득점 39도루 OPS 1.064라는 성적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실책 30개'의 세금은 크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이 한국시리즈에서도 나타난다면 그건 다른 이야기가 된다. 김도영의 아쉬운 핫코너 수비력이 가을야구에서 불안요소가 되지는 않을지 지켜볼 일이다.
사진=OSEN, 뉴스1,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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