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용문산 승병과 빨치산, 좌익 독립운동사를 찾아서

최재봉 기자 2024. 9. 20.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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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 전인 2022년 9월25일 세상을 뜬 소설가 김성동의 유고가 책으로 나왔다.

미륵뫼란 경기도 양평 용문산의 본디 이름으로, 이 책은 미륵뫼 용문산을 중심으로 일본군에 맞서 싸웠던 의병과 승병, 그리고 6·25 전쟁기의 빨치산들 이야기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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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동 작가가 2011년 12월 경기도 양평군 청운면 가현리의 자택 ‘비사란야’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미륵뫼를 찾아서
김성동 유고 역사 에세이
김성동 지음 l 작은숲 l 3만3000원

이태 전인 2022년 9월25일 세상을 뜬 소설가 김성동의 유고가 책으로 나왔다. ‘미륵뫼를 찾아서’는 그가 숨지기 전에 쓴, 원고지 2천매 남짓 분량의 역사 에세이다. 미륵뫼란 경기도 양평 용문산의 본디 이름으로, 이 책은 미륵뫼 용문산을 중심으로 일본군에 맞서 싸웠던 의병과 승병, 그리고 6·25 전쟁기의 빨치산들 이야기를 들려준다.

김성동이 미륵뫼 승병과 빨치산에 관해 처음 들은 것은 그가 승적에 들어 있던 1960년대 끝 무렵이었다. 그 자신 동학군 출신으로 아흔이 훌쩍 넘은 나간이(몸 한 군데가 성하지 않은 사람) 스님은 강경파 남접을 이끌던 승려 출신 동학 지도자 서장옥이 이끄는 당취부대(승군)가 농군부대와 다른 막집(군막)을 치고 있었다며, “금강산 당취와 지리산 당취와 미륵뫼, 곧 용문산 당취가 있었는데 용문산 당취가 가장 무서운 싸울아비(전사)들이었다”고 말했다.

동학농민전쟁 이후에도 미륵뫼 승병들은 의병들과 손잡고 왜군에 맞서 싸웠으며, 이 의·승병들은 전세가 불리해지자 일부가 황해도와 평안도를 거쳐 만주로 올라갔고 홍범도 장군 휘하에서 독립군으로 활동하게 된다. 그런가 하면 6·25 전쟁기에는 휴전이 되고도 5~6년 뒤까지 “더 오래 그리고 더 알차게 앙버텼던 것이 미륵뫼 빨치산이었다”고 “남조선노동당 경상남도당 인민무력부” 소속 전사였던 늙은 나간이 스님은 젊은 김성동에게 덧붙여 일러 주었던 것.

‘미륵뫼를 찾아서’에서 김성동은 후삼국 시대 태봉의 건국 군주 궁예에서부터 묘청과 신돈을 거쳐 미륵뫼 당취와 의병, 빨치산으로 이어지는 ‘오여손잽이’(왼손잡이, 좌익)의 역사를 되살린다. 말년의 그가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덕촌리 용문산 자락에 기거했다는 인연이 가까운 집필 동기였다면, 박헌영의 충청남도 세포로 활동하다가 체포되어 전쟁통에 살해당한 부친의 해원은 더 깊고 근본적인 동기를 이룬다.

김성동 작가가 2011년 12월 경기도 양평군 청운면 가현리의 자택 ‘비사란야’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작가 자신의 부모 이야기를 담은 소설집 ‘민들레꽃반지’와 좌익 독립운동가 열전 ‘꽃다발도 무덤도 없는 혁명가들’에 이어지는 작업인 셈이다. 궁예와 서장옥, 여운형 등 잘 알려진 이들뿐만 아니라 평민 출신 의병장 김백선 장군, 용문사 승려 출신 혁명가로 ‘아리랑’의 주인공 김산이 자신을 공산주의로 이끈 인물로 소개한 ‘붉은 승려’ 김성숙 등 낯선 이름들도 여럿 등장한다. 작가 특유의 소설적 서술이 읽는 재미를 더하며, 무려 1천 개가 넘는 각주를 곁들여 소개하는 순우리말 어휘들은 공부의 보람을 맛보게 한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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