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포커스] ‘보금자리론’ 홀로 증가세 꺾여… 서민 주거 안정 뒷전?

김유진 기자 2024. 9. 2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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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금자리론, 7월 말까지 3조원 공급
올해 공급 목표는 최대 15조원
서민 주거 안정이 보금자리론 취지
가계부채 관리·서민 공급 사이 균형점 모색
지난 2022년 11월 서울 중구 한국주택금융공사 서울중부지사에서 한 시민이 상담을 받고 있다. /뉴스1

은행권의 자체 가계대출을 비롯해 디딤돌·버팀목 대출 등 정책성 대출까지 급증하는 상황에서도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의 정책성 주택담보대출인 보금자리론이 홀로 역성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주금공의 특례보금자리론이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으로 꼽히자 올해부터는 상품의 이용 문턱을 높인 탓입니다. 최근 가계부채가 급격히 늘어나는 상황에서 보금자리론의 증가세가 꺾이는 것은 다행입니다만, 금융 당국은 이 상황을 마냥 반길 수 없습니다. 보금자리론의 이용 대상이 서민·취약계층이기 때문에 보금자리론 공급의 위축이 자칫 서민·취약계층에 제대로 자금이 흘러가지 않는다는 의미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20일 주금공에 따르면 보금자리론은 올해 들어 7월 말까지 3조165억원 공급됐습니다. 보금자리론의 올해 공급 목표는 10조원으로, 금융 당국은 탄력적으로 5조원을 가감하기로 했습니다. 상황에 따라 최대 15조원까지 공급할 수 있는 셈이지만 공급 실적은 저조합니다. 보금자리론은 가계대출이 8조원 넘게 급증한 지난달에도 오히려 잔액이 2조원 순감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 추세가 지속된다면 보금자리론의 올해 연간 공급량은 5조원 안팎에 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가계부채가 급격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보금자리론의 증가세가 꺾이고 있는 것은 다른 대출 상품에 비해 보금자리론의 매력도가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금융위원회와 주금공은 특례보금자리론이 지난해 가계부채 증가를 견인한 만큼 올해는 보금자리론 이용요건을 강화해 대출 수요를 강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올해 보금자리론 이용 조건은 부부합산 연소득이 7000만원 이하, 담보주택 가격 6억원 이하를 충족해야 합니다. 이 조건을 모두 맞추고 받을 수 있는 금리 수준은 최저 연 3.95%에서 최고 연 4.25%입니다. 최대 우대금리는 1%포인트입니다. 서울·수도권 중심으로 부동산 거래가 활발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보금자리론을 이용해 살 수 있는 집이 많지 않을뿐더러 금리 조건도 일반 은행이나 다른 정책 모기지에 비해 유리하지 않아 보금자리론 이용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9일 서울 시내 한 은행의 대출 창구가 한산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가계부채 관리 강화라는 측면에서 보면 보금자리론의 수요가 꺾인 것은 반가운 소식입니다. 그렇지만 보금자리론의 취지가 서민·취약계층의 주거 안정이라는 측면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보금자리론의 공급 축소는 서민·취약계층의 주거 사다리를 끊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보금자리론의 목적이 실수요자의 주거 안정이기 때문에 보금자리론이 줄어든다고 해도 금융 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측면에서 마냥 좋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용 요건이 실수요자에게 부담스러워 보금자리론 수요가 줄어든 것은 아닌지, 보금자리론이 빈틈없이 실수요자에게 공급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하는 부분이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금융 당국과 주금공도 이러한 우려를 인식하고 있습니다. 두 기관은 보금자리론의 본래 취지가 훼손되지 않는 선에서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주거용 오피스텔을 담보로 보금자리론을 이용할 수 있도록 상품의 이용 조건을 개선하는 등 여러 방면으로 실수요자에게 보금자리론이 유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 중입니다. 다만, 보금자리론 이용 요건 완화 등의 방안을 검토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자칫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보금자리론으로 대출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열린 주금공 이사회에서 업무 추진 실적에 대한 점검을 하며 보금자리론의 금리와 공급액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습니다. 이사회에서는 “정책모기지와 관련해서 시장상황, 정부정책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고민이 깊은 시점이다”라며 “공사와 금융 당국의 입장을 잘 조율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이러한 발언으로 미루어 볼 때 올해 보금자리론은 실수요 공급과 가계부채 관리 강화 간 줄타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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