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니 또 '적적'…"이제 설만 기다려요" 외로운 어르신들

최지은 기자 2024. 9. 2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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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 손주들 보기만 해도 좋지. 집안에 웃음소리가 퍼지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

19일 서울 영등포구에 혼자 사는 조모씨(85)는 미소를 띠며 이같이 말했다.

황씨는 "자녀들과 손주들에게 맛있는 것을 해먹일 생각에 (명절 전) 설레는 마음이 가득했다"면서도 "차 타는 모습을 보고 배웅할 때 서운한 감정이 많이 밀려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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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끝나자 '설' 기다리는 어르신들
추석 연휴 서울 영등포구에 홀로 거주하는 조모씨(85) 식탁. 전과 수육, 고등어회 등 각종 음식으로 가득 찼다. / 사진=독자 제공


"자식들, 손주들 보기만 해도 좋지. 집안에 웃음소리가 퍼지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

19일 서울 영등포구에 혼자 사는 조모씨(85)는 미소를 띠며 이같이 말했다. 추석 연휴 기간 조씨 집에 4남매가 모였다. 휑했던 식탁은 전과 수육, 고등어회 등 각종 음식으로 가득 찼다.

명절이 끝나자 조씨의 적적한 일상도 돌아왔다. 그는 "10명 넘게 모여 왁자지껄 떠들다가 돌아가니 허전하다"며 "일부러 TV 소리도 더 크게 틀어놓고 설은 언제 오나 달력도 봤다"고 말했다.

추석 연휴 다음날인 19일 독거노인들이 '명절 증후군'을 호소한다. 연휴가 끝나고 다시 혼자의 삶이 시작되면서 더 큰 공허함과 외로움을 느낀다는 목소리다.

독거노인 가구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독거노인 가구는 213만8107가구로 전년(197만3416가구) 대비 8.34% 증가했다. 전체 일반 가구에서 65세 이상 독거노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도 △2021년 8.5% △2022년 9.1% △2023년 9.7%로 꾸준히 증가했다.

(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8일 오전 대구 동구 동대구역에서 가족을 배웅 나온 할머니가 귀경열차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2024.9.1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대구 수성구에 거주하는 김모씨(82)는 지난해 남편을 떠나보낸 뒤 홀로 거주하고 있다. 이번에 추석 서울·대전·대구에 흩어져 있는 자녀들이 김씨를 찾아왔는데 그들이 돌아가고 나니 다시 외로움이 찾아왔다.

김씨는 "자고 일어났을 때, 잠자리에 들려고 할 때 쓸쓸함이 가장 많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적적함을 달래려고 성경을 필사하거나 TV를 보기도 한다"며 "한때일 뿐 마음 한구석 외로움은 말로 다 못 한다"고 했다.

김씨도 벌써 다음 명절을 기다린다. 그는 "대신 자녀들이 시간이 날 때마다 자주 전화를 해준다"면서도 "다들 직장 생활하니 모두 모이기가 쉽지 않다"며 고 말했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추석 연휴 마지막날인 18일 오전 광주 광산구 광주송정역에서 시민들이 용산행 열차를 탄 가족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2024.09.18. leeyj2578@newsis.com /사진=


배우자와 함께 사는 어르신들도 '명절 증후군'을 피할 수 없다. 경북 청송군에 거주하는 황모씨(73)는 자녀들과 손주들이 방문하기 이틀 전부터 불고기, 식혜, 과일, 송편 등 갖가지 음식을 손수 준비했다.

황씨는 "자녀들과 손주들에게 맛있는 것을 해먹일 생각에 (명절 전) 설레는 마음이 가득했다"면서도 "차 타는 모습을 보고 배웅할 때 서운한 감정이 많이 밀려온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인천·대구 등 가족들이 멀리 떨어져 살아 명절 말고는 온 가족이 모이는 게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남편과 둘만 있으면 늘 조용하기만 하다. 명절은 손꼽아 기다리는 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명절 후 노인들이 겪는 상실감이 우울증 등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어르신들 명절 증후군 해소를 위해 공동체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직 농촌에는 이웃이 함께 모여 시간을 보내는 문화가 남아있다. 도시로 올수록 이런 경향이 상대적으로 약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인 고독감은 우울증이나 고독사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라며 "전화 같은 비대면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대면하면서 외로움을 달랠 수 있는 공간을 많이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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