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기시다 D-7] ① 젊음·경륜·극우 삼파전…개혁? 파벌?
과반 득표 난망에 결선투표 전망…'겉으로는 해체' 파벌 그림자 영향력 주목
[※편집자 주 = 오는 27일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가 치러집니다. 내각제인 일본에서는 다수당 대표가 총리가 되는 만큼, 이번 선거는 곧 일본 총리를 뽑는 정치 이벤트입니다. 선거 반환점을 돌면서 연합뉴스는 현 판세와, 향후 새 일본 총리가 선출된 이후 한일관계 향방을 짚어보는 기사 두 건을 송고합니다.]
(도쿄=연합뉴스) 경수현 특파원 =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후임을 뽑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전이 20일로 반환점을 돌았다.
지난 12일 선거 고시와 함께 공식 일정에 돌입한 이번 총재 선거전에는 역대 최다인 후보 9명이 출마했다.
오는 27일 투개표에서 선출될 차기 총재는 내달 초로 일정이 논의 중인 임시국회에서 기시다 총리 후임자로 지명돼 국정을 이끌게 된다.
'젊음·경륜·극우' 후보 간 삼파전 양상 속에서 '부패 스캔들'을 거치면서 커진 당내 개혁 목소리와, 겉으로는 해체됐지만 당 기저에 여전한 '파벌' 중 어떤 힘이 최후의 승자가 될지 일본 안팎이 주목하고 있다.
'4전5기 도전자' vs '40대 前총리 아들' vs '극우 여성' 3파전
후보 9명 중 일찌감치 두각을 보인 정치인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차남인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43) 전 환경상과, 12선 의원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67) 전 자민당 간사장이다.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4대째를 이어온 세습 정치 가문의 일원으로 준수한 외모까지 갖춘 덕에 대중적 인기를 끌면서 언젠가는 총리가 될 재목으로 주목받아 왔다.
40대 초반의 젊은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앞세워 '비자금 스캔들'로 확산한 자민당의 부패 이미지 쇄신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그는 출마 회견 때부터 선택적 부부 별성제 도입, 해고 규제 개혁 등을 조기에 실천에 옮기겠다며 '속도감 있는 변화'를 강조해왔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1986년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당시 최연소 기록(만 29세)을 세우며 당선되는 등 40년 가까이 정치권에 몸을 담으면서 방위청 장관, 방위상, 농림수산상, 지방창생담당상 등 풍부한 내각 경험도 쌓았다.
2008년부터 2020년까지 총 4차례에 걸쳐 총재 선거에 출마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이번 도전이 "마지막"이라며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국방 문제에 해박한 그는 아시아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창설, 미일 지위 협정 개정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들 2명은 선거 초반부터 주요 언론의 일반 국민 대상 여론 조사에서 '유이하게' 20%대 지지율을 보이며 1위를 다퉜다.
중반전으로 접어들면서 급부상한 인물이 극우 성향 여성 정치인으로, 3년 전 총재 선거 때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지지한 다카이치 사나에(63) 경제안보담당상이다.
방송인으로 활동하다가 1993년 중의원 선거에서 처음 당선된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은 아베 정권 시절 자민당 정조회장과 총무상 등 요직을 거쳤다.
출마 기자회견에서 "야스쿠니신사는 내가 매우 소중하게 생각해온 장소"라며 참배를 계속할 뜻을 내비치는 등 극우 성향이 짙다.
일반 국민 대상 닛케이의 이달 조사에서 한달 전보다 5%포인트(11%→16%)나 높은 지지율을 얻는 등 상승세지만, 특히 자민당 지지층에 한정된 조사에서 '초강세'를 보인다.
교도통신이 지난 15∼16일 자민당 지지층이라고 밝힌 18세 이상 1천48명을 상대로 벌인 선호도 설문 조사에서는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이 지지율 27.7%로 1위를 차지했고, 이시바 전 간사장(23.7%)과 고이즈미 전 환경상(19.1%)이 그 뒤를 이었다.
1차 투표 과반 득표 어려워…결선 투표로 판가름 전망
하지만 이들 3강 중 누구도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을 정도의 절대적인 지지는 얻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결선 투표 실시 가능성이 크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국회의원 367표와 당원(당비 납부 일본 국적자)·당우(자민당 후원 정치단체 회원) 367표를 합산해 결과를 낸다.
과반을 차지한 후보가 없으면 1, 2위 후보 간 결선 투표를 벌여 국회의원 367표와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자치단체) 지방표 47표를 합산해 승부를 가린다.
지방표는 1차 투표 결과를 활용해 도도부현별로 더 많이 득표한 후보에게 각각 배정된다.
일본 언론들은 결국 고이즈미 전 환경상, 이시바 전 간사장,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 중 2명이 결선 투표에 올라갈 걸로 본다.
실제 요미우리신문이 14∼15일 투표권이 있는 자민당 당원·당우 1천500명과 자민당 국회의원을 상대로 지지 의향을 조사한 결과, 이들 3명 모두 1차 투표에서 과반에 훨씬 못 미치는 득표율을 보일 것으로 추산됐다.
조사에 응한 자민당 당원·당우 지지 후보는 이시바 전 간사장(26%),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25%), 고이즈미 전 환경상(16%) 순이었다.
자민당 국회의원 96%에 해당하는 의원 352명을 상대로 지지 의향을 조사한 결과에서는 고이즈미 전 환경상을 꼽은 응답자가 45명으로 가장 많았고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당상(40명),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35명), 모테기 도시미쓰 자민당 간사장(33명)이 뒤를 이었다.
이어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29명), 이시바 전 간사장(26명) 순이었다.
요미우리가 이 조사를 통해 확인한 당원·당우와 의원 표 합산 수치는 이시바 전 간사장과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이 각각 123표였고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105표였다.
결선 투표 시 당내 세력간 수 싸움 등으로 결과는 훨씬 점치기 어려워진다. 1차 투표 때 1위 득표자가 승리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실제 지난 2012년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이시바 전 간사장은 결선 투표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에게 밀렸다.
지방 당원이 절반을 차지하는 1차 투표와는 달리 결선 투표는 국회의원이 전체 414표(의원 367표+지방표 47표) 중 절대다수를 좌우하는 방식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존 6개 파벌 중 아소 다로 부총재가 이끄는 아소파를 제외한 기시다파, 아베파, 니카이파 등 5개 파벌은 해체 방침을 정하고 절차를 밟고 있거나 일부는 절차를 마쳤다고 하지만, 아직은 가치관이나 인간관계로도 엮인 파벌 영향력이 작다고 할 수 없다.
실제 아소파인 고노 다로 디지털상은 입후보에 필요한 20명의 추천인 중 18명을 과거 아소파 소속 의원으로 채웠으며, 3년 전 아베 전 총리의 지지를 받은 다카이치 경제안보 담당상의 추천인 20명 중 14명도 아베파 출신 의원이었다.
파벌 정치 그림자가 여전하다면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아베파는 비자금 스캔들이 터졌을 당시 소속 의원이 99명으로 최대 파벌이었다. 아소파(56명), 모테기파(53명), 기시다파(46명), 니카이파(40), 모리야마파(8명)가 그 뒤를 이었고 무파벌 의원은 77명이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이나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무파벌 인사다. 다만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무파벌로 당내 영향력이 큰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의 지원을 받고 있다.
고이즈미 전 환경상이 승리하면 기시다 정권의 아소 부총재처럼 스가 전 총리가 '킹메이커' 같은 실력자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장막 뒤에서 세력 간 합종연횡이 어떻게 펼쳐질지는 점치기 어렵다.
당장 이시바 전 간사장도 자신과 척을 져온 아소 부총재에게 손을 내밀 의사를 밝히고 있다.
그는 이달 한 방송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선거 승리를 위해 아소 부총재에게 머리를 숙이고 부탁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자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있다"며 승리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ev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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