巨野, 여당 불참 속 밀어붙여 與 여론 의식 필리버스터 포기 與, 보이콧… 반대토론 열고 ‘맞불’ “野, 합의 패싱… 지독한 특검중독” 민주당 “김여사 제대로 수사하자” 지역화폐법엔 “민생난 해결” 주장
추석 명절 연휴 직후인 19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거대 야당이 법안 처리를 강행하고, 소수 여당은 대통령에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야당 강행 처리-대통령 거부권-국회 재의결’로 이어지는 쳇바퀴 정국이 재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생산성 제로(0) 국회’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무능 국회에 날선 비판 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본회의를 열고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 지역화폐법(지역사랑상품권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국정 훼방법안·위헌법안·내 세금 살포법안’을 강행하고, 민주당 출신 우원식 국회의장이 당초 여야가 합의한 26일이 아닌 19일 본회의를 열었다며 보이콧에 나섰다. 애초 검토했던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은 당내 논의를 거친 뒤 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국회 본회의 중 의사진행발언과 개별 법안 반대 토론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고, 본회의 산회 즉시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즉각 건의했다.
야권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김 여사 특검법을 찬성 167표, 채상병 특검법 찬성 170표, 지역화폐법 찬성 166표, 반대 3표(개혁신당 소속)로 각각 통과시켰다.
김 여사 특검법은 도이치모터스·삼부토건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더해 명품백 수수 의혹, 인사개입 의혹과 지난 총선 공천 개입 의혹까지를 수사 범위로 한다.
지역화폐법은 국가에 지역사랑상품권 지원을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채상병 특검법은 대법원장에 추천권을 줬지만 민주당이 거부권을 갖는 안이다. 세 법안 모두 각 상임위원회 논의 단계에서부터 야권이 여당 참여 없이 통과시킨 법안들이다. 우 의장은 “법안 처리에 대한 양당 협의를 요청했지만 원활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오늘 국회법 절차에 따라 표결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날 본회의를 보이콧하고 표결이 진행되는 동안 국회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열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규탄사에서 “거대 야당은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또다시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여야가 합의한 26일 본회의 일정은 무시한 채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열겠다는 오늘 회의는 본회의장을 강탈한 민주당 의원총회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추 원내대표는 또 이날 상정된 법안들을 두고 “정쟁용 좀비 악법들”, “지독한 특검중독”이라며 “결국 여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처리되는 쟁점 법안들은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고 (국회의) 재표결 후 폐기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당내에서는 당초 안건마다 필리버스터로 대응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의원총회 논의를 거쳐 이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국민의힘이 22대 국회 들어 야당의 강행 법안에 필리버스터를 실시하지 않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당의 계속된 필리버스터에 대한 국민적 피로도가 쌓여 있는 데다 거대 야당이 토론 시작 24시간 후 강제 종결할 수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 특검법의 경우 여당 의원들이 전면에 나서 반대할 경우 오히려 여론이 악화할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추 원내대표는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휴일 동안 제가 고심한 끝에 (필리버스터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 사항이고, 지도부 방침에 의원들도 동의해줬다”고 설명했다. 추 원내대표는 이어 “(지난 7월 3일과 25일 본회의 당시) 두 차례에 걸쳐 (필리버스터를) 했고, 이번에 진행된 법안들 상당수는 지난번에 충분히 부당함을 설명했기 때문에 같은 것을 반복할 필요가 특별히 있겠느냐는 판단도 있었다”며 “오늘 의사일정은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요구하고 민주당 출신 국회의장이 받아들여서 진행됐기 때문에 강력한 항의 표시로 아예 보이콧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그 대신 국민의힘은 의사진행발언과 각 법안에 대한 반대토론으로 대응했다.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본회의 의사진행발언에 나서 본회의가 여야 합의로 진행된 것이 아니라며 “아무리 하명법안이라 하더라도 부끄러운 줄 알라”고 일갈했다. 대통령실을 겨냥한 특검법이 민주당 이재명 대표 등의 사법리스크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다. 이어 배 수석은 “오늘 발의된 법안은 재의 요구를 거쳐 소멸될 것이다. 날치기는 빠르긴 하지만 막다른 골목과 같다”고 거부권 건의를 예고했다. 조배숙 의원은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해 “일반인이라면 무혐의 종결 처분될 사건을 대통령 배우자라고 해서 그리고 또 국민 여론이 좋지 않다고 해서 수사와 기소를 해야 한다고 몰아친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송석준 의원은 채 상병 특검법을 두고 “이미 두 번이나 재의 요구로 부결됐다”며 “야권은 검찰과 공수처에서 채 상병 사건에 대한 수사를 하고 있는데도 막무가내로 특검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은희 의원은 지역화폐법에 관해 “13조원 현금 살포법에 이어 한술 더 떠 제도적으로 현금을 뿌리는 악법 중의 악법”이라고 반대토론을 진행했다.
민주당도 의사진행발언과 찬성 토론으로 맞섰다. 민주당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현안이 있을 경우 본회의는 언제든 열 수가 있다”며 “윤석열정권과 관련된 가장 큰 문제라 할 수 있는 김건희 특검법, 채해병 특검법, 고물가와 민생 어려움을 해결할 지역사랑상품권”이라고 주장했다.
김건희 특검법 찬성 토론자로 나선 서영교 의원은 의석에 앉은 의원들과 문답을 주고받으며 여권을 비판하고 나섰다. 서 의원은 “그렇게 윤 대통령에 아부하면서 부끄럽지 않나”라며 “김 여사에 대해 확실히 수사하고 확실히 소환해서 수사도 해보자. 국민이 답답하지 않게 처벌해 봅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명품백 수수 의혹, 공천 개입 의혹까지 거론하며 “윤 대통령은 더는 거부권 행사할 꿈도 꾸지 마라”며 “당신 부인에 관한 것이고 장모에 관한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채상병 특검법 찬성 토론에 나선 박범계 의원은 “대통령과의 통화가 수사 기록 회수와 연관됐다는데 무슨 증거가 더 필요한가”라고, 지역화폐법 찬성 토론에 나선 오세희 의원은 “지역을 골고루 살리고 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지역사랑상품권이 정말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본회의 직후 윤 대통령에게 즉각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추 원내대표는 “반헌법적 특검법 등이 민주당의 일방 강행처리로 무리하게 통과됐다”며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해주실 것을 강력히 건의드린다고 당장 대외적으로 의사표시를 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안철수 의원은 여당 의원 중 유일하게 채 상병 특검법에 찬성 표결했다. 안 의원은 채 상병 특검법이 상정된 지난 7월 본회의에서도 여당에서 ‘나 홀로 찬성’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