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위한 ‘착한 뺑뺑이’도 있다”···‘낙뢰 심정지’ 환자 살린 응급실 의사의 작심 발언
“응급실 다양한 이유로 환자 수용 못 해”
“상황에 대해 다각도로 접근할 필요 있어”
최근 낙뢰를 맞아 40분간 심정지가 온 20대 교사를 살려내 화제가 된 조용수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가 ‘응급실 뺑뺑이’ 보도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밝혔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조 교수는 1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응급실의 모든 수용 불가가 곧 ‘응급실 뺑뺑이’는 아니다”라며 “자기 자리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던 이들에게 환자를 거부했다는 덤터기를 씌우는 게 옳은 일인가”라고 되물었다.
조 교수는 앞서 추석 연휴 둘째 날 광주에서 손가락이 절단된 환자가 지역 의료기관 4곳에서 수용을 거부당해 전주로 이송돼 접합수술을 받았다는 내용의 기사를 언급하며 “절단 환자를 수용하지 못한 뒤, 불과 3시간 만에 기사가 떴다”고 짚었다. 그는 이어 “기사에는 광주에 접합수술 가능한 의사가 없다고 나오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운을 뗐다.
조 교수는 “전남대병원 수지 접합은 주로 성형외과에서 담당하는데, 사건 당시 2명의 성형외과 전문의가 근무하고 있었다”며 “1명은 응급실에 먼저 내원한 다른 환자의 수술에 들어가 있었고, 다른 1명은 쉬지 않고 안면 봉합 중인데 대기 중인 열상 환자만 다섯이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접합수술 가능한 의사가 없는 게 아니고, 의사들이 바빠서 절단 환자를 수용하지 못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중증도에 따라 환자를 선별 치료하는 것이 타당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는 것이 조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수술은 집도의사 1명이 맡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수술방, 마취과, 간호사, 보조인력, 장비 등이 모두 가용해야 수술이 이뤄질 수 있다”며 “준비된 수술 자원은 먼저 들어 온 환자가 이미 사용 중인 상태”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봉합이 진행 중에도 실시간으로 늘어나는 대기 환자를 그대로 두는 것이 새로운 환자를 수용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져 또 다른 ‘응급실 뺑뺑이’를 부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봤다.
조 교수는 그러면서 “해당 보도의 손가락 절단 환자는 얼마든지 우리(전남대병원) 응급실에 수용할 수 있었다. 먼저 온 환자의 수술이 끝날 때까지 대기시키면 된다”며 “대충 6시간쯤 기다렸다면 전남대병원에서 수술 받았을 텐데, 그랬으면 누구도 불만없이 사건이 종결됐을 것이다. 이게 정의롭나”라고 반문했다. 당시 해당 환자는 전북 전주로 1시간 이동해 수술까지 5시간을 아꼈으므로 그것이 진정 환자를 위한 일일 수 있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이어 “응급실은 다양한 이유로 환자를 수용하지 못한다. 그런데 이 사회는 그 모든 상황을 뭉뚱그려 ‘응급실 뺑뺑이’라고 낙인 찍는다”며 “어떤 경우에는 그게 자신들의 목줄을 조인다는 것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전처럼 119가 연락 없이 환자를 전부 응급실에 두고 갔다면 절단 환자는 전남대병원에서 꼼짝없이 6시간을 허투루 소모했을 것”이라며 손가락 절단 환자의 경우에 대해 “가장 빨리 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찾느라 시간을 썼다. 이것이 응급실 뺑뺑이라면 그건 착한 뺑뺑이로 환자를 위한 선의에 더욱 장려되어야 할 뺑뺑이”라고 했다.
이번 손가락 절단 환자 관련 기사는 무책임하다는 게 조 교수의 입장이다. 그는 “당시 응급의학과, 성형외과는 명절 연휴 의료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1명씩 더 나와 각각 3명, 2명이 근무했다”며 “대다수 국민들이 명절 연휴를 만끽하고 있던 시간에, 자기 자리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던 이들이다. 그런 이들에게 환자를 거부했다는 덤터기를 씌우는 게 옳은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교수는 또 절단 환자를 수용하지 못한 뒤 불과 3시간 만에 기사가 뜬 점을 짚으며 “기사의 소스는 아무래도 소방인 듯 하다. 국민의 알 권리도 중요하고 소방의 분노도 충분히 이해한다. 그 노고를 모르는 바도 아니다”라고 말하면서도 “하지만 동료 의식을 지켰으면 한다. 구급대와 응급실은 가장 밀접하게 함께 일하는 동료여야 환자에게 최선의 의료를 제공할 수 있다”며 소방 당국의 자제를 촉구했다.
아울러 그는 “응급실 뺑뺑이가 무엇을 말하는지 안다. 당연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것에 공감한다. 하지만 응급실의 모든 수용불가가 곧 응급실 뺑뺑이는 아니다. 복잡한 현실 속에서 그걸 명확히 나누는 건 쉽지 않다”며 상황을 다각도로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예빈 기자 muu@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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