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는 역대 최고였는데..전성기 지나 이제 몰락의 길로 향하는 킴브렐[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전성기를 지난 킴브렐이 이제는 몰락의 길을 걷는 듯하다.
볼티모어 오리올스는 9월 19일(한국시간) 우완 불펜투수 크랙 킴브렐을 DFA(Designatend for assignment, 지명할당)했다.
볼티모어는 19일까지 시즌 84승 68패, 승률 0.553을 기록했다.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2위. 1위 뉴욕 양키스와 승차는 5경기로 벌어진 상태지만 와일드카드 레이스에서는 3위에 4경기차로 앞선 1위다. 정규시즌 종료까지 채 2주도 남지 않은 상황인 만큼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아주 높다.
가을 티켓을 거의 손에 넣은 볼티모어가 이 시점에서 킴브렐을 DFA한 것은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킴브렐은 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했다는 의미다. 킴브렐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거둔 것이다.
1988년생 36세로 이미 전성기가 지난 킴브렐은 2021-2023시즌 3년 동안 시카고 컵스, 시카고 화이트삭스, LA 다저스,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거치며 197경기(188.2이닝)를 소화했고 18승 18패 15홀드 69세이브, 평균자책점 3.10을 기록했다. 3년 연속 20세이브 이상을 기록한 킴브렐은 전성기는 지났지만 여전히 준수한 모습으로 뒷문을 책임질 수 있는 투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마무리 투수인 펠릭스 바티스타가 지난 10월 토미존 수술로 이탈한 볼티모어는 바티스타의 공백을 채울 대안으로 킴브렐을 선택했다. 1년 1,300만 달러가 보장되고 2025시즌 1,300만 달러의 구단 옵션이 있는 1+1년 계약이었다.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볼티모어의 선택은 옳았다. 비록 시즌 첫 등판에서 블론세이브를 범했지만 킴브렐은 4월 한 달 동안 13경기에 등판해 3승 1패 7세이브(3블론) 평균지책점 3.18로 무난했고 5월부터는 페이스를 더욱 끌어올렸다. 5월 한 달 동안 11경기 1승 4홀드 6세이브, 평균자책점 2.79를 기록한 킴브렐은 6월에는 10경기에서 1승 1패 6세이브(1블론), 평균자책점 0.96의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7월 초에도 활약이 이어진 킴브렐은 7월 8일까지 시즌 38경기 5승 2패 4홀드 23세이브(4블론), 평균자책점 2.10을 기록했다. 마치 전성기가 다시 돌아온 듯했다. 뒷문을 킴브렐이 든든히 지킨 볼티모어는 양키스와 치열하게 지구 선두를 다퉜다. 킴브렐은 전반기 세이브 전체 4위, 아메리칸리그 2위였다.
하지만 전반기 마지막 경기부터 달라졌다. 전반기 마지막 등판에서 1이닝 3실점으로 무너진 뒤 구원승을 거둔 킴브렐은 이후 완전히 붕괴했다.
전반기 마지막 등판부터 7월 말까지 6경기에서 블론세이브 2개, 평균자책점 11.12를 기록한 킴브렐은 7월 말 마무리 자리를 뺏겼고 8-9월 1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1.68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그리고 결국 전력 외 통보를 받았다. 마지막 등판이었던 18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서는 0.2이닝 6실점으로 처참히 무너졌다.
시즌 첫 38번의 등판에서 23세이브, 평균자책점 2.10을 기록한 킴브렐은 이후 19번의 등판에서 평균자책점 11.50을 기록했고 결국 57경기 52.1이닝, 7승 5패 4홀드 23세이브(6블론), 평균자책점 5.33의 기록을 남긴 채 볼티모어와 동행을 마쳤다. 이제 킴브렐은 웨이버 절차를 통과한 뒤 방출될 것으로 보인다.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지는 결말이다. 킴브렐은 한 때 의심의 여지가 없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였고 현역 세이브 2위, 통산 세이브 5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투수다.
2010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서 데뷔한 킴브렐은 루키 시즌이던 2011년 79경기에 등판해 내셔널리그 최다 46세이브를 거두며 평균자책점 2.10을 기록했다. 2011년 신인왕 수상과 올스타 선정, 사이영상 9위, MVP 23위 등 굵직한 성과를 거두며 커리어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킴브렐은 2011-2014시즌 4년 연속 내셔널리그 구원왕, 4년 연속 40세이브, 2012-2014시즌 3년 연속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2010-2014시즌 커리어 첫 5년 동안 기록한 성적은 294경기 289이닝, 15승 10패 2홀드 186세이브, 평균자책점 1.43. 킴브렐은 트레버 호프만과 마리아노 리베라를 뛰어넘어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의 마무리 투수가 될 것처럼 보였다.
2014시즌을 끝으로 애틀랜타를 떠난 킴브렐은 커리어에 조금의 굴곡이 생기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2015년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에서 61경기 39세이브, 평균자책점 2.58을 기록했고 2016시즌에는 보스턴 레드삭스 유니폼을 입고 평균자책점 3.40을 기록해 데뷔 후 처음으로 3점대 평균자책점을 쓰기도 했지만 57경기 31세이브로 여전히 30세이브 이상을 거두는 투수였다.
2017시즌에는 67경기 35세이브, 평균자책점 1.43을 기록하며 사이영상 투표 6위에 올랐고 2018시즌에는 42세이브, 평균자책점 2.74로 통산 5번째 40세이브 고지를 밟았다. 2010-2018년 커리어 첫 9시즌 동안 기록한 성적은 449경기 532.2이닝, 31승 19패 4홀드 333세이브, 평균자책점 1.91. 킴브렐은 역사적인 마무리 투수였다.
2018시즌은 킴브렐의 마지막 전성기였다. 2018시즌을 보스턴에서 마친 킴브렐은 보스턴의 퀄리파잉오퍼를 거절하고 FA 시장으로 야심차게 향했다. 마무리 투수 최초의 총액 1억 달러 이상 계약을 노렸다. 하지만 시장에는 칼바람이 불었고 31세를 앞둔 킴브렐은 새 팀을 구하지 못한 채 '무직' 상태로 2019시즌 개막을 맞이했다. 그리고 퀄리파잉오퍼 거절 선수 영입 패널티가 사라진 6월에야 시카고 컵스와 FA 계약을 맺었다.
늦게 합류한 2019시즌 2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6.53으로 부진한 킴브렐은 단축시즌에도 18경기 평균자책점 5.28로 무너졌다. 2021시즌 반등세를 보인 뒤 2023시즌까지 준수하게 활약했지만 20대 때의 퍼포먼스를 되찾지는 못했다.
빅리그 15년차 킴브렐은 통산 837경기에 등판해 809.2이닝을 투구했고 56승 47패 26홀드 440세이브, 평균자책점 2.59를 기록했다. 빅리그 역사상 킴브렐보다 더 많은 세이브를 거둔 투수는 리베라(652SV), 호프먼(601SV), 리 스미스(478SV), 켄리 잰슨(447SV) 등 단 4명 뿐. 현역 중에서는 잰슨에 이어 2위다. 제대로 시즌을 치르지 못한 2019-2020시즌 2년을 제외하면 2011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20세이브 이상을 기록한 킴브렐인 만큼 올해도 무난히 시즌을 치렀다면 역대 3번째(혹은 4번째)로 통산 500세이브 고지를 밟을 가능성도 충분했다.
하지만 올해 풀타임 최악의 시즌을 보내며 기량 하락세를 보인 만큼 향후 다시 마무리 투수로 확실한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킴브렐은 다음 시즌이면 37세가 된다.
9차례나 올스타에 선정됐고 양 리그에서 모두 최고의 불펜투수 상을 수상한 킴브렐은 최고의 자리에서 확실히 내려온 것을 넘어 이제는 미래를 진지하게 걱정해야 할 시기가 온 듯하다. 볼티모어와 불명예스럽게 결별하게 된 킴브렐의 거취가 주목된다.(자료사진=크랙 킴브렐)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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